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영덕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라!

영덕이 사망 선고를 앞두고 있다. 영덕주민들에게 핵발전소는 절망과 죽음의 또 다른 말이다.

지난 427() 70여명의 영덕핵발전소반대 범군민연대(이하 범군민연대) 회원들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를 찾아 세종시로 향했다. 모내기 준비와 봄 농사를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새벽길을 나섰다. 영덕군민들의 결정과 무관하게 강행되는 정부계획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산업부는 6월내에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영덕핵발전소 건설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덕주민들의 핵발전소 반대 활동에 대한 영덕 공무원들의 집요한 훼방은 여전하다. 세종시로 향하는 주민들의 발을 묶어두기 위해 전화들이 빗발쳤다고 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무거운 압박도 이제는 주민들을 멈추게 할 수 없다. 사망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두려울 것이 무엇인가!

영덕주민들은 산업부 방문을 앞두고, 일주일 넘게 산업부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면담불가가 원칙이라며, ‘국민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면담을 거부했다. 주민들은 산업부의 태도에 울분을 터뜨렸다. 정부가 국민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공언에 분노하였기 때문이다. 이 날 참가한 주민들은 일제히 면담을 요구하며 산업부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현재의 정권은 실체를 가리고 대화를 거부하는 방패로 상징된다. 방패를 든 전투경찰이 건물을 에워쌌다. 접근하면 모두 연행하겠다며 엄포를 놓는다. 순식간에 경찰과 주민들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칠십이 넘은 어르신이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로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였다.

영덕핵발전소 우리는 필요 없다. 왜 주민들 이야기를 듣지 않느냐? 잡아간다고! 잡아가봐라 이 놈들아!”

 

영덕주민들, 청와대·국회에 읍소하다!

눈부시게 화창한 봄날이었다. 고기봉 범군민연대 공동대표는,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청와대를, 경찰차에 붙잡힌 채 지정된 장소로 안내되었다. 안내실에 마련된 검사대를 통해 영덕주민들의 뜻을 담은 호소문을 접수했다.

이어 서둘러 국회로 향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30여명의 국회의원실을 방문하며 영덕주민들의 뜻을 직접 전하기 위해서다. 의외로 많은 국회의원들이 영덕핵발전소 건설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영덕주민들은 정치인들의 한마디 말에도 용기를 얻었다. 결정에 영향을 미칠 말도 아니지만, 간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새벽부터 나선 길에 정치인들의 힘내라는 말 한마디는 커다란 위로와 용기였다.

뜨거운 뙤약볕에 모두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고, 긴장된 몸으로 해가 떨어지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김제남 의원(정의당)과 장하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참석해, 영덕핵발전소 지정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짚어주었다. 1989년 최초의 핵폐기장 건설 반대운동 이후 세 차례의 핵 반대운동을 하면서도 상경투쟁을 강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들의 호소는 절박하고 진정어린 읍소다. 누가 이들의 절박함에 귀 기울여 줄 것인가!

 

근대사의 아픔과 핵으로 얼룩진 영덕더 이상 불행을 던지지 마라!

영덕은 동학농민운동 당시 관아를 불태우고 부사를 쫓아낸 농민봉기가 일어났던 곳. 낡은 체제에 반대하며 일으켰던 동학농민운동의 선구적 사건으로 평가받는 영해작변이라 불리는 역사를 지닌 곳이다. 일제치하 때는 경북에서 가장 큰 독립운동을 일으키기도 한 영덕은 당시 현장에서 8명이 사망, 185명이 실형을 받았다. 1945815일 일제는 비록 물러갔지만, 미국의 점령정책은 험난한 갈등을 예고했다. 영덕일대도 빨치산의 근거지가 되면서 많은 무고한 백성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땅 영덕. 이 땅에 대한민국은 국가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며 반복하여 핵시설을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근대역사와 전쟁을 거치며 살아남은 이들은 다시는 전쟁과 폭력을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 위험도 불안도 없는 평화의 땅을 갈구하며 이 땅을 지켜왔고, 지켜갈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통해 영덕주민들은 핵은 전쟁이고 파괴이며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파괴의 원인을 강제로 평화의 땅에 밀어 넣으려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영덕핵발전소는 죽음이며 파괴이며 사망선고이다. 정부는 굴곡의 역사를 지닌 영덕, 그 영덕을 지키려는 주민들에게 비정한 죽음의 칼날을 거두라!

 

마지막 선택, 주민투표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틀 동안 여론조사가 진행되었고, 한수원은 10억여원의 홍보비를 단 며칠 동안 영덕에 쏟아 부었다고 한다. 범군민연대는 주머니를 털어 500만원을 마련했다. 최소한 몇 장의 현수막이라도 붙여야 했고, 전단지라도 돌려야 했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고, 결과와 무관하게 주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다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여론조사 결과 핵발전소 건설 반대 58.8%, 주민들의 여론이 확인되었다. 또한 주민에게 미치는 안전성에는 60.9%가 불안하다고 답했고, 66.5%의 주민들이 핵발전소가 주민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그리고 영덕군민 전체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 실시에는 65.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범군민연대는 이 결과를 들고 영덕군수와 산업부, 강석호 영덕 국회의원을 만났다. 모두가 하나같이 군민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책사업을 번복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이야기는 의미 없는 헛말로 영덕군민들을 농락하고 있었다.

범군민연대는 정부가 강행하는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막기 위해서는, 주민투표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영덕이 주민투표를 통해 정부의 계획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하지 않는다. 혹자는 무모한 선택이라 말하기도 할 터이다. 어쩌면 불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의 마음이 아닐까. 영덕은 죽음의 선고에 죽음을 각오한 투쟁을 선택하고 있다.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자, 이들의 투쟁에 함께 하고 고난을 준비하는 자, 그래서 한국 탈핵을 영덕에서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이 영덕주민들과 함께 만날 것이다. 518() 서울에서 한국탈핵의 길을 영덕이라는 이름으로 만들 것이다. 지금부터 한국 탈핵 시작이다.

 

 

 

사진 설명(사진제공=박혜령)

427,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를 항의방문한 영덕핵발전소반대 범군민연대소속 영덕주민들. 주민들이 산업부의 면담거부에 항의하며 영덕핵발전소 지정고시 해제하라며 건물진입을 시도하자, 지휘관으로 보이는 경찰이 맞은편 방패를 든 전경들을 향해 막아!’라고 지시를 내리고 있다.

 

박혜령(통신원)

2015년 5월호 (제30호)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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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