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2018.04.16 16:12

소와 흙신나미 교스케 지음, 우상규 옮김, 글항아리, 2018. 3

 

이 책은 2011311일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 이후 사람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방사능 오염구역에 살고 있는 소들, 그리고 그 소들을 보살피며 고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취재한 르포이다.

 

소는 그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있었고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땅이 고선량 피폭되어 많은 소들이 굶어죽거나 살처분 외에는 길이 없다고 했지만 그들은 굶어죽은 소, 살처분된 소에게도 자신과 똑같이 태어난 날이 있고 젖을 먹은 날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또한 사람이 행복한 죽음에 대해 성찰하듯이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해 온 소의 죽음 또한 고귀하게 존중받아야함을, 쓸모없어져 버린 상품을 폐기하듯 안락사라는 이름의 대량 살처분은 아니어야 한다고 눈물짓는다.

 

그러면서도 소를 버리거나 살처분한 사람들의 고통도 이해한다. 모두 핵발전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땅을 잃고 고향을 잃은 것은 같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흙에 가깝고, 대지와 이어져 살고 있다. 소가 배설한 똥은 곧 흙이 되고 식물을 키우고 그 식물이 다시 소를 낳아 기르고 소가 죽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스스로를 흙으로 돌려준다는 삶과 죽음의 순환은 경이롭기만 하다.

 

책을 읽은 내내 인간이 사육하던 가축이 저절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상품이 되지 않는 소를 언제까지 키우고 보살필 수 있을까? 그건 과연 그들만의 몫일까? 이런 의문들이 들었다.

 

그들은 도쿄전력과 정부를 상대로 제한구역에서 소를 보살필 수 있도록, 이 모든 고통과 절망을 보상해줄 것을 끈질기게 요구하며 싸웠다. 그리고 소가 땅의 오염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됨을 알고 적극 조사에 협력했다.

 

그들에게 과연 안락사 처분에 맞서 소를 계속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자신의 삶의 의미를 둘러싼 투쟁이 아니었을까? 소를 살리는 것은 곧 흙을 살리는 것이고 그 땅에서 끝내 사람이 다시 살아가기 위한 그 희망을 소에게서 본 것이 아닐까?

소들은 자신의 야성으로 살아가고, 서로 의지하며 돌본다. 인간이 오염시키고 버린 땅을 다시 살리고, 일구어낸다. 소가 끝내 인간을 살리다니, 너무 감동스런 일생이다.

 

귀환곤란지역에 사람도 농작물도 없지만 소가 살아 있다면 땅이 살아 있을 것이고, 그러면 그 땅에 벚나무를 심어 사람들이 꽃구경을 오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들은 소를 빗대어 마치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모든 문명의 해악과 폭력을 이기고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하는 기쁨과 슬픔에 관해서 말이다.

 

핵발전소는 더 이상 재가동하지 않고 더 이상 건설하지 않아야 한다. 10만년 동안의 죄이다. 그러나 흙과 대지에는 방사능의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치할만한 다양한 시간이 있다는 것을 나는 후쿠시마, 죽음의 땅에서 살아가는 소에게서 배운다.

남은 소와 운명을 같이 하면서 망가진 나미에정의 원통함, 원전 사고의 비참함을 전하고 싶어요. 일본이 원전 재가동을 향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려할 때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분한 마음을 품은 채,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가득한 나마에정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시한폭탄의 스위치가 돌아가는 거라고. 소들은 산증인이에요. 재가동에 항의하는 살아있는 상징입니다!”

 

탈핵신문 2018년 4월호

임미화(어린이책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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