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2017.12.28 23:04

2017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헌정 이래 초유의 탄핵 사태로 인해 예정 보다 일곱 달이나 빠르게 치렀던 대통령 선거가 5월에 있었다. 덕분에 한국 사회는 처음으로 탈핵·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첫 번째 대통령을 국가수반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새로운 정권 창출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신고리5·6호기 공론화라는 책임 회피성 전략에 휘말리면서 탈핵 진영이 원했던 정책 전환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 12월에는 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의 기조를 구체화시킨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되었다. 역시나 기대와 실망으로 채워진 반쪽짜리 계획이었다. 월성1호기의 폐쇄가 언급되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겠지만, 낮은 전기요금에 기반한 과잉 전력수요의 산정 등은 과거 에너지정책의 적폐가 재현되는 양상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었다. 에너지정책 및 전력계획에 대한 현 정부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발표였다.

 

2017년을 돌아보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탈핵 진영이 외연을 확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권 교체를 통해서 마련된 우호적인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지탱가능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탈핵에 동의하는 세력들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갔어야 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갑자기 획득한 권력에만 의지한 채 지지 세력의 확대에 실패했던 지점이 뼈아픈 한계로 다가왔었다. 예를 들면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과정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탈핵 진영은 무조건 반대만 하는 네거티브 전략에서 탈피해, 신규 핵발전소에 투입될 수 조원의 예산을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포지티브 전략을 마련했었다. 이 과정에서 신고리5·6호기의 건설 중단을 요구했던 탈핵 진영은 환경단체와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주요 핵심 세력이었다.

 

반면에 찬핵 진영은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전면에 나서서 세력을 결집했었다. 이처럼 건설 재개 측의 핵심 주체였던 한국원자력산업회의는 전직 산업부 차관이자 현직 한수원 사장이 회장을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 등의 기업이 참여하는 핵산업계의 대표적인 민간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한국원자력산업회의는 한국원자력학회와 더불어서 공론화 내내 대항 논리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산업회의를 중심으로 한 찬핵 진영은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탈핵 진영의 약한 연결고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했었다. 예를 들면, 탈핵 진영이 제시했던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장밋빛 미래는 허상이라며 공격했었다. , 탈핵발전을 한다고 해서 건설 중단 측이 제시했던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전환되는 게 아니라 천연가스만 확대될 뿐이라며 비판했었다. 여기에 탈핵 진영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시민들로부터 지지를 잃고 말았다.

 

만약에 탈핵 진영이 환경단체나 신재생에너지업계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관련 협회를 끌어들였더라면 적어도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의 비판에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천연가스가 비록 화석연료이기는 하지만 핵발전과 석탄으로부터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의 징검다리 에너지로서 비교적 깨끗한 청정에너지라는 답변을 설득력 있게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한국가스공사라는 공기업도 탈핵 진영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는 없다. 대신에 한국원자력산업회의처럼 천연가스 관련 협회를 통해서 우회적으로 참여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한국의 가스업계도 공론화 과정에서 손 놓고 있었음을 뒤늦게 이제야 후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과오는 미래의 발전을 위한 토대로 삼아야 한다. 다가오는 2018년에 탈핵 진영은 청와대만 바라보지 말고 지지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치권, 지역사회, 노동운동, 유관업계 등으로 세력을 늘려나가지 못한다면 탈핵 운동의 추진력은 소멸되고 말 것이다. 현 정부의 남은 임기 4년 동안 얼마만큼 세력을 확대하느냐가 향후 60년 탈핵 에너지전환의 성패를 결정짓는 관건일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탈핵신문의 경우에도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핵발전과 관련해서 날카로운 비판적 관점을 유지하고 사실에 기반한 자료와 기사를 축적해나가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신문과 기사는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야지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새해에 탈핵신문은 독자를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한국 사회의 에너지 전환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제도권 언론들과의 협력을 통한 공동 게재로 독자를 늘릴 수 있고, 유관 기관 및 시민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해서 탈핵신문을 배포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일 수 있다. 아무쪼록 2018년은 탈핵신문과 탈핵 진영이 외연을 확대해서 핵 없는 세상이라는 장거리 마라톤의 든든한 초석을 다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탈핵신문 2018년 1월호 (제60호)

진상현(경북대학교 행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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