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슈2018.12.24 21:41

태극기부대·핵산업계·자유한국당 3단 합체

신울진 3·4호기 건설재개 서명운동 시작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이후 찬핵진영이 다시 뭉쳤다.


지난 13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발대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해서 서명운동본부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은 강석호, 이채익, 정운천, 최연혜 국회의원과 전찬걸 울진군수 등이 참석했다. 또한 한수원 노조와 전국원자력학과장협회, 원전산업활성화협의회 등도 참여했다. 이들은 예전부터 핵발전을 옹호하고 신울진 3·4호기 건설 등 한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그리 새로운 조합은 아니다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발대식 모습 ⓒ이채익 국회의원 페이스북


 

특이한 것은 이날 행사 공동추진위원장과 참여 단체에 ‘나라지킴이고교연합’이 함께한 것이다. 이 단체는 대표적인 태극기 단체 중 하나다. 조선일보는 지난 8월 27일자 기사에 2016년 11월 시작된 태극기 집회의 주도권이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으로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탄기국은 박사모, 어버이연합, 나라지킴이고교연합, 전군구국동지회 등이 연합한 단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탄기국은 폭력 집회 등으로 주요 인물이 구속되는 사건을 겪으며 사실상 활동이 멈췄다. 하지만 ‘나라지킴이고교연합’은 이후에도 계속 “좌파 척결”, “척결하자 종북세력”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활동해 왔다.


‘나라지킴이고교연합’은 지난 7월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집회에서 “촛불끄고, 원전 켜라”는 피켓을 배포하며 집회를 벌였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에 대한 부정과 핵발전에 대한 사랑을 함께 담고 있는 이 구호는 현재 서명운동 본부가 공유하고 있는 정서이기도 하다.


최근 자유한국당 내부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전체를 통합해야지, 누구랑 이야기 못한다고 선을 그을 것이 아니다”며 태극기부대와의 통합에 긍정적 발언을 했다. 한편에서는 태극기 부대 중 일부 세력이 자유한국당 입당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서명운동본부 발족은 그간 원자력공학과 교수와 한수원 노조 등 핵산업계를 중심으로만 활동했던 찬핵진영이 자유한국당과 태극기 부대와 결합하면서 점차 세를 넓혀가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또한 이들이 ‘원전 세일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올해 4월, 핵산업계는 광화문 광장에서 ‘원전 수출 국민통합대회’를 열면서 정부가 핵발전소 수출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은 “세계로 원전 수출, 하나로 국민통합”이라는 슬로건으로 핵발전소 수출이야 말로 세계 평화의 길이며, 대한민국 번영의 길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서명운동본부에서는 핵발전소 수출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졌다. 올 초까지 핵발전소 수출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적극 발언했던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변화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일본의 영국·터키 핵발전소 건설 좌초 등 국제 핵산업계 상황이 나빠짐에 따라 해외 수출이 아니라 신울진 3·4호기 건설을 통한 내수시장 확보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어려운 수출보다는 내수시장이라도 확실히 지키는 쪽으로 정부를 압박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당분간 찬핵진영의 공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찬핵진영은 지난 가을 “태양광 중금속 논란” 같은 가짜뉴스 확산, 대만 국민투표 직후 국민투표 요구처럼 사회적 파장력이 있는 이슈를 계속 제기해온 바 있다. 그러나 조직력이 필요한 서명운동은 찬핵운동 입장에서는 처음이다. 그간 청와대 청원 게시판 등에 탈원전 반대 청원은 많았으나 의미 있는 숫자의 청원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과 태극기부대의 결합이 핵산업계에 얼마나 큰 힘이 될 지는 지켜보아야할 대목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탈핵신문 2018년 12월호(복간준비호)

Posted by 석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