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동안 9219명 서명7월초 조례제정 청구인 서명부 유성구청 접수

 

지난 79일 대전광역시 유성구청에서는 고무장갑을 낀 엄마들이 행정동별로 이름이 적힌 상자에 담긴 조례제정 청구인 서명부를 옮기고 있었다. 지난 48일부터 꼬박 석 달 동안 받은 유성구 주민 9219명의 서명부가 유성구에 접수되는 순간이었다. 법적 요건인 6180명을 훨씬 넘는 수치였다.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주민은 한 아이가 자기도 서명을 할 수 있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너는 어려서 안된다고 했더니, 그러면 커서 어른이 되면 서명하러 와도 되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아니란다. 이건 너희들이 크기 전에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이란다고 말하며 울먹거렸다.

유성구민이 제출한 유성원자력시설환경·안전감시기구 설치 및 운영조례(이하 유성원자력안전조례)는 유성구 조례규칙심의회의로 넘겨져 수리 여부가 곧 결정이 될 예정이다. 유성주민이 발의한 유성원자력안전조례는 발전소주변지역과 달리 민간환경감시기구의 설치 근거가 되는 법률이 존재하는 않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것이라 여러 가지 법률적 쟁점을 안고 있다. 유성에는 하나로 원자로(연구용)가 있기는 하나 발전용 원자로가 아니라서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한 방사성폐기물이 수십 년째 이 지역에 보관되어 있지만 임시보관소라는 이유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유성에 민간환경감시기구를 설치하려면 관련법 개정이 필수요건이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유성 주민들이 관련 법률 개정 이전에 민간환경감시기구 설치 조례를 주민발의로 추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답은 무엇보다도 법 개정에 대한 여론과 힘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점에 있다. 법 개정을 위해 주민의 행동을 묶을 고리가 필요했던 것인데, 그것이 바로 주민발의로 조례를 청구하는 운동으로 나타났던 것이었다. 민간감시기구의 실효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관련 법률 개정이 선행돼야 했지만, 주민운동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조례제정 청구운동을 통해 주민의 힘을 결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법 개정이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현재의 법률적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이 조례가 법에서 규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범위를 넘어서 국가사무로 규정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느냐 하는 점이고, 둘째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환경감시기구가 지방자치법 제15조 제2항에서 조례로 설치를 금지하고 있는 행정기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그것이다.

첫 번째 문제를 좀 더 들어가 보자. 유성구는 유성원자력안전조례가 민간환경감시기구의 기능으로 하나로 원자로, 유성구 덕진동에 보관중인 방사성폐기물, 한전원자력연료의 환경·안전에 관한 감시’, ‘환경방사능 측정·분석·평가 결과에 대한 공표를 규정한 것은 환경방사능의 조사·감시·평가’, ‘방사능폐기물의 감시 및 안전관리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소관업무로 규정한 관련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성원자력안전조례운동본부는 위의 첫 번째 사항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라기보다는 간접적이고 일반적인 감시라는 점에서, 두 번째 사항은 대상 시설의 사업장 경계 바깥에서 실시한 방사능 측정 결과를 주민들에게 알린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관련 법률을 위반한다 할 수 없고, 오히려 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2호 가목의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이거나 동항 제4호 하목의 재해대책의 수립 및 집행에 해당하여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문제인 행정기구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도 대상 원자력시설에 대한 어떠한 강제력이나 행정조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행정기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유성 주민들의 입장이다. 유성주민들은 또한 위에서 지적된 사항들이 법률 위반이라 하더라도 유성구조례규칙심의회의가 그러한 의견을 첨부하여 유성구 의회로 보내고, 유성구 의회가 조례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법률 위반사항을 제거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이 제출한 조례가 제정되더라도 법률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민간환경감시기구의 운영에 필요한 재원과 정보제공 협조를 어떻게 보장받을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제출된 유성원자력안전조례는 관계기관 또는 사업자와의 MOU(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이를 해결하도록 하고 있어, 구청장이 의지를 갖는다면 조례의 실효성은 확보할 수 있다(조례안 제17, 19). 물론 이 방식은 여러 한계를 가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개정이 절실하다. 조례안이 구의회로 넘겨지게 되면 유성원자력안전조례운동본부는 관련법 운동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강영삼 통신원

2015년 8월 (제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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