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외,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 도요새, 2011

 

 

이 책은 후쿠시마 사고 직전인 20111월에 출간되었던 탓에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진 측면이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핵발전의 위험성 인식 자체가 압도적이기도 했거니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너무도 형편없었기 때문에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둘러싼 논박이 맥빠진 상태였던 것도 이유였다. 즉 한국에서는 핵발전으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는 이들도 드물었고, 찬핵론자들이나 핵산업계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은 핵발전 홍보에서 양념처럼 얹어 놓는 정도였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외국 특히 미국의 분위기와 많이 달랐다. 지구를 자율적 생명체로 이해하여 인간의 모든 행위가 지구를 파괴하는 것으로 보는 가이아 이론을 창시한 제임스 러브록 같은 이가 일찍이 핵발전을 강력히 옹호했거니와, 유명한 기후학자 제임스 한센 그리고 신고리5·6호기 공론화 전후로 한국을 방문하여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비판한 마이클 셸렌버거처럼 찬핵 환경운동의 입장을 견지하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찬핵 진영의 논리 속에 기후변화 이슈가 유력하게 등장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파리협정의 본격적 적용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에게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략 재설정이라는 과제가 다가오면서 한국도 기후변화와 핵발전의 관계 문제를 치열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 같다.

 

이 문제를 몇 년 앞서 고민해 온 저자들은 핵발전의 속성과 기후변화 문제의 성격, 에너지 정치의 양태, 경제성과 위험성 등 여러 주제를 오가며 핵발전이 기후변화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점검한다. 계산은 간단하다. 핵발전을 2050년까지 현재 용량의 3배 수준에 해당하는 1GW(기가와트)를 증설하여 석탄 및 가스화력 발전을 대체할 경우 약 50억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2050년까지 기후안정화를 위해 감축해야 하는 이산화탄소 양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폐쇄되는 핵발전소까지 고려하면 세계를 통틀어 한 해에 1기도 늘어나기 어려운 핵발전소가 2050년까지 1천기 가까이, 즉 한 해에 30기 이상 건설된다는 것은 완전히 공상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때문에 저자들이 보기에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핵발전산업의 르네상스가 아니라 오히려 핵발전 신화의 르네상스이다. 핵발전은 미래에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라는 50년 전의 핵발전 신화가 4세대 핵반응로(=원자로), 핵융합, 원자 수소라는 옷을 입고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신화는 왜 재생산되는 것일까? 현대의 위험사회는 기후변화 현상과 그 영향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나듯이 매우 복합적이고 불확실한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우리는 복잡한 위험의 문제를 단순화시키고픈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기후변화를 핵발전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것은 질적으로 서로 다른 복잡한 위험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단순화시키고 기술적인 해법으로 치환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핵발전을 배제하는 기후변화 대응도 결코 단순하거나 만만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핵에너지의 위험과 기후변화의 위협이라는 두 개의 불편한 진실모두를 마주해야 하는 이유다. 일단 책에서 제시하는 대안은 공교롭게도 다시 핵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공론화. 이 책에서는 에너지전환을 통한 기후변화 해결 시나리오를 깊게 다루지 않았지만, 이것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논의다.

 

 

탈핵신문 2018년 1월호 (제60호)

김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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