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슈2017.11.09 15:22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결과가 발표됐다.

건설 중단40.5%인데 비해, ‘건설 재개59.5%였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1024() 국무회의를 통해 건설 재개를 확정지었다. 핵발전 추진 쪽은 환호했고, 핵발전 반대 쪽은 분노했다. 탈핵신문은 이번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후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가를 점검해보는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번 좌담회는 1030() 오후, 서울 강남에서 약 2시간 남짓 진행됐다. 당일 참석자는 신고리5·6호기 공론화(이하, 신고리공론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강양구 기자(, 프레시안 기자), 박정연 위원장(부산녹색당 전 공동운영위원장, 녹색당 교육위원장), 이헌석 팀장(안전한세상을위한신고리5·6호기백지화시민행동 대응팀), 용석록 사무국장(신고리5·6호기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이었고, 진행은 윤종호 편집위원장(탈핵신문)이 맡았다.

 

다음은 좌담회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탈핵신문 지난 11월호 2~3면에 게재된 내용보다 좀 더 자세하게 요약·정리되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 편집자 주

 

 

 

 먼저, 본인소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이자,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하, 탈핵공동행동) 공동기획단장을 맡고 있다. 이번 신고리공론화 국면에서 안전한세상을위한신고리5·6호기백지화시민행동(이하, 중앙시민행동) 대응팀에서 일했고, 특히 소통협의회라고 백지화쪽과 공사재개쪽 양자가 만나 협의하는 채널 쪽 역할을 맡았다.

 

박정연: 현재 녹색당에서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고, 신고리5·6호기 23일 합숙토론을 참관했다.

 

용석록: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울산지역 40여개 단체가 함께 만든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있었지만, 신고리5·6호기 대응을 위해 울산지역 노동계부터 마을모임까지 총 220여 단체가 모여 올 718일 신고리5·6호기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이하, 울산운동본부)을 구성했다. 울산운동본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강양구: 인터넷 언론사인 프레시안에서 2003년부터 올해 초까지 기자로 일했고, 주로 에너지 문제를 담당했다.

 

먼저, 신고리공론화 과정부터 살펴보자. 애초 신고리5·6호기, 대통령 공약은 뭐였나?

 

이헌석: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자료집에는 신고리5·6호기는 백지화라고 표현되어 있다. 신고리4호기와 신울진1·2호기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하지만, 대선 기간 중 핵발전소 주변지역 반핵대책위 등과 맺은 협약이나, 시민사회단체가 보낸 질의서에 신고리4호기, 신울진1·2호기 재검토하겠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그리고 대선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곳을 다니면서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이야기했다.

 

박정연: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백지화라고 한 적이 없다고 계속 주장했다. 애초부터 합의된 것은 중단이지, ‘백지화라고 한 적은 없다는 이야기다.

 

이헌석: 맞다. 시민단체가 보낸 질의서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선거캠프 관계자가 신고리5·6호기는 백지화가 아닌 중단으로 문구를 바꾸자는 연락을 해 온 적이 있다. “이미 언론에도 백지화로 나왔고, 문재인 후보가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데 무슨 소리냐라고 했더니, “그럼 어쩔 수 없지요라고 해서, 결국 더불어민주당 정책본부장이 협약식에서 신고리5·6호기 백지화에 서명하는 경과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고리공론화가 던져졌을 때, 반핵운동 내에서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헌석: 올해 6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5·6호기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그 다음 주 국무회의에서 공론화 방침이 발표되었다. 이후 대략 2~3주 동안 탈핵운동 진영에서 엄청난 논쟁이 벌어졌다. “이것은 분명한 공약 후퇴다. 적극 싸워야 한다는 입장과, “공론화는 국민을 설득해 가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공약 후퇴이지만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크게 나뉘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결국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탈핵공동행동)619일 문재인 대통령 선언에 대한 성명서를 낼 수 없었고, 그 후 탈핵공동행동은 712일 신고리공론화에 적극 대응하는 결론을 내렸다. 공론화를 거부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 결정에 불복하는 개인과 단체들도 있었고,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계속 문제제기 해왔다.

