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도서순례

김성환·이승준, 한국 원전 잔혹사(철수와영희, 2014)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핵발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핵발전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대개 찬핵진영이라 묶어 부르며, 더 깊이 알거나 친하고 싶어하지 않기 쉽다. 이들이 핵발전이라는 신앙에 뼛속까지 사로잡혀 있다고 여기고, 어떤 때는 이들의 몸에서 방사능이라도 나오는 느낌을 가질 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어떤 경우나 어떤 사람에게는 핵발전이 지고(至高)의 가치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겠지만, 그러나 이들 역시 사람인 다음에야 평균적인 상식이나 삶의 자세에서 크게 벗어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핵발전에 가까운 사람들은 아주 다양하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이나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영진이 있고, 핵발전 정책을 입안하고 주도하는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있으며, 자의든 타의든 핵발전소와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게 중에는 그래도 엘리트 코스를 밟아 안정적인 지위를 누리는 이들도 있고, 몇 배나 많은 피폭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용마저 불안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있다. 물론 핵발전소나 고압송전탑 주변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도 핵발전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 원전 잔혹사는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와 방식으로 핵발전에 가까이 있음을 알려주고 그들을 더 많이 이해하게 해주는 책이다. 핵발전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도 사람이고,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벗어나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라면, 원소 주기율표의 기호와 방사선량의 수치 뒤에 있는 구체적인 사람의 사정을 아는 것이 지피지기라는 말처럼 유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의 기자 두 명이 나눠 쓴 이 책은 첫 부분에서 한수원 비리가 연일 지상에 오르내릴 때 어느 한수원 직원의 한 아내가 보낸 메일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한수원 퇴직 간부들이 원전 협력업체에 재취업하여 비리의 요인이 된다는 지적에 대해 그 아내는 원자력은 특수한 분야라서 핵발전을 떠나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퇴직 후 자기 전문 직종을 살리지 말고 굶어죽으란 소리냐고 항변한다. 이런 억울함이 없지 않을 것이나 핵발전 업계의 회전문 인사나 짬짜미 사업과 인사 관행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당연히도 문제는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 구조와 제도, 그리고 이를 만들고 지속시키는 에너지 정치에 있다.

이 책의 2, ‘한수원을 부검하라에 실린 글들은 한국의 핵마피아 세력의 역사와 맥락을 짧은 지면에 잘 정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핵발전이 걸음마를 떼고 있을 때 서울대 원자력과의 첫 졸업생 다섯 명이 가졌을 소명의식도 짐작할만하다. 이들 중 홍장희 씨는 한수원 상임이사로 퇴직했고, 최영상 씨는 차세대 원자로 설계 최고 책임자가 되었고, 김시환 씨는 원자력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이은철 씨는 지금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2001년 한수원이 한국전력에서 분리된 후 한수원의 폐쇄적 사내 문화와 파벌적 이해관계는 오히려 강화되었다. 협력업체의 사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러한 카르텔과 공존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만큼 다단계 하청 구조는 아니지만, 한수원에서도 외주하청 업무 비중 증가와 시장형 공기업 지위가 불러오는 인원감축 압박이 노동자의 기본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며 핵발전소의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핵발전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이유들이 많다.

 

발행일 : 20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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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