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평화, 해외2018.12.25 00:57

핵발전소 수출국가 국민의 책임

"필리핀·베트남·인도 반핵운동은 목숨 위협받는 싸움"

정수희 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전 세계 200여개의 나라 중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 중인 나라는 38개국(건설 중, 폐로 국가 포함)이다. 이중 아시아 국가는 중국, 일본, 한국, 인도를 포함해 12개 나라가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 반핵아시아 포럼에는 공식적으로 핵발전소를 운영하거나 건설 중인 나라가 아닌 필리핀에서 개최되었다. 그리고 단 1기의 핵발전소도 없는 베트남 활동가들이 이번 반핵아시아 포럼에 참여했다. 이들과의 만남은 한국에서의 반핵운동이 새로운 상황과 과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려줬다.


지난 11월 12일(월)부터 15일(목)까지 4일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2018 반핵아시아 포럼이 열렸다. 올해로 25번째 개최된 반핵아시아 포럼엔 7개국의 반핵동가들이 참가했으며, 한국에서는 필자를 포함해 4명이 참가했다.


1986년 완공을 1년 앞두고 건설을 중단한 필리핀 바탄 핵발전소. 독재정부가 무너지면서 핵발전소 건설 역시 중단되었다. ⓒ정수희


마닐라 시내에서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진 필리핀 대학교에서 진행된 반핵아시아 포럼의 첫 일정은 각 참여국의 에너지정책 현황과 반핵운동의 쟁점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반핵아시아 포럼에 참여한 일본의 활동가들은 일본정부의 핵발전소 재가동 시도와 후쿠시마 주민들의 삶을 중심으로 탈핵의 필요성을 이야기 했다. 대만의 활동가들은 또 다시 도전 받고 있는 대만의 탈핵정책과 제4 핵발전소 건설 재개 움직임 및 국민투표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렇게 좋은 핵발전소라면 당신네 나라로 가져가라”


참가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 활동가는 단연코 인도의 활동가였다. 인도 정부는 개발을 이유로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고, 이에 저항하는 주민들을 혹독하게 탄압하고 있었다. 인도의 활동가는 “그렇게 좋은 핵발전소라면, 당신네들 나라로 가져가라”고 목소리 높여 말했다.


터키에서 온 활동가는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터기 핵발전소 건설을 정당화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나라에서의 반핵운동을 함께 고민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번 반핵아시아 포럼에 참여한 활동가 중 핵발전소가 1기도 없는 나라들이 있었다. 바로 개최국인 필리핀과 베트남이다.


필리핀은 1986년에 완공을 1년을 남겨두고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했다. 말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핵발전소가 필리핀의 ‘바탄핵발전소’다. 필리핀 핵발전소 건설은 독재정부 시절 추진되다가 독재정부의 종식과 더불어 막을 내리게 되었다. 한때 필리핀 반핵운동은 필리핀 민주화 운동과 맥락을 같이 하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핵발전소 건설이 중단되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필리핀의 핵마피아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핵마피아들이 필리핀 핵발전소 건설 재개를 지속적으로 시도해 왔고, 바탄지역 주민들은 아직도 반핵 셔츠와 버튼을 제작해 가며 반핵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베트남은 러시아와 일본의 지원 아래 4기의 핵발전소가 추진되었지만 지난 2016년에 최종적으로 건설이 백지화 되었다. 여러 언론에서는 베트남 경제상황이 나빠져 핵발전소 건설이 중단되었다지만 베트남 지식인들과 건설 예정지역 주민들의 헌신적인 싸움이 밑바탕이 되었다.


한국과 일본, 대만과는 달리 필리핀과 베트남, 인도에서의 반핵운동은 목숨을 위협받는 싸움이었다. 우리는 반핵아시아 포럼 기간 내내 활동가들의 안전을 위해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SNS 등에 공유하지 말 것을 당부 받았다.


한국에 핵발전소 수출 정책 중단 요구


터키에서 온 활동가는 각 나라별로 민주주의의 진행 정도가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반핵운동을 성공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 터키를 비롯한 여러 나라 활동가들은 핵발전소를 수출하는 나라 특히 한국에 대한 핵발전소 수출 정책 중단을 요구했다.



이번 반핵아시아 포럼에서 한국의 모순적이고 부도덕한 탈핵정책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60년 뒤 탈핵이라는 황당한 탈핵정책 만큼이나 자국의 산업 육성을 위해 핵발전소를 수출한다는 한국의 핵산업 수출 정책은 부도덕함을 넘어 야만적이다. 지금도 개발도산국의 활동가들은 신변의 위험을 받으면서도 반핵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한국의 반핵운동은 일본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지역 활동가들의 지원과 도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타국민의 고통을 우리와 무관한 일로 외면하며 국제연대를 등한시하거나 후순위로 미뤄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1993년부터 핵산업의 수출을 진행해 왔다. 우리는 최소한의 양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한국의 핵산업 수출 정책을 멈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바탄주민들과의 만남에서 참가자들이 현수막에 응원메시지를 적었다. ⓒ정수희


마지막으로 필리핀 활동가들에게 감사하며 글을 마친다.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필리핀 활동가들은 참가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포럼 장소와 숙소, 식사 등에 많은 신경을 썼다. 또한 바탄 화력발전소 지역탐방과 주민들의 만남, 폐쇄 된 바탄핵발전소 견학과 바탄 반핵운동 주민들과의 만남은 소중한 경험이다. 특히 일정이 끝난 다음날 까지 참가자들의 귀국일정을 챙겨주던 코라손 할머니의 포근하고 따뜻한 미소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탈핵신문 2018년 12월호(복간준비호)

Posted by 석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