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 ‘세슘 표고버섯’ 이후 방사능기준 마련으로 고심

방사능 오염, 먹거리가 불안하다!

이지언(편집위원)

방사능 식품 오염, 국내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

후쿠시마 사고 발생 1년이 지난 올해 상반기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방사능을 우려해 일본산 수입 식품을 꺼리는 사람이 대대수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는 느슨한 방사능 검역 체계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본으로부터 식품 수입을 고수해왔다. 일본산 수산물에서 방사성 세슘의 검출 횟수가 늘고 있지만, 검출된 방사능이 기준치 이하의 미량이라며 ‘불분명한 근거로 특정 국가로부터 수입을 중단하면 통상마찰의 소지가 된다’는 식의 해명이 반복됐다.

지난해 3월말부터 4월 중순까지 국내의 공기와 빗물에서 방사능 농도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7~8일 ‘방사능 비’가 내린 뒤 농림수산식품부가 국내 농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제주산 상추와 통영산 시금치에서 미량의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방사능에 의한 전반적인 토양과 식품 오염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4월 이후 공기 중 방사능 농도가 낮아져 사고 이전 수치를 나타내고 있지만, 결코 낙관할 수 없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유출된 천문학적 양의 방사성물질의 대부분이 인근 태평양으로 유입됐고, 이는 바다 생물과 생태계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해류와 해양생물의 이동 특성을 염두에 두면, 방사능 오염은 후쿠시마 인근 해역을 넘어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고등어, 꽁치 그리고 멸치를 비롯한 해양생물은 한반도를 포함한 넓은 해역에 분포하면서 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수산물의 경우 정확한 원산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취항한 해역에 따라 국내 선박이 어획한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도 고려해야 한다.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생협에서조차, 방사능 물질 검출

올해 들어 국내에서 재배한 농산물에서도 미량의 방사성물질이 꾸준히 검출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26일 한살림에서 공급하는 표고버섯 가루에서 처음 방사성물질이 검출되면서 추가 조사를 통해 버섯 재료에서 킬로그램당 0.4-1.8베크렐(Bq)의 방사성 세슘137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한살림은 해당 품목에 대해 잠정적으로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5월초 이뤄진 내부 논의를 통해 한살림은 방사성물질에 대한 독자기준치를 만들기로 하고, 그 이전까지는 잠정기준치(세슘의 경우 37베크렐)를 적용해, 잠정적으로 중단했던 물품 공급을 재개하기로 했다.

두레생협연합에서도 4월 검사를 의뢰한 건표고버섯에서 0.6-1.87베크렐의 방사성 세슘137이 검출됐다고 조합원들에게 알렸다. 버섯이 다른 작물에 비해 방사성물질을 쉽게 흡수한다고 알려진 것에 더해 두레생협은 “특히 건표고버섯의 경우는 건조(약 1/10로 중량이 감소)에 따라 방사능물질이 더 응축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다만 두레생협은 검출된 방사능 농도가 농산물에 대한 방사성 세슘의 자주인증기준인 37베크렐 이하로 나타났기 때문에 공급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

가장 신뢰받는 건강한 식품의 공급처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사실은 얼핏 당황스럽지만,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생활협동조합(이후 생협)이 자체 물품에 대해 까다롭고 철저한 방사능 검사를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유례 없는 방사능 오염의 확산에 따라 생협은 건어물과 소금과 같이 바다에서 생산하는 생활재 품귀 현상을 겪거나 방사능을 걱정하는 조합원들로부터 전달된 수많은 문의에 답변해야 했다. 생협의 식품에서 미량이지만 방사능 오염이 확인되면서 국내 유기농업과 생협의 혼란과 위기는 불가피해 보인다. 

한살림, 여성민우회생협 등 방사능 기준치 마련하기 위해 고심

내부에서 진행된 일련의 논의뿐 아니라, 정책 간담회와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한살림은 방사성물질에 관한 독자기준치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6월 11일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살림은 그간의 대응 경과를 공유하고 방사능 기준과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도 7월11일 ‘방사성 물질 관련 생활재 취급 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조합원과 생산자의 의견을 반영한 방사능 기준안을 모색했다.

방사능을 우려하는 조합원과 전문가들은 현재 생협들이 적용 중인 방사능에 관한 ‘잠정기준치’나 ‘자주인증기준’보다 훨씬 강화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레생협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농산물과 가공식품의 방사능 기준을 국가 기준의 10분의 1로 설정해 매월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다. 국가가 식품의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기준으로 각각 킬로그램당 300, 370베크렐로 설정했다면, 두레생협은 동일한 방사성 핵종에 대해 각각 30, 37베크렐을 자주인증기준으로 삼았다. 자체 기준에 대한 안내문에서 두레생협은 “국가 잠정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 아닌, 연간 자연방사선량 기준치 이하로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기준으로는 최근 검출횟수가 늘어나는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산 수산물에도 ‘적합’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일본에서 수입된 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 결과, 냉장명태나 냉장고등어 등 품목에서 47건의 오염이 확인됐다. 킬로그램당 5베크렐 이하로 미량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3월 26일 검사된 냉장대구에서는 24.69베크렐로 상당한 농도의 방사능이 검출됐다. 하지만 국가 기준뿐 아니라 생협 기준으로도 이 정도의 방사능은 기준치 이하로 공급 가능한 수준이다.

현 국가 방사능 기준치, '너무 느슨하다'

전문가들은 현행 국가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고 지적한다. 앞서 여성민우회 생협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하미나 단국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사선은 피폭량에 비례해 발암 확률을 높이는데, 어느 수준까지 노출되어도 안전하다는 기준(역치)이 없다는 점이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일반인의 연간 피폭선량으로 정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1밀리시버트(mSv) 기준은 안전기준이 아닌 관리기준이라는 설명이다. 이 정도 피폭량도 1만 명당 1명에서 암이 발생할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행 국가 기준은 식품 섭취에 의한 일반인의 피폭선량을 지금의 5배인 5밀리시버트로 설정한 1993년 이전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방사선 피폭에 훨씬 취약한 유아나 태아에 대한 별도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해, 방사성 세슘을 예로 들자면 현행 기준인 370베크렐의 5배 낮은 74베크렐에, 다시 ‘안전계수’ 10을 적용한 7.4베크렐을 하미나 교수는 생협의 기준으로 제안했다. 어린이나 영유아의 경우, 여기에 다시 ‘안전계수’ 절반으로 나눈 3.7베크렐을 채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국제적으로 가장 엄격한 방사능 기준으로 알려진 독일방사선방호협회(GSPR)의 유아 4베크렐, 성인 8베크렐 기준에도 근접한다.

생산자들은 소비자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기준안을 마련하자고 말한다. 조원희 행복중심생산자회 회장은 “농약 문제는 생산자들의 의지와 인근 농가와의 협조로 관리할 수 있지만, 방사성물질 오염은 주체적인 관리와 통제 범위 바깥이어서 더욱 우려스럽다”며 소비자의 안전과 선택권이 허용되는 범위에서 농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섭취량이나 소비유형에 따른 식품군별로 기준을 세분화하자는 의견이 추가로 제기되기도 했다.

외부 검사기관에 시료 분석을 의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생협들이 환경단체, 연구소와 공동으로 시민 주도의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기 위해서 정밀 핵종분석기 도입에도 서두르고 있다. 한살림, 아이쿱생협, 에코생협, 여성민우회생협은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환경운동연합, 차일드세이브 등과의 공동컨소시엄 구성에 참여해 올해 말부터 방사능 감시에 관한 조사와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관련 정보를 조합원에게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발행일 : 2012.8.6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