 

▲이헌석

 

박정연: 부산은 619일 고리1호기 폐쇄 선포식 때 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정도 발언으로 탈핵 문제를 무마시키려고 한다는 것을 듣고 우리는 분노했다. 그러나 신고리공론화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쪽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공론화에 참여한다거나 결과를 수용한다거나 그런 차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용석록: 울산도 문재인 대통령이 백지화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를 거친다는 것에 대해서 문제제기했지만, 결론적으로 신고리공론화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당시 우리는 적극 대응결정만 했지, ‘신고리공론화 과정에 울산이 합류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의 목적은 오로지 백지화였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다가 공론회위원회에 승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휘말려 들어갔는지, 중앙시민행동과 보조를 맞추게 된 것이 잘못한 것이 아니었나하는 의문이 울산시민운동본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울산시민운동본부가 독자 노선으로 오로지 백지화를 주장하며 신고리공론화를 거부하고 대선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면, 신고리공론회 결과가 건설 재개로 나오더라도 다시 싸울 수 있는 근거가 훨씬 더 쉽게 마련될 수 있었을 것이다.

 

▲용석록

 

이헌석: 사실 이것은 현재 한국 탈핵운동 네트워크의 한계다. 신고리공론화를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은 탈핵공동행동에서 했는데, 그 회의에 부산과 울산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다.

 

강양구: 사후적으로 이야기하면 왜곡될 여지가 있어 조심스럽다. 당시 문재인 정권으로 바뀌고,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탈핵에 나선 사람은 처음이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탈핵운동 진영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신고리공론화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전제 하에서 당시 대응을 다음 3가지 핵심어로 지적해 볼 수 있다. 오해, 과신, 방심이다.

먼저, 문재인 정부의 탈핵 의지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 사실 2012년 대선 후보 때부터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핵심그룹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환경이나 에너지 쪽으로 관심이 아주 높지 않았다. 그런 분들이 추세를 따라 탈핵을 선언했지만 확고한 탈핵의지는 아니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대목에서는 언제든지 후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것이 신고리5·6호기 문제에서 드러났다. 당시의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확실하게 읽어내지 못했는데, 결국 문재인 정부의 탈핵의지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앙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과신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국민들 앞에서 핵마피아들과 싸우게 되면, 당연히 국민들은 우리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이라는 자기 실력에 대한 과신이다. 그리고 능력에 대한 과한 신뢰가 있다 보니, 당연히 방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방심이 신고리공론화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표출됐고, 그 결과가 이런 식의 참사를 빚었다고 생각한다.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결정으로, 문재인 정부 공약은 임기 내 핵발전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발전소가 1~2개 늘어난다는 것은 그 만큼 핵발전과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한국 사회의 탈핵은 더 멀어지게 된다.

사실 예전부터 그랬다. 방폐장 싸움 할 때도 어느 순간부터 지역의 이해관계와 환경단체 주장이 달랐다. 핵발전소와 관련해 지역의 이해관계와 중앙 환경단체의 입장이 일사불란하게 같았던 적이 없다. 서로가 힘이 약한 상황에서 같이하는 거였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분위기가 변화면서 탈핵공동행동도 생겼고, 한 걸음으로 가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그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에 한국 탈핵운동이 분화되어, 지역은 지역의 이해관계나 의제, 지역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주장이나 목소리를 내고, 중앙은 중앙 환경단체대로 정부에 동조하며 관련 위원회에도 참여하고 필요에 따라 지역과 연대하고 또 따로 가기도 하는 전략을 펼쳤다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울산, 부산 등의 지역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규탄 성명을 낸다든지, 공론화위원회를 거부하는 퍼포먼스를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갔다면 다른 상황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봤다.

