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2017.11.08 17:12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원회)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권고안을 받아들이면서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의지를 밝혔다. 이 결정대로 진행되면 울산은 월성과 신월성 핵발전소 6, 고리와 신고리 핵발전소 10기 등 모두 16기의 핵발전소에 둘러싸이게 된다.

 

공론화위원회와 문재인 정부는 이번 신고리5·6호기 공론 과정이 진정한 숙의민주주의를 실현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공론 과정에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있었다.

 

종합토론회 한 번으로 숙의할 수 없는 구조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에서는 총론토의 1, 쟁점토의 2(안전성과 환경성, 전력수급 등 경제성), 마무리토의 1회로 진행됐다. 종합토론회를 지켜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시민참여단이 진실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안전성이나 재생에너지 등 모든 분야 쟁점마다 건설 중단측과 재개측 내용은 상반됐다.

종합토론회 1회로 시민참여단이 팩트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 1회의 종합토론으로는 진정한 숙의를 할 수 없는 구조였다.

 

숙의 기간이 충분했나?

 

정부는 신고리5·6호기 공론화 숙의기간이 3개월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민참여단 첫 오리엔테이션은 916일이었고, 종합토론회 마지막 4차 설문조사는 1015일이었다. 그 기간에는 추석 황금연휴 10일이 포함돼 있으므로, 사실상 한 달도 안 되는 숙의기간이었다.

 

1015일까지 운영한 471명의 시민참여단 가운데 활동 종료시점 이틀 전인 1013일 조사에서 신고리5·6호기가 어디에 들어서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57.6%에 불과했다. 시민참여단의 많은 사람들이 신고리5·6호기가 들어서는 지역에 활성단층이 62개나 존재하고 있음에도 핵발전소가 어디에 들어서는지조차 모른 채 재개와 중단을 선택했다. 이는 신고리5·6호기가 당사자지역에 얼마나 큰 위험을 안겨주는지 모른 채 결정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공론 과정은 공정했나?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참여단 구성은 출발부터 건설 재개측 36.6%, 건설 중단측 27.6%로 건설 재개 의견을 가진 시민참여단이 9%(40명 정도) 많았음에도, 탈핵진영은 이 사실을 공론화위원회가 권고안을 발표한 1020일에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다. 시민참여단 구성은 국민 여론과 동일한 집단으로 구성했어야 한다. 당시 국민여론은 한국갤럽 등이 조사한 결과 5050으로 팽팽했다. 시민참여단은 종합토론회 각 주제토론 이후 10명씩 분임토의를 거쳤는데, 건설 재개측 의견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분임토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시민행동이나 울산 탈핵진영 모두 사전에 이를 점검하거나 바로잡지 못했다.

 

미래세대 의견 반영 역시 문제가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청소년을 시민참여단에 포함시키지 않는 대신 고등학생 100여명 대상으로 미래세대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 결론은 11개 분임조 가운데 중단은 5, 재개는 1, 유보는 5개였다. 그러나 시민참여단에게 제공한 미래세대 동영상은 중단과 재개, 유보 의견을 1:1:1 비율로 편집한 것이었다.

 

당사자 지역인 울산과 부산시민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됐는가. 공론화위원회가 부산은 건설 재개를 바라는 단체가 없어서 건설 중단측 시민들 목소리마저 아예 담지 않았다고 한다. 울산은 건설 중단측은 인터뷰에 응했지만 건설 재개측이 응하지 않아 인터뷰 내용이 시민참여단에게 제공되지 않았다.

 

탈핵진영은 제대로 대응했나?

 

공론 과정에서도 공론 절차상의 문제점을 느꼈고, 지나고 보니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음이 확인된다. 그런데 왜 탈핵진영은 공론 과정에 공정한 진행을 관철시키지 못했나. 다른 한 편으로는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와 건설 중단 공론화를 거부하고 공약 이행내지는 당위성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나.

 

정부가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계획을 발표하자 탈핵진영 내에서는 신고리5·6호기 문제는 공론화 대상이 아니라 공약 이행으로 관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전국 탈핵진영 내의 많은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고리5·6호기 백지화공약이 공론화라는 과정을 거쳐 현실화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공론장에서 탈핵의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하면 국민적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중간에라도 공론화위원회 운영이 공정치 않음이 확인될 때 거부하지 못한 것은 공론을 거부하게 되면 떠안아야 할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다.

 

지난 1024일 울산에서는 신고리5·6호기백지화울산시민운동본부(올해 718일 출범) 대표자-집행위원 회의에서 정부의 공론화 대응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이날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정부의 공론화 발표에 대해 울산이나 전국에서 어떻게 대응할지초기대응 논의가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또 당사자지역인 울산이나 부산이 신고리5·6호기 공론과정의 중심이 됐어야 하는데, 탈핵진영 전문가에게 의지한 점도 지적됐다.

 

이번 공론과정에 있어서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탈핵진영 대응은 안전한 사회를 위한 신고리5·6호기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신고리상황실(정책팀, 공론화대응팀 등)이 전담하다시피 했다. 시민행동 중앙은 일부러 지역을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전국 소통이 주로 온라인 소통방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는 전체 대응을 깊이 있고 긴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또 종합토론회가 시민참여단에게 미칠 영향력이 매우 클 것인데도 세밀한 준비가 부족했다. 건설 중단쪽 프레임을 재생에너지나 경제성으로 가져갈 것인지, ‘위험성과 안전성으로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탈핵진영이 폭넓게 토의하지 못한 채 진행됐다. 물론 여기에는 촉박하게 진행된 공론화위원회 일정이 한 몫 한다. 내부에서도 이러할진대, 시민과 국민들이 진정한 숙의를 할 시간으로 공론화위원회가 제시한 기간은 턱없이 짧았다.

 

사회적으로 핵발전소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이번 공론 과정의 성과로 볼 수 있다. 국민들이 한 번도 핵발전소 건설이나 중단 여부를 공개토론장에서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론과정에 시민행동과 탈핵쪽 전문가, 전국의 모든 탈핵진영이 사회적으로 탈핵 기운을 불어넣었다고 여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탈핵한다면서 신규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신고리5·6호기가 공론화를 거쳤다고 해서 그동안 우리가 주장한 위험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용석록(신고리5·6호기백지화울산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

탈핵신문 2017년 11월호 (제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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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