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슈2018.03.06 17:13

119~20, 대전탈핵지역대책위 주최, 대전핵처리실험저지30km연대 주관

 

지난 119~20일 양일 간, 대전 유스호스텔에서 제3차 전국탈핵활동가 대회가 열렸다. 부산, 경주에 이어 세 번째로 탈핵지역대책위가 주최하고 대전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가 주관한 대회로 전국의 탈핵활동가들이 교류하고 주요 현안들에 대한 생각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번 대회의 개최지가 대전이었던 것은 고준위핵폐기물-핵쓰레기가 주요 현안이며, 핵재처리실험 저지 투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신고리5·6호기 공론화로 신규핵발전소 건설과 탈핵의 시작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둘러싼 논쟁이 진행 중이고, 풀 수 없는 난제 핵쓰레기 문제와 탈핵 운동의 근본에 대한 물음이 다시 제기되는 시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탈핵운동 진영의 분화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탈핵활동가대회는 이런 대내·외적인 문제의식과 함께 그동안 진행된 대회의 연대와 교류라는 기획도 담아야 했다. 쉽지 않았다. 연기와 취소 등의 의견도 나왔지만 고비를 넘는 게 중요하고, 그래야 연속성이 있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대전은 다른 현안지역보다 대도시이고, 젊은 층과 여성, 가족들의 참여가 높은 지역이다. 또한 전국의 중심이기에 빠른 전파와 공유가 가능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대회의 기획을 짜고 준비하고 전국의 활동가들과 소통하면서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전 지역 주민들과 각지의 탈핵활동가들, 함께 의지와 열정을 모아준 많은 분들의 헌신으로 대회가 성사되었다. 경주 나아리 주민들의 고통스런 절절함과 영광의 촌각을 다투는 안전 문제, 매일 매일 전해지는 지진 소식에 경계를 오가는 포항 시민들, 영덕과 삼척, 부산과 울산 등 현안 지역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평화롭고 안전한 삶을 위해 분투하는 분들이 함께 만든 장이었다.

 

첫째 날 대전지역 주민들과 어린이들이 활동가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첫째 날, 한국원자력연구원 앞 기자회견 후 연속 강연과 핵쓰레기 문제주제토론

 

특별히 일본에서 생생하고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열정적인 강의를 해 준 사와이 마사꼬 선생과 반전평화 운동의 관점에서 국제 연대를 몸소 실천하고 계신 AWC 한국위원회의 허영구 대표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60대의 나이에도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늘 현실의 변화를 놓치지 않는 성실함과 공부하는 모습으로 깊은 통찰을 하는 운동가의 전형으로 깨우침을 주는 분들이다.

 

첫째 날, 한국원자력연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한 것은 상당히 의도적이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대전이 탈핵 운동의 당사자 지역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대전이 핵공단이고, 핵사고의 위험이 가장 높으며, 심지어 인구 밀집도도 매우 높다는 걸 알지 못한다. 더구나 해법 없는 핵쓰레기 문제의 대안이라면 감행하려는 핵재처리실험-파이로와 고속로 연구의 주체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있는 곳이다. 핵마피아의 산실이자, 핵발전 진흥 정책 적폐의 상징 앞에서 안전과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의지를 표명하는 활동가 대회의 서막을 알리는 것은 매우 정치적인 것이었다.

 

하나로원자로, 고준위핵폐기물과 중·저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 다양한 핵물질 관련 실험, 핵연료봉 생산 공장이 있는 대전은 전국적인 탈핵 운동 확장의 역할을 부여받고 있고 스스로 자임하고 있기도 하다.

 

첫째 날 프로그램은 사와이 마사꼬 선생의 핵쓰레기와 재처리강연, 허영구 대표의 반핵인가, 탈핵인가 : 핵발전과 핵무기, 그리고 평화운동강의, ‘핵쓰레기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주제 토론으로 이어졌다. 중간에 대전지역 주민들의 공연과 3·11 후쿠시마 7주기 행사 안내가 이어졌고, 핵심 토론인 핵쓰레기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영광, 영덕, 부산, 울산, 대전 등 지역과 AWC가 함께 했다.

 

결론적으로 핵쓰레기는 답이 없다. 그 어떤 나라나 인류도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최소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멈추는 것,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 이미 쌓인 핵쓰레기들을 가능한 수준에서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 그 이상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다만, ‘현실조건이라는 것으로 그 분명한 길에 이르는 다양한 고민과 방안들이 지역별로 혹은 영역별로 다르게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시간이 부족할 만큼 각각의 영역에서 생각과 고민들이 치열했고, 숙제를 많이 남겨준 시간이었다.

 

첫째 날 진행된 주제 토론 핵쓰레기 문제,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지정 토론자들이 먼저 의견을 개진했고, 객석에서도 의견들이 쏟아졌다.

 

 

둘째 날, ‘탈핵로드맵, 무엇부터 할 것인가오픈 스페이스 방식으로 진행

 

이 고민들은 둘째 날 우리의 탈핵로드맵, 무엇부터 할 것인가?’에서 오픈 스페이스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시민단체 중심의 탈핵운동에서 보다 많은 시민들,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 방식, 확장을 위한 새로운 기획과 시도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다.

 

정권이 바뀌고, 국민들의 인식도 조금은 변화되었다. 탈핵 운동은 기로에 서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82년이긴 하지만 탈핵을 방향으로 선언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현실적인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적폐 청산 요구가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탈핵이라는 궁극적인 방향에 한층 접근하고 있는가? 핵쓰레기 문제는 정치와 협상의 대상인가? 핵발전과 핵사고는 준비되고 협상할 수 있는 문제인가? ‘문제는 정권 혹은 당대의 문제인가? 등등.

 

어렵고 혼란한 때 일수록 우리는 근본과 원칙을 되새겨야 한다. ‘모든 핵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는가?

 

여전히 핵발전은 계속되고, 지진은 일상이 되었고, 핵마피아들은 청산되지 않았다. 하지만 촛불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비상식적인 것들의 일부가 제자리를 찾고 있다. 청년들의 미래는 여전히 암울하고, 일자리는 줄고 삶의 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핵쓰레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쌓이고 있다. 인류는 이 문제를 풀 수 없고, 감당할 수도 없다. 변하지 않는 진실은 이것 뿐.

 

3차 탈핵활동가대회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과 마음을 보태 주신 분들에게도 늦었지만 고마움과 연대의 인사를 전한다.

 

지난 119, 3회 탈핵활동가대회 첫째 날 참가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이경자(대전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 집행위원장)

탈핵신문 201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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