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핵발전을 해부하면 한국 핵발전이 보인다

김현우의 탈핵도서 순례

신문 아카하타 편집국 지음, 홍상현 옮김, 『일본 원전 대해부』당대, 2014

김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여름이든 겨울이든 전력소비량의 피크 시기는 화제가 된다. 필요성 홍보를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광고 타이밍은 사고가 일어났을 때뿐만이 아니다.”, “미녀가 아니더라도 장점을 계속 칭찬하면 미인이 된다. 원자력은 원래부터 미인이므로 그 아름다움과 좋음을 불쾌감 없이 부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 “문과계의 사람은 숫자를 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믿어준다.”, “드라마 등에 자연스럽게 원자력 관련 내용을 집어넣는다. 원자력 관련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 같은 식이 좋다.”, “매스컴관계자는 원자력관련 정보에 어둡다. 진지하면서도 생경한 정보를 반복해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다. 접촉을 할 경우, 만나서 잠자코 식사만 하지 말 것.”, “교사가 대상일 경우, 중요한 것은 교과서에 거론하는 것이다. 문부성에 압력을 넣어 원자력을 포함하는 에너지관련 정보가 교과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148~149)

 

 

일본원자력문화진흥재단이 작성한 원자력의 사회적 수용성 증진 방책의 일부다.

이 방책은 국민대상, 매스미디어 대책, 학교교육, 원전반대파 대책까지 마련되어 있다. 익숙한 내용이라는 느낌이 들 터인데, 한국의 원자력문화재단이 이용하는 방법과 똑같기 때문이다. 실은 한국의 원자력문화재단 자체가 일본의 원자력문화진흥재단을 본떠서 만들어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일본의 아카하타 신문 편집국의 심층 취재를 묶어 만든 이 책의 장점은 일본의 핵산업 구조와 핵카르텔(원자력촌)의 뿌리와 가지를 해부해 보여줌으로써, 한국 핵발전의 막후도 짐작케 해 준다는 것이다. 한국의 핵발전소 기술은 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들여온 것이지만, 핵발전을 뒷받침하는 제도와 행정 기법은 일제 강점기 이후 다른 많은 것들이 그렇듯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 많기 때문이다.

아카하타 편집국은 규슈전력과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원전공청회의 참가와 찬반 여론을 사전 조작하는 사례,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에 내재한 군사주의, 거대 기업들이 나눠먹은 지역독점 전력산업구조를 하나씩 파헤친다. 이는 한국의 핵발전소 신규부지 선정과 전력 계획을 앞두고 개최되는 들러리 공청회, 미국의 핵우산 보장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교환하려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시도, 한전과 한수원이 장악해온 전력산업과 정확히 닮은꼴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원자력문화재단의 예산, 핵발전 사업 수주기업이 정책 입안에도 참여하는 담합적 의사결정 구조, 핵발전 관련 정치, 경제, 언론계를 번갈아 이동하는 회전문 인사 관행 역시 모두 닮은꼴이다.

편집국은 일본 핵발전을 해부한 결과 몇 개의 그림을 제시한다. 하나는 전력회사, 미디어, 종합건설사 그리고 금융으로 이루어진 철의 공동체. 핵발전을 하는 전력회사들은 금융회사의 주식을 다수 보유하여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고, 미디어회사 주식을 보유하여 언론에 영향을 끼친다. 또 하나는 전원3(전원개발촉진세법, 특별회계에 관한 법률, 전원용 시설 주변지역 정비법)을 통해 핵발전소가 있는 지자체에 지급되는 원전 머니. 교부금을 지급받는 지자체는 핵발전의 노예 상태로 빠져버리게 된다. 역시 한국의 핵발전 카르텔과 핵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유도되는 교부금 의존증과 다르지 않다.

이제는 한국의 핵발전을 본격적으로 해부해야 할 차례겠다.

 

발행일 : 2014. 7.28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