 

▲강양구

 

신고리공론화 과정에서 우리가 주요하게 평가해야 할 점은?

 

강양구: 기본적으로 탈핵그룹이 신고리공론화에 임하는 전략·전술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평가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건설 재개 쪽에서 경제를 강조하니까 우리도 경제를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 대응 방법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주로 우리 쪽의 주장의 큰 날개는 백지화는 재개했을 때보다 더 큰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과, ‘핵발전소는 안전하지 않다는 두 가지였다. 그런데 나는 예전부터 이런 프레임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왜냐면, 신재생에너지가 보여주는 경제는 미래가치이다. 이미 눈앞에 보이는 현재가치, 눈앞에 보이지 않는 미래가치가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아무리 세련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외국 사례를 갖다 놔도, 시민참여단을 설득할 수 없었다고 본다. 안전문제도 마찬가지다. 그 자리에서 인근 지역 주민들을 놓고 신고리공론화를 했다면 안전문제가 먹혔을 수도 있겠지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안전 프레임을 거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우리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면 저쪽은 안전장치를 더 보강하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탈핵의 근본적 가치를 강조했어야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예를 들면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준다, 전 세계적인 동향이 환경·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핵발전은 거꾸로 가는 것이다, 핵발전이야말로 박정희·박근혜 시대 부산물이다, 핵마피아들을 둘러싼 부정부패와 비리 등등. 그리고, 핵발전은 왜 부산·울산·경남에 집중되어 있는지, 전기를 많이 쓰는 것은 수도권인데 왜 수도권에는 못 짓는지 등. 결국 핵발전은 태생적으로 불공정·불평등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더 강조해야 했다. 그것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징표 하나가 20~30대 이탈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하면 공론화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탈핵을 매력 있게 호소하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는데, 잘못된 프레임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용석록: 관련 자료집을 만들 때 시민행동 상황실 내에서 재생에너지와 경제 이야기, 국가 경제 프레임으로 기울어진 것에 대해 비판적인 지적이 있었다. 이후 평가했을 때, ‘왜 그런 과정에 당사자 지역인 울산이 적극 목소리를 내지 못했나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들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 않고, 중앙과 탈핵진영의 전문가에게 맡겨버리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강양구: 하나만 더 예를 들면, 건설 재개 쪽 발표자 중에서 세일즈맨의 하루라는 꼭지로 체코에 핵발전소를 수출하려는 사람의 하루를 연출한 것이 있었다. 핵발전소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가 이것이 없어졌을 때 어떤 피해가 있는지를 호소한 것이다. 쉽게 딱 그림이 그려지는 내용이다. 그런 것처럼 우리는 밀양 할머니의 이야기, 부산과 울산 시민들의 피해, 불안감, 공포가 무엇인지를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었어야 했다.

 

이헌석: 23일 합숙토론에서의 의제 설정과 관련하여서, 중앙시민행동 내부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탈핵진영이 핵발전에 반대하는 주요 논리가 안전문제, 지역의 피해 문제, 그리고 핵폐기물 문제였다. 이런 내용들이 제일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야였다. 그런데 집토끼와 산토끼가 있다면, ‘어차피 집토끼는 지킬 수 있으니, 저쪽에 있는 산토끼를 빼서 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50대 이상의 남성들을 뺏어오기는커녕 결국 20~30대를 뺏긴 꼴이 되고 말았다.

