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2018.04.16 17:12

 

 

김경수·이훈 국회의원과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이 공동주최하고,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사회경제학회, 산업노동학회, 사회공공연구원, 전국공공운수노조,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가 주관한 한국사회 에너지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쟁점과 과제토론회가 지난 31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토론회는 3부에 걸쳐 7꼭지의 발제와 및 종합토론이 진행되었는데, 1, 첫 번째 에너지전환의 정치발제를 맡은 김수진 교수의 주요 발표 내용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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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619일 한국의 최초 상업용 핵발전소인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관련 로드맵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2030년대까지의 핵발전소 운영 상황만 제시되었을 뿐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핵발전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말하면서 정작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마지막 핵발전소의 설계수명이 완료되는 2080년대 초까지 핵발전소가 운영되는 셈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과 2080년대까지의 핵발전소 운영은 모순이다. 탈핵 정책의 근거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면, 그 논리적 귀결은 대안이 마련되는 대로 핵발전에서 가능한 빨리 탈피하는 것이다. 즉 재생에너지의 확대 속도가 핵발전소의 폐쇄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 에너지전환의 장기 비전이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 316() ‘한국사회 에너지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쟁점과 과제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 등의 주최로 진행되었다. 사진출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그렇다면 누가 이러한 비전을 수립해야 하는가?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행정 관료의 몫이지만,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정치의 몫이다. 핵발전정책에 관한 한 지금까지 정책을 입안하는 정치 기능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정책을 집행하는 차원의 관료적 기능인 핵발전 행정만 존재했을 따름이다. 핵발전 정치의 부재(不在) 현장을 거슬러 살펴보자. 핵발전과 관련된 국회 상임위원회의 회의록이나 국정감사자료를 살펴보면, 2000년대 후반까지 여당과 제1야당 사이에 핵발전에 대한 정당 간 입장 차이는 사실상 없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기치로 핵발전 확대 정책을 천명한 이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서서히 핵발전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정강이나 공식 정당 정책 차원의 수준은 아니었다. 2003년 부안에서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었을 때는, 오히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방사성폐기물처분에 대한 대책 없는 핵발전소 건설을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이 역시도 정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었고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구체적인 정책 입안 노력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정당 간 입장 차이가 없으니 핵발전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발언은 그냥 개인별 견해나 주장에 불과할 뿐이었다. 예컨대 신고리핵발전소 등 핵발전소 건설이 승인되기 전에 주기기 계약이 이루어지는 관행에 대해서도 같은 정당의 같은 상임위 의원들 간에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지역구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이런 사안들에 대해 정당의 일관된 입장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관행이 잘못되었다는 국회의원들의 지적은 행정부의 정책 집행 행위에 아무런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한수원은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핵발전소를 건설한다는 명분으로 핵발전소 건설에서 불거진 절차상의 문제를 정당화시켰다.

 

핵발전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핵발전에 대한 각종 이슈가 정치적으로 논쟁되지 않았다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핵발전을 둘러싼 갈등이 정당정치를 통해 대변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공적인 정당의 주된 존재 이유는 사회 갈등을 조직하여 대변하고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갈등의 본질과 현상을 설명하면서 갈등을 사회화시키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정당들이 각자 대안을 제시하고 공적인 논의의 장에서 경쟁하면서 갈등 해결방안을 민주적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후보지 지역주민의 반대운동이 일어나고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갈등은 정당정치를 통해 전혀 대변되지 않았다. 특히나 방사성폐기물 처분과 핵발전소 건설 문제를 연계시키는 정치적 논의는 거의 없었다. 관련 상임위에 소속된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으나 현재까지 어떤 책임있는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핵발전 정치의 부재는 결국 무책임한 정치로 귀결된다. 독일에서는 1970년대 중반 이후 핵발전소,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재처리공장, 고속증식로 건설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쟁이 본격화되자 연방의회가 1979년 핵발전정책을 검토하는 앙케트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사회적으로 찬반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핵발전 문제에 대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노력을 취하지 않는다면 의회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앙케트위원회 1980년 보고서, 5).

 

그렇다면 책임 있는 에너지전환의 정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왜 에너지전환이 필요한지에 대한 당위성을 확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에너지정책의 주요 원칙으로 간주되는 에너지공급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등의 논리에 정책 방향을 상실할 수 있다.

 

막스 베버(Max Weber)소명(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는 두 가지 윤리, 신념윤리책임윤리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용어를 빌리자면, ‘에너지공급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의 원칙은 에너지정책을 책임 있게 구현하기 위한 책임윤리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 ‘책임윤리가 구현되는 곳은 정책 수행의 영역이다. 반면 에너지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인의 신념윤리이다. 지속가능한 발전, 기후변화 대응, 세대내 및 세대간 형평성의 달성, 안전한 대한민국의 구현 등이 지금 우리가 왜 에너지전환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정당성을 제공한다. 에너지전환의 정치는 이러한 신념윤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필자는 믿는다.

 

 

김수진(고려대 BK21플러스 BEF 경제사업팀 연구교수)

탈핵신문 201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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