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를 쓰기 어려웠던 시인의 탈핵 기행문

 

책의 제목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의 한 쪽에서 따온 것이다. 바람이 그쪽으로 안 불어 다행이라는 기사를 읽고 아이들과 숲에 놀러 가서 괭이밥을 뜯었지만, 그러나 바람은 벨라루스 방향으로, 나와 나의 어린 유리크에게로 불었다는, 그런 위험을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냐고 물었던 목소리 말이다. 아마도 시인은 핵발전의 민낯이 어떤 모습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고통을 안고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위험이 실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에 관해 말해주는 이야기들이 놀랍도록 적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말을 자신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제대로 알고 말하기 위해 시인은 직접 발걸음을 옮겼다.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핵발전소가 줄을 지어 가동중인 고리와 월성, 울진 그리고 신규핵발전소 건설까지 시도되고 있는 삼척과 영덕으로, 또 서해안 77번 국도변의 영광핵발전소로 가서 사람들을 만났다. 밀양과 양양에서 고압송전탑과 양수발전소를 만났고, 우라늄 광산 개발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대전을 지나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로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까지 읽어내려 했다. 탈핵희망버스에 동승하고 도보행진에 함께 했다. 시인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공부했고, 핵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표정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2009년 펴낸 시집 라면의 정치학(북인)에서 이미 환경과 생명에 대한 관심을 글의 세계로 담아낸 시인으로서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행보겠다. 이 책 역시 시인다운 깔끔하고 명징한 글솜씨를 보여주지만 그런 시인의 문투는 서정시와는 거리가 있다. 아름답거나 감상적이기 보다는 간결하고 단정적이며 계몽적이다. 지금 핵발전을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했을 것이다.

시인이 만난 핵발전의 민낯은 무엇이었나? 안전함을 강변하는 핵발전일수록, 안전할 수 없다는 본질을 드러낸다. 경제적이라고 주장하는 핵발전일수록, 실은 전체 발전과 처리 비용이 적은 것도 아니고 에너지를 덜 쓰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어김없이 송전탑과 양수발전이라는 시설과 희생당하는 주민과 언론에도 배제되는 노동자들의 삶이 있다.

시인 자신 역시 핵발전소 지역으로부터는 외부세력중 하나다. 그러나 외부세력이라도 만나 볼 기회를 갖지 못하고 제대로 저항도 못한 채 핵발전소를 받아들여야 했던 고리와 월성, 울진 주민들의 증언과, 오히려 경찰과 공무원이라는 외부세력의 완력에 의해 속절없이 농성장을 철거당한 밀양 주민들을 보면서, 시인은 이 사회에 외부 세력이 있고 전문 데모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라고 말한다. 시인이 기대하는 다른 방향의 바람, 탈핵의 바람을 몰고 올 더많은 시와 글, 노래, 데모꾼들을 만나면 좋겠다.

 

 

 

김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2015년7월 (제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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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