강양구: 시민참여단의 결론을 보면 안전장치를 보강하라는 식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것은 위험을 강조했을 때 뻔히 나올 수 있는 결론이다. 그 대목도 탈핵운동을 내세울 때 과연 효과적인가를 검토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용석록: 그건 좀 다르게 생각한다. 역시나 위험을 강조할 수밖에 없고, 위험성을 강조할 때 직접적인 피해에 대한 주장이 더 필요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백도명 교수의 주민 역학조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저선량피폭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지진으로 인한 사고위험성 등은 일상생활에도 스트레스를 주는 등 지역주민은 핵발전소로 인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가지고 접근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신고리5·6호기가 들어서면 울산시청 반경 30km 이내에 부산·울산 10, 경주 6, 16개가 들어선다. 거기에 지난 1년 동안 총 600번 이상 지진이 일어났다. 활성단층도 62개 있다. 당신들, 어떻게 부산 울산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것을 쉽게 결정할 수 있냐. 이 말만 해도 사람들의 마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정연: 안전 문제를 강조하는 것은 그 상황에서 한계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런 과정들이 있었다면 조금 더 사람들에게 와 닿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강영구: 안전의 문제를 언급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다수 시민들을 상대로 설득하려고 할 때, 핵발전소의 위험에 대해 전혀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저선량 방사선이 인근 주민들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해도, 그냥 자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박정연

 

용석록: 이번에 제일 큰 문제는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프레임을 잘못 짠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사자지역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핵발전의 위험성을 강조했어야 했다. 또 후쿠시마에서 유전자 변형 조사결과라든가, 후쿠시마 공동진료소에서 나온 주민들의 질병 관련 자료들이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 또 하나는 23일 종합토론회를 단 1회만 진행한 것이다. 종합토론을 단 한번 잘못 기획한 것으로 그냥 져버렸다. 시민참여단에게도 단 한 차례로 종결되는 종합토론으로는 양측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를 검증할 시간도 없고, 전혀 숙의할 수 있는 기회가 없게 된 것이다.

 

강양구: 최소한 공론화위원회를 설계할 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했다. 공론화 과정에서 숙의모델에 대한 숙고가 없었다는 점이 그 중 하나다. 당연히 의사를 묻는 것은 좋은데, 공론화라는 방식이 과연 이 문제를 푸는데 맞는 것인지, 적절성에 대한 검토가 더 있었어야 했다. 과학기술의 숙의 모델은 신기술 등 이해 당사자가 별로 없고, 아직 공론화가 되지 않은 것에 적용되는 것이다. 그에 비해 핵발전 문제는 이미 이해 당사자도 많고 공론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사안이다. 사람들은 한번 생각을 가지면 쉽게 바꾸지 않는다. 그 동안 핵발전이 미래 에너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3개월 동안 학습한다고 그 생각을 바꾸리라는 것은 보장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훨씬 더 긴 시간, 더 효과적인 교육이 필요했다고 본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건설 재개 쪽에서 나온 발표자들이 탈핵 쪽 발표자들보다 훨씬 더 합리적 모습으로 보여졌고, 탈핵진영에서 나온 사람들이 상대방을 무시하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로 보였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기본적인 태도 점검이나, 내부 훈련 등이 필요했다.

 

박정연: 언제나 우리의 적은 한수원이나 핵산업계였는데 그들은 항상 강자였다. 그런데 이번 판에서는 상대가 우리와 손을 잡고 함께 경기를 치르는 파트너였다.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전체의 흐름을 짜는 전문적인 컨설턴트 내지 코디네이트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중간에 신고리공론화 보이콧(거부)도 검토되었다는데

 

이헌석: ‘99일 울산에서 열리는 대규모 탈핵 집회에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참여해달라고 추미애 대표와 면담을 가졌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멘붕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신고리공론화 문제는 정치권에서 이슈로 삼아서는 안 된다. 청와대에서 당과 협의하지 않고 단독으로 결정했던 것이라 당과는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차원에서 신고리공론화와 관련해 당내 직함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떤 발언도 하지 마라는 함구령이 내려졌다. 자유한국당이 신고리공론화에 대해 맹공을 하고 있을 때, 정작 함께해야 할 여당에서는 손을 놔 버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서로 다른 스펙트럼을 갖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정말 우리들의 오해, 오판일 수도 있었다. 보이콧 이야기가 나온 직접적인 요인은 시민참여단에 제공될 자료집 내용과 관련된 것이었지만, 사실은 그런 다양한 악순환과 불리한 상황 속에서 제기된 것이었다.

