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만 끌고 있는 공론화위원회,

이제는 2기 공론화를 준비해야 할 때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지난 1118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의제를 발표했다. ‘2055년 전후로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건설과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에 발표한 공론화위원회의 주요 내용이었다.

사실 이번 발표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현재 경주 월성핵발전소에서 사용 중인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의 설계수명이 2041년 만료되기 때문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이 저장시설의 수명을 10년 연장할 수 있다고 보고, 대략 2050년대에는 이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그간 검토해왔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그동안 한수원 등 핵산업계 내에서 검토해왔던 방안을 다시 정리한 수준에 불과하다.

오히려 문제는 이번 발표가 나온 시점이 너무 늦었고 그나마 내용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 10월말 출범한 공론화위원회의 활동기간은 올해 12월까지였다. 활동기간이 1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이제 논의할 의제를 발표한다는 것은 애초 공론화위원회 계획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다양한 토론회와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도대체 무었을 공론화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참석자들로부터 계속 나왔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번 의제 발표 시기는 더욱 늦은 것이다.

또한 설정된 의제 내용 역시 부실하다. 그간 공론화위원회는 최종처분에 대한 논의보다는 2016년경 사용후핵연료가 포화된다는 점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정작 이번 의제 발표 내에서 중간저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거의 유일하게 언급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에 대한 언급은 저장시설이 원전 내 혹은 밖에 위치할 수 있고, 습식 혹은 건식 방법으로 보관할 수 있다는 표현 정도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위치와 방식이 안과 밖, 건식과 습식 등 2가지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하나마나 한 이야기를 굳이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이야기한 셈인 것이다.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핵폐기물 문제는 그간 많은 사회적 갈등을 일으켰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러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는커녕 예산 낭비 시비만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공론화위원회는 올 12월로 한정된 활동기간이 부족하다며, 내년 6월까지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상태에서 활동기간이 6개월 늘어난다고 해서 더 충분한 공론화가 진행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다시 과거에 겪었던 사회적 갈등을 재연하지 않으려면 제대로된 공론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실패로 끝난 1기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평가와 차후의 2기 공론화위원회의 과제와 보완점이 논의돼야 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잘못 끼워진 단추를 풀지 않고 그냥 옷을 입으면 이상한 모양이 되듯이, 실패를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지금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는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발행일 : 201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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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