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2018.03.06 16:35

작년 12, 2030년까지 국내 총 발전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산업부가 발표했다. 정량적 목표 달성과 국민 수용성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여러 고민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책의 구체성과 실효성 측면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재생에너지 강국 덴마크의 교훈

 

독일은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선진국으로 잘 알려졌다. 그런데 독일 역시 자기보다 10년 앞선 덴마크의 에너지 정책을 벤치마크 했었다. 덴마크엔 과연 어떤 특별한 점이 있었을까.

 

덴마크가 재생에너지 정책을 처음 도입한 것은 1970년대에 두 차례의 석유파동(Oil Peak)을 겪은 뒤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대부분 핵발전을 대안으로 선택했었다. 하지만 덴마크는 후세에 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핵발전 대신 풍력발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시민들이 풍력발전소에 투자하면 7~9% 정도의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이고 일관된 에너지 정책을 펼쳤다.

 

2017년 말 기준, 덴마크는 국가 전체에서 필요한 전력과 열에너지의 약 63%를 재생에너지로부터 얻고 있고, 지역에 따라 발전소 별로 총 사업비의 약 20~80%는 시민들이 직접 투자하고 소유한 발전소다. 또한 전 세계 해상 풍력의 80%를 보급한 세계 1위 경쟁력의 풍력기업인 베스타스(Vestas)와 관련 산업을 육성시켰다. 현재는 전체 국민의 3~4% 정도가 재생에너지 산업에 종사하는 재생에너지 강국이 되었다.

 

그리고 십여 년 전부터 주변 유럽 국가들 간 전력 거래가 가능한 슈퍼 그리드(Super Grid)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 간 에너지 거래가 가능한 스타트업(벤처기업)도 여럿 생겨나며 계속해서 에너지 신기술과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처럼 덴마크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피플 퍼스트(People First)!’ 즉 시민이 가장 우선적으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이었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한 시민들에게 먼저 이익을 공유하는 안정적인 정책이 있었기에 입소문으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났고, 이를 통해 관련 산업 및 국가 경제가 발전하는 시민으로부터의 혁명을 만들어냈다.

 

대규모 재생에너지만? 시민 참여 법제화 필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덴마크와는 정반대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의 초기 5년간 진행될 내용을 보면, 정부에서는 농촌진흥구역, 절대농지 등 입지 규제를 완화하고 해당 부지에 대기업이나 큰 자본가 중심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전형적인 하향식 접근이고, 시민들은 일부 농촌이나 펀드 등 소규모 사업에만 참여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놀라운 사례를 접하게 되었다. 강원도 ○○군에서 약 100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개발하는 한 기업이 허가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발전 사업에 구체적인 시민참여 계획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점점 더 악화되는 시민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민참여 계획을 제출하는 자구책을 만들게 된 것이다. 결국 그 기업은 우리 회사에 시민참여형 사업을 의뢰하였고, 현재 함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서 3020 목표 달성과 국민 수용성 향상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규제 완화와 강력한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시민참여형 사업은 최소 발전소 이격거리 기준 등 입지 및 인·허가 규제들에 대해 그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 또 수천 명 이상의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참여하기 위해 이익 분배와 민원 대응과 같은 높은 운영비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적정한 인센티브 제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각종 편법과 불공정 거래로 시장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일부 문제적 사업자들을 감시하고 감독할 수 있는 독립적인 감독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또한 개발행위 허가 조건으로는 단순히 주민 동의서가 아니라 덴마크처럼 총 사업비의 20%를 최소 시민투자 비율 의무화 및 시민참여 계획 제출을 법제화하는 것이 민원이나 인허가 문제 해결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다 지속가능한 접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세대 포용하려면 참여 방법도 변해야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정보에 대한 욕구가 높고 인터넷이 늘 연결된 환경에서 나고 자라 어떤 정보든 온라인을 중심으로 공유한다. 덴마크나 독일은 이러한 10~30대 사이의 밀레니얼 세대가 재생에너지 전환의 새로운 중심에 있다.

 

새로운 에너지 시민들은 정보통신기술(IT)을 기반으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동등한 참여 기회와 열린 소통을 지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시민 생태계는 여전히 1980~90년대에 머물러 있고,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없던 대다수의 시민들이 에너지 시민으로 거듭나려면 우리의 시민참여 방식이 변화해야 될 것이다. 소수 결사체 중심의 소수 기성세대의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밀레니얼 세대까지 품을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시민 생태계가 우리의 희망이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탈핵신문 2018년 3월호

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