 

강양구: 하지만, 그 시점에서 보이콧을 강행하기에는 너무나 위험요소가 컸다.

 

이헌석: 사실 보이콧은 포괄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것을 요구하기 위해 내걸었던 카드였는데, 결과적으로 하나도 수용되지 않았다. 사실, 신고리공론화 외부에서 환경을 개선시켜내기 위한 전략적 싸움들이 필요했었는데 협업을 못한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울산이나 부산 등에서 확실히 중심을 잡고 보이콧 전술을 썼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참여단에 대한 1차 설문 때부터 건설 재개를 지지하는 여론이 커지기 시작했다. 초기에 중앙시민행동에서는 여론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초기 세팅이 끝까지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론전에서는 완패를 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중단 여론이 훨씬 많았다가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강양구: 이번 신고리공론회를 계기로, 향후 탈핵운동의 분화가 불가피한 것 같다. 어쩌면 향후 운동에도 바람직할 수도 있다. 특히 현재의 문재인 정부 지형 속에서는 때로는 정부랑 밀월 관계를 가질 수도 있고, 때로는 견제 내지 반대를 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한 울타리 안에 묶여져 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지역단체, 서울 단체, 재생에너지 등 각 단체들이 서로 역할분담하고, 어떤 단체는 밀월하고, 또 어떤 단체는 견제하는 식으로. 이번 기점으로 이런 분화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에 정말 밥 힘이 얼마나 센지 볼 수 있었다. 건설 재개쪽은 정말 죽고 살기로 이 문제에 달라들었다.

 

이헌석: 정말 원자력 공학과 교수들이 열심히 했다.

 

강양구: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 때 정말 탈핵에 밥줄을 걸 수 있는 사람들을 다양하게 많이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 공대 학생들이 한꺼번에 공사재개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했지만, 만약 그 안에 재생가능에너지와 관련된 학과가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카이스트도 마찬가지다. 몇 가지 실천 전략들이 있을 텐데, 원자력문화재단을 재생가능에너지문화재단으로 바꾼다든지, 전국의 국립대에 재생가능에너지 학과를 만들어서 연구개발비를 준다든지, 그런 것들이 중요할 수 있다고 본다.

 

신고리공론화 결론이 나왔다.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향후 어떻게 대응해 가야 할까?

 

용석록: 1024() 울산에서 내부적으로 평가 토론회를 가졌다. ‘신고리공론화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 결과를 거부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재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 ‘처음부터 이것은 백지화 투쟁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건설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양한 의견이지만, 신고리5·6호기 건설 반대 흐름은 울산에서 이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박정연: 이것은 수용이냐, 불복이냐의 문제는 아닐 것 같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과정에 우리는 대응한 것뿐이다. 부산 내에서도 다양한 단체들이 같이 하다 보니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분화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운동방향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 좀 더 지역으로, 좀 더 기본으로 돌아가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설득하고 만나야 하는 것은 시민이라는 인식 하에 조금 더 바닥으로 들어가서 새로운 탈핵운동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강양구: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고 또 총선이 있기 때문에 탈핵이슈를 끊임없이 제기하는데 정치적인 지형은 불리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지역 정치인들도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통령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적어도 임기 중에 핵발전소 개수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 ‘신고리5·6호기를 짓는 만큼, 안전이 걱정되는 노후 핵발전소를 수명과 상관없이 조기 폐쇄하라등의 요구들을 주장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용석록: 울산에서 신고리5·6호기 백지화 투쟁을 어떤 식으로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일단은 건설을 지연시킬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대피소나 보호장치 없이 핵발전소를 가동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방식도 있다. 시민 안전과 관련해서 내년 선거에서 후보들한테 요구할 수도 있다. 더 원칙적으로는 세계최대 핵발전소 밀집지역이라는 것인데, 사실 울산에서 지적했던 요소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채 시민참여단의 결정 때문에 결국 건설한다는 것은 울산시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신고리5·6호기 백지화를 앞으로도 계속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헌석: 부산과 울산보다 사실 문제는 서울이다. 그 동안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운동은 몸집을 키워왔다. 그런데 이번에 그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래서 중앙은 자연스럽게 분화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과거처럼 한 덩어리로 모든 것을 받아 안기에는 힘든 상태가 되었다. 오히려 지역은 더 분명하게 싸워나가면 된다. 이번에 드러난 한계는 탈핵운동 네트워크의 한계다. 서울에 있는 단체를 암묵적으로 중앙으로 인정하고 그 논의결과에 대해 그냥 암묵적으로 동의해주는 형태, 중앙이 알아서 하겠지하는 방식이 이번에 무너져버렸다고 본다.

