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란 무엇인가?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 대표)


* Intro

2007년 국가에너지위원회 사용후핵연료 TF(테스크포스, 작업반)가 만들어져 활동하던 때의 일이다. 회의를 마치고 위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갔는데, 입구에 걸려 있던 안내판에 상용후 행연로 TF’ 라고 써 있는 것이다. 아마 전화로 식당 예약을 했을 텐데, 식당에서 사용후핵연료란 말이 익숙하지 않아 그냥 들리는 대로 쓴 모양이었다.

5천만명에 이르는 우리 국민 중에서 사용후핵연료란 말을 제대로 불러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종종 원전과 핵발전소가 같은 것인지를 묻는 이들을 만나는 상황에서, ‘사용후핵연료란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전문가들의 대화가 되는 현실에서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탈핵신문은 앞으로 3차례에 걸쳐 사용후핵연료 관련 내용과 논의를 소개코자한다.

 

 

 

사용후핵연료란 무엇인가?

사용후핵연료는 말그대로 핵발전소에 사용하고 남은 연료를 의미한다. 핵재처리 시설이 없는 우리나라는 흔히 사용후핵연료와 고준위핵폐기물을 같은 용어로 사용하는데, 사용후핵연료 이외에는 고준위핵폐기물이 없기 때문이다. 자연상태에서 채광한 천연우라늄은 우라늄-235(0.7%)와 우라늄-238(99.3%)로 구성되어 있는데, 실제 핵분열에 사용되는 것은 우라늄-235이다. 천연우라늄에서 우라늄 235의 비중에 따라 핵무기용 우라늄과 핵발전용 우라늄이 구분되는데, 핵무기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라늄-235의 비중을 95% 이상 농축시키며, 핵발전용은 우라늄-235 2~5%를 사용한다.

따라서 농축과정을 얼마나 많이 진행하느냐가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북한과 이란의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이 대외적인 명분은 자국의 전력난 해결을 위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던 이유는 본질적으로 핵무기용과 핵발전용 우라늄 농축기술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핵연료는 약 1~2년 정도 원자로에서 핵분열 반응을 진행한다. 핵분열 반응에 참여하는 우라늄-235가 집중적으로 변화하는데, 전체 핵연료 중 1% 정도가 플루토늄으로 변하게 된다. 흔히 핵무기의 원료로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사용되는데, 자연계에 존재하는 우라늄은 농축과정에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이에 따라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게 된다. 반면, 낮은 농축우라늄을 원자로에서 반응시킨 후 얻는 플루토늄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지만, 재처리 과정을 거치면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기에 신흥 핵무기 개발국들이 많이 쓰는 원료이다. 북한의 경우, 수차례 핵실험을 플루토늄 폭탄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핵재처리는 우라늄 농축과 함께 핵무기 개발의 주요 시금석이 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섞는 MOX연료를 상업용 발전소에도 사용할 수 있으나, 플루토늄 농축 자체가 핵무기 개발의혹으로 비춰지는 것은 모두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또한 플로토늄을 얻는 과정에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미 핵재처리를 진행하여 충분한 플루토늄을 갖고 있는 핵무기 개발국이나, 상업적으로 플루토늄을 이용하려고 했던 유럽 각국들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핵재처리 계획을 취소한바 있다.

 

<사진설명: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

뜨거운 열과 방사능이 뿜어져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한편, 사용후핵연료는 방사선 준위가 높고 열을 계속 발산하기 때문에 생태계에 노출돼서는 안된다. 원자로에서 바로 꺼낸 사용후핵연료는 10m 깊이의 붕산수 저장고에 담겨 지속적인 냉각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흔히 최소 10년 정도 이 상태를 유지한 이후 중간저장시설 등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에도 높은 열과 방사능은 문제이다. 열과 방사능을 막기 위해 150톤 이상 되는 거대한 운반용기에 밀봉된 상태로 옮겨져야 하기 때문에 육상 장거리 운송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대부분의 교량은 이 정도 중량의 트레일러가 지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상운송이나 철도 운송을 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도 항구와 철도역까지 가기 위해 교량과 도로를 다시 설치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간저장시설 등이 없기 때문에 모든 사용후핵연료는 5개 핵발전소 부지 내에 보관중이며, 최근 발전소별 임시저장고 포화에 따라 고리1,2호기에서 신고리 1,2호기로 사용후핵연료를 옮기는 등 소내 이동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흔히 사용후핵연료의 보관기간을 10만년 이상이라고 하지만, 이는 편의상 부르는 말이다. 우리가 오만가지 생각이라고 말할 때 오만은 숫자 5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10만년이 되었다고 해서 방사선 준위가 ‘0’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방사열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발생량이 줄어들지만, 방사선 준위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방식에 대해 세계 각국은 논란 중에 있으며, 특히 임시저장 방식인 붕산수 저장방식(습식저장방식)은 기술적으로 불완전하다는 비판을 계속 받고 있다.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보듯 냉각펌프가 작동을 하지 않거나 저장수조가 손상돼 냉각수가 누출될 경우,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식 보관용기(캐스크)를 이용한 형식으로 중간저장방식을 바꾸는 것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핵산업계 내부에서도 논의됐고,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이를 의무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수십년 단위의 임시적인 보관에 한정된 논의이다. 현재까지 인류의 기술로 10만년 이상 안전성을 보장할만한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300~500미터 정도의 지하에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는 기술이 연구되다가 최근 2~3km 이상 깊은 곳에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고민하는 새로운 신기술이 언급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수백미터이든 수킬로미터이든 인류가 아직 그 지질환경에 대해 알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처분은 말그대로 골치 아픈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 설명 : 사용후핵연료의 냉각기간에 따른 붕괴열. 1~2년 정도 원자로에서 사용한 사용후핵연료는 최소 10년 이상 냉각수 공급을 받으며 냉각해야 하며 한다. 가동을 멈추었던 후쿠시마 핵발전소 4호기의 폭발사고는 이 사용후핵연료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10만년 이상 열과 방사선을 계속 내뿜게 되기 때문에 영구적인 보관시설이 필요하다. 출처, <한국방사선폐기물공단>

