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보도자료2017.06.14 11:46

<12년을 버텨온 밀양송전탑, 이제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합니다!>
- 문재인 정부에 전하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4대 요구안

 

 

밀양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저항은 2005년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12년이 흘렀습니다. 밀양시 5개면에 69기의 초고압 송전탑은 이미 세워졌고, 76만5천볼트의 초고압전류는 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반대 주민 150여세대는 아직도 한국전력의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며 지금껏 버티고 있습니다.

 

밀양송전탑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우리 주민들의 저항으로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한국 전력 정책의 모순이 대낮처럼 드러났습니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엄청난 국가폭력의 실상이, 몇 푼 돈으로 주민들의 저항을 꺾고, 평화로운 마을공동체를 원수처럼 갈라놓은 분열의 실상이 알려졌습니다.

 

밀양으로 인하여 수십년간 꿈쩍도 하지 않던 에너지 정책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압도적인 법 체제와 공권력과 돈의 힘으로 발전소를 짓고 송전선로를 깔던 핵마피아, 전력마피아들은 지금 송전선로 때문에 발전소를 마음대로 짓지 못할 지경이 되었고,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은 한국전력의 송전선로 건설에 맞서 저항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12년간 고통을 겪으며 전국 곳곳의 수많은 힘없고 약한 이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향한 험난한 길을 걸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마을공동체의 분열로 고통스럽고, 매일 매순간 저 끔찍한 철탑을 안고 사는 일이 괴롭습니다. 우리를 짓밟은 조환익 한전 사장이 문재인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등용될 지도 모른다는 소문으로 우울하고,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신고리 5~6호기가 그대로 강행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두렵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오늘 우리는 70대 80대 할매들이 꾹꾹 눌러 쓴 편지 27통을 직접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12년 투쟁의 모든 기록과 우리의 삶과 마을공동체가 어떻게 한전에 의해 망가졌는지를 담은 보고서를 들고 왔습니다. 우리는 오늘,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150세대가 지금 가슴 뜨겁게 외치는 네 가지 요구를 전합니다.

 

하나. 밀양송전탑의 타당성과 경찰의 폭력, 한전의 마을공동체 분열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공식 사과를 요구합니다.

밀양송전탑이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평균 이용률은 26%입니다. 과연 밀양 송전탑은 필요한 것이었는지, 200명도 안 되는 농성 주민에게 연인원 38만명이 동원되어 얼마나 끔찍한 폭력이 자행되었는지, 그리고 주민을 매수하고 돈으로 마을을 파괴한 공기업 한국전력에 대한 전면 감사를 요구합니다.

 

둘. 주민들의 재산과 건강 피해에 대한 실사를 요구합니다.

밀양과 오늘 함께 한 청도 삼평리 주민을 포함하여, 군산, 횡성, 당진 등 전국 곳곳의 초고압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생존권이 나락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산업재해 보상금으로 땅을 사서 농사를 짓다가 철탑 때문에 땅값이 폭락해서 비관 자살하고 그 부친이 연이어 목숨을 끊은 군산 주민의 비극적인 사례는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들의 고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는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헌법이 규정한 원칙에 입각해서 이 문제에 대해 정당한 조사를 해 달라는 것입니다.

 

셋. 에너지 민주화를 위한 에너지 3대 악법의 폐지 및 개정을 요구합니다.

전원개발촉진법은 에너지 분야의 국가보안법입니다. 발전 사업자와 대기업들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고, 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을 빼앗는 흉기가 되었던 전원개발촉진법은 이제 박물관으로 가야 합니다. 탈핵 탈석탄 에너지전환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과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전기사업법과 송주법의 독소조항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합니다.

 

넷. 고리 지역의 노후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건설중인 신고리 4호기를 시작으로, 특히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함으로써 밀양송전선로를 철거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 에너지 전환의 출발은 신고리 4호기와 신고리 5~6호기를 전면 백지화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웃나라 대만은 공정률이 98%에 이른 핵발전소도 백지화시켰습니다. 350만명이 살고 있는 곳에 10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것은 북핵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실제적인 위협입니다. 그리하여 쓸모가 없어진 밀양송전선로에 대한 철거의 계획을 밝혀주십시오. 지금 당장 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 계획을 밝히고, 차근차근 진행해 달라는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청도 삼평리 주민들이 함께 했습니다. 이 작은 마을 주민들이 겪었던 고통은 밀양과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경찰서장이 주민들에게 한전이 마련해 준 돈봉투를 돌리고, 주민들을 돈으로 갈라 세운 후유증으로 지금도 고통 받는 삼평리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우리는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입니다. 그러나, 지난 12년 내내 우리는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이제, 우리의 요구에 응답해 주십시오.

 

 

2017년 6월 13일
밀양765kV 송전탑 경과지 4개면 반대 주민 150세대와
밀양송전탑 문제 해결을 염원하는 시민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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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