 

강양구: 국회에서 공론회위원회 관련된 토론회가 있었는데 찬핵 쪽 국희위원들이 탈원전 정책도 공론화를 붙이자, 국민투표하자고 했다. 이번 공론화를 계기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의사 결정하는 것에 대해 찬핵진영에서 그런 문제제기가 앞으로 또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에 대해 우려스러운 지점은 문제 회피형이라는 점이다. 싫은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고, 굉장히 무책임한 정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신고리5·6호기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논쟁되고 격렬하게 논쟁되는 것에 대해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데 비판이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될 때 자꾸 이런 방식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환경 이슈 관련해서 지금까지 공론화와 같은 방법으로 이겨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제,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응해 나아가야 할지?

 

강양구: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환경정책 중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문재인 대통령, 측근 그룹,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면면을 보면, 환경문제나 탈핵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항상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신고리5·6호기를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사람이 한두 명이라도 있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그게 지금 문재인 정부의 수준이나 실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아주 강하게 탈핵에 대해 반대하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찬반 논란이 격렬하게 되면 또 이런 방식을 선택해서 문제를 회피하듯이 슬쩍 넘어가려고 할 거라고 생각한다.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면서 문재인 정부 하의 탈핵운동을 고민해야 한다. 결국 이것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 탈핵에 목숨 거는 사람들, 정치인들, 관료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이런 사람들을 자꾸 만들어갈 수 있을 때 설사 문재인 정부가 더 엉터리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쉽게 역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헌석: 그 동안 탈핵운동은 객관적 역량에 비해 부풀려져 있었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 거품이 빠졌다고 본다. 우리의 진짜 역량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탈핵운동의 분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사이가 좋지 않아 분화하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다양하게 내기 위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용후핵연료 이야기가 나오면 지역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 관련 각종 위원회에 들어갈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후 구성에서는 사안별로 분화가 있어야 한다. 탈핵진영 내부에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그런 과정 속에서 투쟁과제 등이 잡혀야 할 것이다.

 

박정연: 우리의 다양한 목소리를 긍정적으로 모으는 방법들을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것을 비판의 형태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모아 넘어가야 할 것이다.

 

용석록: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나서, 현 시점에서 봤을 때 신고리공론화 과정의 내부 평가 이외에 그냥 객관적인 상황은 아주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탈핵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이런 상황을 성과라고 봐야 할지, ‘후퇴라고 봐야 할지 아직까지 판단과 평가를 내리지 못하겠다. 그러나 핵발전소의 문제를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다루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우리가 우리끼리 싸우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의식을 시민들과 형성했다는 긍정적 측면은 확실히 있었다고 본다. 울산에서도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참여를 통해 지역의 탈핵운동 역량을 계속해서 강화시켜 나갈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이후 다음 정권으로 누가 들어설지 모른다. 투쟁의 주체는 당사자 지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리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 윤종호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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