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서는 안 될 사람들, 함께 풀어가야 할 길

하승우 외, <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 땡땡책협동조합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얼마 전 일본의 인기만화 <맛의 달인>9시 뉴스에까지 오르내린 적이 있다. 소신있는 작가로도 유명한 가리야 데쓰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한 후 기자들이 이유 없이 코피를 흘리는 장면을 그려 넣고,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후쿠시마 사람들이 많다는 설명을 붙였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항의와 불매운동을 벌였지만 가리야 데쓰는 이에 굴하지 않고 방사능의 영향임을 직접 언급했고, 정치권으로까지 퍼진 파장은 결국 이 만화의 연재를 중단하게 만들었다.

이 외신기사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를 잊고 있거나 아니면 이제 후쿠시마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후쿠시마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어서든, 대대로 이어 온 삶의 터전과 공동체의 관계를 잃고 싶지 않아서든, 수많은 일본인들이 방사능 피난 경계구역 안팎으로 돌아가서 삶을 다시 일구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탈핵이 중차대한 과제이기는 하되, 어떤 정책의 채택의 문제일 뿐 아니라 책의 부제가 밝히고 있듯 사람들이 더불어 살 길을 찾는 문제임을 알려준다.

일본 동북 지방의 아름다운 마을들을 다수 품고 있는 후쿠시마 현은 농수산물로도 이름이 높은 곳이었고 그래서 이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 15만 명에 이른다는 피난민들 중 다시 돌아간 일부 사람들은 후쿠시마에서 세 가지 프로젝트 사업을 시작했다. 유기농 목화솜 재배와 셔츠와 봉제 제품 제작, 태양광 발전 등 자연에너지 사업, 그리고 밭을 일구고 현지의 상황을 알게 하는 스터디 투어가 그것이다. 단지 경제적 재건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 사업들이 후쿠시마를 다른 곳과 끊임없이 연결하고 함께 극복해나가야 함을 알리기 위함이다.

이들의 움직임은 지난 1, 생협 등 14개 단체가 후쿠시마의 활동가 군지 마유미 씨와 시마무라 모리히코 씨를 한국에 초청해 서울, 대전, 부산, 밀양을 순회하는 강연회를 가지면서 자세히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행사에서 후쿠시마에서 가져 온 인형 등 물품을 판매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방사능 유입을 우려한 몇몇 생협 조합원들이 거세게 항의를 했고, 함께 사는 것을 고민했던 협동조합과 연대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사건 아닌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행사는 성황을 이루었고, 한국과 일본 모두 억압적 핵발전 정치와 국가 폭력에 맞서는 투쟁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 시민들의 각성과 교류야말로 탈핵을 이루는 가장 큰 힘이 된다는 점을 함께 깨우쳤다.

이 행사들이 생생하고 생각거리 많은 이야기를 담은 소책자로 엮여 나온 것은 땡땡책협동조합의 공로다. 기성 출판유통시장의 구조 때문에 만들어지지 못하거나 널리 읽히지 못하는 좋은 책을 사회적 독서와 협동조합 방식의 제작과 유통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땡땡책협동조합의 설립 취지다. 협동조합의 독서모임은 탈핵 책읽기 모임을 통해 문제의식을 넓히다가 내친 김에 이 강연회 결과를 예쁘게 묶어냈다. 맨 뒤에 실린 더불어 읽을 탈핵 추천도서 목록도 훌륭하다. 책값은 단 돈 3천원이니 또한 훌륭하다.

도서 구입은 땡땡책 카페 cafe.daum.net/00bookcoop, 혹은 사무국(02-338-4005)

 

발행일 : 2014.5.29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