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이든 유람이든 와보고 느껴 주세요!

 

 

1986년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났던 체르노빌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아직도 방사능이 상당할 그곳에 보통 사람들은 감히 발도 들여놓을 생각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런 체르노빌에 가이드를 동반한 코스까지 있다면? 그런데 실제로 있고, 관광객으로 체르노빌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런 가이드북까지 만든 작가 아즈마 히로키(東浩紀)의 생각은 무엇일까?

작가는 “‘관광이라도 좋으니 체르노빌에 한 번 가보자. 그리고 자신의 무지를, 현실의 복잡 미묘함을, 이미지가 갖는 폭력을 직접 대면해보자고 말한다. 특히 일본인에게 무섭고 위험할 이 땅을 찾는 이유는 각별하다. 후쿠시마 사고를 당한 일본에 화두를 던지기 위해서다. 체르노빌을 죽음의 땅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후쿠시마 또한 오랫동안 죽음의 땅으로 기억될 텐데, 일본이 맞서야 할 이 지난한 싸움에 대해 다크 투어리즘은 하나의 비책이다.

어둡고 슬픈 여행으로 이해될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전쟁이나 재해 같은 인류의 아픈 족적을 더듬어 죽은 자에 대한 추모와 함께 지역의 슬픔을 공유하려는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유대인 학살의 현장인 아우슈비츠, 9·11 참사 장소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 일본의 히로시마 원폭 돔 등의 장소가 대표적이다. 책에서는 4·3항쟁의 기억을 담은 제주도도 다크 투어리즘 사이트로 소개된다.

이 책은 체르노빌의 비극이 일어난 지 29년이 지난 지금 사고 지역은 어떻게 변했으며 사고의 기억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정리한 리포트다. 1부는 사진과 함께 하는 관광 스케치, 2부는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물어 본 각종 취재기록으로 구성된다. 사람이 거닐고 자동차가 달리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 풍경이지만 시내는 지금도 거주가 금지되어 있다. 프리피야트와 코파치의 폐허, 특히 개원을 불과 5일 앞두고 핵발전소 사고로 버려지게 된 유원지의 놀이 시설들, 건설 중인 거대한 아치형 신석관(新石棺)’의 모습,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풍경들이 겹쳐진다. 체르노빌 30킬로미터 권내를 의미하는 ’, 그리고 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가이드인 스토커의 존재는 흥미롭지만 그조차도 핵발전 사고의 우울한 뒷모습 중 하나다.

작가는 취재를 회고하면서, 인터뷰를 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정부 측과 시민 측, 핵발전 추진 측과 반대 측 등이 각기 다른 정치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모두 입을 모아 체르노빌 기억의 풍화를 걱정하며 관광객이든 유람객이든 영화 촬영을 위해서든 사람들이 체르노빌에 관심을 가져주는 일이라면 뭐든 좋다고 대답한 점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말한다. 일본에서도. 후쿠시마제1핵발전소를 체르노빌처럼 관광지로 만들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개진하지만, 그러나 논리와 감정 어느 쪽도 모두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아즈마 히로키는 일본 SF 작가 클럽 회원이자 일본 추리작가 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책의 뒷부분에 체르노빌에서 연유한 영화와 문학작품들의 소개도 싣고 있다. 체르노빌에 직접 가보면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겠다. 그러나 돈과 시간이 없다면 이 책으로도 훌륭한 간접 체험이 될 것 같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2015년 6월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