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 관련)2017.12.13 12:35

 

노란 조끼에 빨간 몸벽보를 두른 사람들이 오전 10시가 되면 경주시청 주차장에 모인다.

 

매주 목요일마다 벌어지는 광경인데, 1130일은 12번째 맞이하는 목요일이다. 이날은 7명의 시민이 모였다. 적을 때는 3명이 모이기도 하고, 많은 때는 20명이 함께 걸었다. 노란 조끼에는 까만 글씨로 이주만이 살길이다라는 글귀를 박았다. 빨간 몸벽보에는 고준위핵폐기물 NO’, ‘방사능 NO’, ‘삼중수소 NO’ 등 다양한 글귀가 쓰여 있다. 목요일마다 도보행진을 하는 주인공은 월성핵발전소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주민들이다. 그리고 연대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경주시청에서 출발한 순례단은 천마총까지 시내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시청으로 온다. 10km의 짧은 구간을 점심시간까지 곁들여 천천히 4시간에 걸쳐 걷는다. 오랜 시간 함께 걷다 보면 도보행진은 어느덧 소통의 공간으로 변한다. 포항 지진이 일어난 후인 10번째 도보순례부터 시민들이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97일 도보순례를 시작한 이래 가장 뜨거운 반응이다. “최양식 시장과 경주시의회는 월성원전-지진재난 대책 마련하라!”, 시민들의 응원에 발맞추어 현수막도 추가로 들었다.

 

황분희 부위원장(월성원전 인접지역이주대책위)은 지진으로 인한 반짝 응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라고 했다. 작년 이맘때도 경주 지진 이후에 모두 한마음으로 월성핵발전소를 걱정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월성1호기 폐쇄 반대”,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 반대등을 외치며 한수원 본사 앞에서 데모하는 얼빠진 사람들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같은 주민으로서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한다.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는 2014825일부터 월성핵발전소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전국에서 커다란 탈핵집회가 열릴 때마다 관광버스를 타고 참석했다. 국회 의사당도 여러 차례 방문하여 기자회견을 열고 때론 토론회도 개최했다. 지난 3년 동안 열심히 전국을 누비며 활동했으나, 정작 경주시민은 만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그래서 지난 97일부터 매주 목요일 경주 시내 탈핵순례를 펼치고 있다. 매주 목요일 10시에 경주시청으로 오면 함께 걸을 수 있다.

 

연대의 손길을 기다린다.

 

탈핵신문 2017년 12월호 (제59호)

이상홍 통신원(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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