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도서 순례>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오오타 야스스케 지음, 하상련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3

 

김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디스커버리채널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체르노빌 전투>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의 끔찍한 사후 수습 작전을 생생하게 담은 작품이다. 프리피야트의 주민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황급히 마을을 떠나야했고, 수많은 군인과 광부들이 투입되어 보이지 않는 방사능과 목숨을 희생하며 싸워야 했다.

그런데 이 필름을 보면 프리피야트에 처음 투입된 군인들이 맡은 임무 중 하나가 다름 아니라 보이는 모든 동물들, 즉 개와 가축, 야생동물들을 쏘아 죽이는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방사능에 고농도로 오염된 지역을 돌아다니는 동물들이 방사능 물질을 옮기고 다니며 수습 작전을 방해할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사고 때문에 인간이 만든 위험 표지판과 통제구역 라인을 분별할 수 없는 말 못하는 동물들이 희생되고 만 것이었다.

인간 이외의 존재들은 급박한 재난 앞에서 망각되기 십상이지만, 재난의 현장에 남겨진 이 존재들은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도 그러했다. 체르노빌에서처럼 일괄 사살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 떠난 그곳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거나 고통 속에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사진가이자 자발적 동물권 운동가인 오오타 야스스케의 손과 발이 찾아간 것이 이들이다.

이 사진글 책은 2013년에 출간되었지만, 너무도 가슴 아픈 장면들이 예상되는 탓에 바로 펼쳐보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에야 읽은 이 책은 역시나 페이지마다 후쿠시마의 비극이 인간과 동물의 눈과 감정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20113월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소 20킬로미터 이내 지역에 대피령이 내려졌고, 순식간에 이곳에서 사람들이 사라져버렸다.

저자가 우선 찾아 나선 것은 개와 고양이 같은 주인 잃은 반려동물들이었다. 사람들은 떠났지만 주린 배를 안고 그 집을 떠나지 않은 개와 고양이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포획이 가능한 개와 고양이들은 임시 보호소로 보내 치료를 하고 새 주인을 찾아주었지만, 그러기 어려운 경우에는 사료와 물이라도 남겨두었다. 가끔은 붙여놓은 메모를 보고 원래 주인과 연락이 닿은 다행스러운 상봉도 있었다. 쓰나미로 폐허가 된 황량한 방사능 위험지역을 지키며 이들은 인간이 저지른 일의 의미를 묻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길러지던 가축들의 상태는 더욱 참혹했다. 축사에 묶인 상태로 말과 소들이 굶어 죽어갔고, 이를 보다 못한 이들이 가축을 풀어주었지만 마른 목을 축이러 농수로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폐사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그나마 풀려난 돼지들은 오염을 우려한 당국에 의해 살처분되었다.

인간의 필요 때문에 핵발전소를 만들고 인간의 필요 때문에 가축과 반려동물을 길렀지만, 한치 앞을 모르는 인간은 그것이 어떤 책임과 결부되는지 몰랐다. 후쿠시마를 떠나 살고 있는 수십 만 명의 피난민과 생계수단을 잃어버린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너무도 클 것이나, 남겨진 동물들은 그 책임의 범위와 깊이를 손쉽게 얘기할 수 없음을 알려준다.

 발행일 : 20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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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