찰스 D. 퍼거슨 지음, 주홍렬 옮김, 원자력 재난을 막아라, 생각의힘, 2014

 

 

이 책 자체는 엄밀히 말하자면 탈핵도서가 아니다. 저자인 찰스 퍼거슨은 미국과학자연맹(FAS) 회장도 맡고 있는 핵전문가인데, ‘한국이 어떻게 핵무기를 확보하고 배치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2015년 보고서로 국내 언론에 알려져 있다.

 

요지는 한국은 핵무기 개발 자원과 기술이 충분하고 국제적 경제 비중을 볼 때 경제제재를 돌파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자체 핵무장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국내의 이른바 자위적 핵무장론자들에게 즐겨 인용되고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개최된 글로벌리더스포럼 2014’에 와서는 셰일가스를 포함하는 화석 에너지 이용에서 탈피하여 태양광, 풍력 등 차세대 에너지 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다만 핵발전을 더 확충할 필요성과 함께 핵발전의 독립적 규제 기관과 점검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핵발전의 안전은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통해 확보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말하자면 핵발전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핵발전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양날의 칼론 또는 전형적인 가교론이라 할 것인데, 후쿠시마 사고 직후 이 책이 쓰인 맥락이기도 하다.

 

핵에너지: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이라는 책의 원제목처럼, 저자는 핵발전의 원리와 방사능의 본질부터 에너지 안보, 핵확산, 핵발전소의 수명과 안전, 핵폐기물 운송과 처리 등 거의 모든 관련 이슈들을 섭렵한다. 각각 짤막하지만 알려진 사실과 통계에 충실한 설명들이다. 저자의 선입견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 지식과 정보는 공유되어야 핵발전의 재난을 막을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경제적인 이유뿐 아니라 정치적, 군사적인 이유와 맞물려 핵발전이 지역적으로 편중된다는 점, 새로운 핵발전소 수요 예측이 어렵다는 점,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있게 줄일 정도로 핵발전소를 건설하려면 2010년부터 2054년 사이에 매달 1GW급 핵발전소를 2개씩 건설해야 한다는 점도 밝힌다. 실제로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도 청정개발체제(CDM)에 핵발전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논쟁이 격렬했고, 2009년에 코펜하겐 회의에서 몇 가지 방안이 제시되었지만 이후 기후변화회담에서 아무런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1979년 쓰리마일 아일랜드 사고가 미국 핵발전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게 된 기본 이유였다고 믿지만, 저자는 이런 전환점이 그 이전부터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첫째, 미국이 1973년 석유 위기를 겪으며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고, 1970년대 내내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둘째, 규제환경이 변하면서 핵발전 프로젝트 비용이 상승했다. 셋째, 발전소 건설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면서 발전소에 대한 관심을 둔화시켰다. 한국도 지금 비슷한 지점을 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퍼거슨은 핵발전 업계가 어느 한 곳의 원자력 사고는 모든 곳의 원자력 사고다라는 격언을 굳게 믿고 있으며, 아무리 낮은 지위에서 작업을 하더라도 발전소의 모든 사람들은 발전소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만일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면, 그 사람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당국에 알릴 수 있어야 한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특히 한국의 현실이 그러한지는 의문스럽다.

 

진정으로 핵발전 재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발전을 찬성하는 이들은 이 질문에 최소한 퍼거슨만큼 진지하게 답변하고 토론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탈핵신문 2017년 5월호 (제52호)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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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