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2018.03.06 16:56

최근 일본에서 고준위 핵쓰레기를 둘러싼 논의가 떠들썩하다.


그 계기는 2017년 7월 28일, 일본 경제산업성의 고준위 핵쓰레기 ‘과학적 특성 맵’ 공개였다. 이 지도에서는 화산활동, 단층활동, 융기·침식 등 지하 심부의 장기 안정성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지역을 오렌지색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광물자원이 존재해 장래 채굴 가능성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지역을 은색으로 표시했다. 이런 문제가 없는 지역을 ‘바람직한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으로 녹색으로 표시하고, 그 중 해안선에서 20km 이내를 ‘수송 면에서도 바람직한 지역’으로 짙은 녹색으로 표시했다. 이 지도에 따르면 약 900개 지자체가 안전하게 처분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고, 일본 국도의 약 30%가 수송 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고준위 핵쓰레기 최종처분장 과학적 특성 맵

 

출처, 일본 경제산업성


고준위 핵쓰레기 처분장 부지 선정을 담당하는 일본 NUMO(원자력발전환경정비기구)는, 작년 10월부터 ‘과학적 특성 맵에 관한 의견교환회(이하 의견교환회)’를 전국적으로 진행했다. 그래나 이 와중에 NUMO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사건이 터졌는데, ‘의견교환회’ 토론자로 참여한 대학생 12명에게 1인당 일당 1만 엔을 NUMO가 지불한 사실이 드러났다(탈핵신문 59호, 2017년 12월호 9면 참조). 일본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숱한 비판을 받은 NUMO는 일단 일시적으로 의견교환회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정부 주도의 논의 진행에 저항하는 일본 시민단체가 있다. 국제청년환경 NGO ‘A SEED JAPAN’이다. A SEED JAPAN은 고준위 핵쓰레기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인 2017년 4월에 ‘핵 쓰레기 과정을 공정하게!’ 프로젝트(이하 ‘핵 공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핵폐기물 총량규제를 안 하고, 지층처분이 유일한 처분방법이라는 전제하에 처분장을 정하는 것이 ‘현세대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핵 공정’ 프로젝트는 청년 입장에서 핵발전 제로를 정하고 핵쓰레기 총량을 규정한 후, 지층처분 이외에 다른 가능성도 주제에 포함시키면서 폭넓은 의견수렴을 하는 것이 진정한 ‘현세대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대학생 동원 사건에 대해서도 NUMO, 경제산업성 등 핵 관련 이해당사자를 뺀 검증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핵 공정’ 프로젝트는 2018년 2월에 심포지엄 ‘검증! 핵쓰레기 최종 처분지 선정 전에 해야 할 것-동원되지 못하는 청년이 생각하는 ‘현세대의 책임’을 개최했다. 발표자 6명을 모두 20대와 30대로 구성했다.


일본 오카야마현(岡山縣) 자치노(自治労, 全日本自治團體勞動組合) 본부 이시마루 유수케(石丸裕介) 씨는, 일본 정부가 오카야마현에서 고준위 핵쓰레기용 갱도 굴착 실험 실시 또는 지하 레저시설 ‘월드오아시스 구성’을 내세우며, 실제로는 고준위처분장 선정을 획책해 온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저항하기 위해 오카야마현에서는 모든 기초 지자체가 공식적으로 처분장 거부 입장을 표명했음을 밝혔다.


주라쿠 고타(寿楽浩太) 도쿄전기대학교 준교수는 일본정부가 고준위 문제를 부지선정 문제로 국한해서 다뤄왔다고 비판했다. ‘지층처분으로 안전문제는 해결되었다’며, ‘지역주민의 불안만 해소하면 되고 그 수단으로 지역보상 정책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숙의를 통한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것도 가치 선택의 사회적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지 추진 측에 의한 사회적 수용성 촉진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NUMO는 이런 청년들의 문제제기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모양새다. NUMO는 대학생 동원 사건을 위한 조사팀을 구성하고 그 결과 보고서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대학생 동원은 NUMO가 ‘의견교환회’ 진행을 위탁한 업체가 단독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위탁업체의 위험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후 NUMO가 가능한 한 직접 기획한다고 발표했다. 완전한 미봉책이다. 조사팀을 구성한 4명 중 3명이 NUMO 관계자였다.


한편, NUMO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며, 지난 2월 21일 다시 ‘의견교환회’를 시작했다. 이에 ‘핵 공정’ 프로젝트는 ‘의견교환회’ 개최 장소 앞에서 “NUMO 자격 없다! NUMO는 해체하고 다시 출발하라!”라는 현수막을 걸고 항의행동을 했다. 물론 모든 문제의 근원은 NUMO가 아니다. NUMO는 핵을 추진하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허가한 인가법인이고 ‘앞잡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처분장을 선정하고 핵발전을 온존하려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일본에서 고준위 핵쓰레시 공론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 고준위 핵쓰레기 처분장 부지 선정을 담당하는 일본 NUMO는, 작년 10월부터 사회적 공론화 과정으로 ‘과학적 특성 맵에 관한 의견교환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금을 주고 대학생을 동원한 사실이 들통 나면서, 일본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계속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 2월 21일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 없이 ‘의견교환회’를 다시 시작하자, 일본 시민단체는 “NUMO 자격 없다! NUMO는 해체하고 다시 출발하라!”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항의행동을 진행했다.

 

타카노 사토시(대구 통신원)

탈핵신문 201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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