 

 

그림 설명 : 핵연료의 종류에 따른 방사선 준위. 105, 100만년 정도가 지나야 방사선 준위가 절반정도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

정부가 밝히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 총량은 약12,707톤이다. 이중 절반 정도인 6,878톤은 경주의 월성핵발전소에 있다. 이는 월성핵발전소의 원자로가 중수로형으로 농축된 핵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상태의 우라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농축정도가 낮기 때문에 같은 출력을 내기 위해서도 많은 핵연료가 필요하다.

이들 양을 298개 시··구로 나눠보면 지자체 1곳 당 42.6톤에 달할 정도로 많은 양이다. 지금도 매년 23개 핵발전소에서 약 8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고 있다. 그 양은 최근 핵발전소 증설계획이 추진됨에 따라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0년간 핵발전은 이렇게 많은 핵폐기물을 생산해 왔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 놓지 않았던 것이다.

 

구분(호기수)

저장용량()

저장량()

경수로(A)

고리(6)

2,690

2,030

영광(6)

3,320

2,075

울진(6)

2,327

1,724

신월성(1)

219

-

소 계

8,556

5,829

중수로(B)

월성(4)

9,443

6,878

합계(A+B)

 

17,999

12,707

<201212월 현재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과 저장량>

 

절대적으로 많은 사용후핵연료의 양도 문제지만, 이 저장고가 조만간 포화된다는 것도 문제이다. 정부는 2016년 고리 핵발전소를 시작으로 2017년 월성, 2018년 울진, 2021년 영광 핵발전소의 저장고가 포화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고리 핵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를 신고리로 옮기고 저장간격을 좁히는 등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그 경우에도 2024년 영광 핵발전소를 시작으로 2028년 고리 핵발전소까지 단계적으로 핵발전소마다 임시저장고가 포화된다고 밝히고 있다.

원칙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가 가득차게 되면 핵발전소는 가동을 멈춰야 한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옮겨놓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장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등의 방식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애초부터 만들어지지 않았어야 할 사용후핵연료로 인해 우리사회는 또하나의 골치덩어리를 떠안게 된 것이다.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핵폐기장 추진 내용과 결과>

구분

추진내용

결과

1

(86~89)

- 문헌조사를 통해 동해안 3개 후보지(울진, 영덕, 영일) 도출.(‘86, ’87)

- 지질조사 착수(‘88.12)

주민 반대로 지질조사 중단

(‘89.3)

2

(90)

- 충남도 협조하에 충남 안면도 후보지 추진

- 2원자력연구소 건설계획으로 추진

비공개로 추진됨에 따라 불신 야기. 주민 반대로 백지화

3(91~93)

- 유치자원지역 공모 및 후보지 도출을 위한 용역실시(서울대 등)

- 고성, 양양, 울진, 영일, 장흥, 태안 등 6개 후보지 도출

주민 반대로 중단

4(93~94)

- 영일, 양산, 울진 등 3개 지역 유치활동에 따른 사업 추진

주민 반대로 중단

5(94~95)

- 10개 후보지역 선정

- 굴업도를 최종 부지로 선정하고 방폐시설 지구로 지정 고시

사업추진 중 활성단층이 발견되어 지정고시 해제

6(‘00~’01)

- 전국 임해지역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부지유치 공모 실시(‘00.6’01.6)

- 영광, 강진, 진도, 고창, 보령, 완도, 울진 등 7개 지역에서 지역주민의 유치활동이 있었음.

유치를 신청하는 지자체가 없어서 공모 무산

7(‘03~’04)

- 사업자 주도방식으로 전환, 252차 원자력위원회에서 영광, 고창, 영덕, 울진 등 4개 후보부지 발표(‘03.2)

- 지자체 자율유치 방식으로 전환. 4개 지역 이외에도 유치신청시 4개 지역과 동일한 우선순위 적용키로 함 (‘03.6)

- 부안군 유치청원서 제출(‘03.7)

부안군민의 격렬한 반대와 부안 주민투표(‘04.2), 정부 다른 계획 발표로 사실상 백지화

8(‘04)

- 방폐장 부지 신규유치 공모.(‘04.2)

- 울진, 고창, 군산, 영광, 완도, 장흥, 강화 등 7개 시·군 유치 운동.

지자체장 신청 없어 무산

9(‘05)

- 253차 원자력위원회. 중저준위와 고준위 분리. 지원법 제정 등 제도 변경.

- 경주, 군산, 영덕, 포항 등 4개 지역에서 주민투표 진행(‘05.11)

경주 89.5% 찬성으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최종 결정. 고준위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은

2008년 완공예정이었으나, 3차례 공기 지연으로 20146월 완공예정.

  <253차 원자력위원회 발표문 등 정부 발표문을 바탕으로 정리>

1989~2004년까지 정부는 중·저준위 핵폐기물 이외에도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함께 찾고 있었다. 그러나 부안에 핵폐기장 유치가 실패한 이후 중저준위와 고준위 폐기장 건설 계획은 분리됐다.

발행일 : 20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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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