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015.11.08 11:58

밀양송전탑을 지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도 미니태양광을 설치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박규섭 사무국장(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인터뷰

 

지난 봄, 가입해있는 생협에서 홍보문자를 받고 가정용미니태양광발전기 설치 신청을 했다. 매달 전기요금이 나올 때마다 무슨 성적표를 받아든 중학생마냥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고지서를 확인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웃집우편함에 꽂혀있는 고지서까지 슬쩍 들여다보기도 하는 편이고보니 재고의 필요도 없었다.

발전기를 베란다 바깥에 설치하고 한달 남짓의 시간이 지나 고지서가 나왔을 때 전달보다 5천원가까이 줄어든 요금을 보고 너무 기뻐서 거의 비명을 지를 뻔 했다. 하지만 한여름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애초 설치할 때 자신을 협동조합조합원이라며 자랑스럽게 소개하던 기사로부터 여름에는 기온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는 설명을 듣긴 했지만, 그래도 전년동월과 요금차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약간 더 나오는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대충 그즈음부터였나보다. 조금씩 회의가 밀려오기 시작한 건. 집에서 눈에 불을 켜고 대기전력을 최대한 없애고, 전기밥솥 대신 압력밥솥을 쓰고, 필요이상의 전기제품을 쓰지 않고, 나아가 기십만원(서울의 경우 작년부터 시차원에서 설치비의 50%를 지원해주고 여기에 올해부터는 구별로 추가로 10만원의 지원금을 더 지급하기도 한다)의 사재를 투자해서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한다한들, 그래서 정말로 서울시의 야심찬 목표처럼 원전하나 분량의 전기를 절약한다 한들, 지금처럼 중앙정부에서 무식하게 핵발전소 건설을 밀어붙이면 그냥 그건 말짱 도루묵인게 아닐까.

그래서 물어보고 싶어졌다. 우리가 햇빛발전소를 많이 설치하면 그게 탈핵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건지. 관 주도의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에 거품은 없는지. 왜 우리집 태양광발전기는 여름에 그렇게까지 맥을 못추는지.

 

안녕하세요, 일단 먼저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서울에서 재생에너지를 협동조합방식으로 해보자는 분들이 모여서 만든 협동조합입니다. 만들어진지는 준비기간까지 포함해서 4년 정도 됐구요, 주로 공공기관이나 학교옥상을 빌려서 조합원들을 모아 햇빛발전소를 짓는 일을 기본으로 하고, 부대사업으로 가정용 태양광발전사업을 서울시 지원사업의 설치사업자로 선정이 되어서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재생에너지 전반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있지만 그게 미미하고 부실하기 때문에 그것을 바꿔나가는 일을 하는 햇빛발전협동조합연합회가 있고, 이 연합회에 전국연합회와 서울연합회가 별도로 있는데, 이 연합회의 실무일도 저희 조합이 하고 있습니다.

 

연합회가 있을 정도면 재생에너지 관련 협동조합이 상당히 많은 모양이네요?

에너지관련협동조합만 따지면 전국적으로 50개 정도가 됩니다. 물론 태양광만 하는 것은 아니고 바이오에너지나 풍력을 하는 곳도 있지만, 주로는 햇빛발전이죠. 서울에만 스무군데가 넘는데, 그중에 서울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를 만들어서 같이 활동하는 곳이 8군데 됩니다. 전국연합회도 있는데, 처음부터 같이 한 곳이 서울 포함 20곳이에요. 연합회로 활동하고 있는 협동조합은 거의 햇빛발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생각보다 수가 참 많네요.

재생에너지의 경우는 소규모분산형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지역별로 독립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고,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지역사회운동과도 연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따로 협동조합을 만드는거죠. 서울에 25개의 자치구가 있는데, 자치구별로 하나의 에너지협동조합이 있어야 한다는게 같이 활동하시는 분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그래서 서울연합회 차원에서 햇빛발전협동조합이 없는 곳을 인큐베이팅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지금 관악구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저희 협동조합이 관악구에 있는 인헌고와 그 외 학교 두세군데 정도에 햇빛발전소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그 과정에서 햇빛발전협동조합을 관악구 주민들이 만드시는거죠.

 

그러면 학교 등에 발전소를 설치한 이후에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사실 발전소 설립 이후의 활동에 대한 모델이 아직 국내에는 없는 것 같아요. 발전소를 용량으로만 따졌을 때 제일 많이 한 곳이 한살림이에요. 500kW 정도 되거든요. 개수로는 두세개 정도 발전소를 만든 협동조합이 두세군데 정도 되구요. 그런데 그 다음 활동은 교육 몇 번과 뉴스레터, 행사 몇 번에 그치고 있는데, 사실 그것도 협동조합이 초기임을 감안하면 잘 하고 있는 것이지만, 소수의 열정적인 조합원들 외에 다수의 조합원은 일종의 투자자처럼 돈만 내고 의견은 없으신 경우가 많아요. 그런 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아직은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 말하자면 폭풍전야 같다고나 할까요.

 

조합원은 어떤 분들이 몇 분 정도 가입된 상태인가요?

협동조합설립 후 아직 부지가 정해지지 않았을 때 취지에 공감해서 출자하신 분이 70명 정도 되구요, 상원초등학교에 발전소 부지가 정해지고 발전소 올리면서 82명 정도가 조합원으로 가입하셨어요. 인헌고의 경우는 계속 조합원을 모으는 과정인데요, 지금까지 한 60명 정도가 출자해주셨고, 150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단계에는 한 200분 정도가 됩니다.

기본적으로 부지가 생겼을 때 그 부지에 관계되는 분들을 중심으로 조합원을 모으거든요. 학교 같은 곳을 많이 하다보니 선생님,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그 발전소에 출자를 하시게끔 해요. 그렇게 해야 그분들이 가까이 있으면서 가볼 수가 있고 하다못해 청소나 다른 행사를 같이 할 수도 있고 그러니까요.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을 통해 기본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대의에 이바지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데서 오는 어려움도 상당히 클 것 같아요.

임원분들이나 다른 협동조합에서 오래하셨던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협동조합이 운동체, 그러니까 결사체이면서 동시에 사업체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일단 저희 조합의 경우 조합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사무국이 할 일도 같이 늘어나면서 조합원들은 계속 배제되는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결사체로서의 성격이 자꾸 희생되는거죠.

그래서 저희가 원래 하려고 했던 탈핵운동이라던가 에너지절약운동 같은 것들을 고민할 수가 없을 정도로 바빠지고 조합원들과 이런 걸 어떻게 나눌까하는 고민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요. 미니태양광사업이 커지는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이게 기회기도 하거든요. 설치자분들을 조합원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요. 에너지나 환경보호에 관심있는 분들은 많지만 대안에너지에 관심있는 분들은 생각보다 적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변이 확대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보면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아껴야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으니까요. 미니태양광설치를 매개로 교육기회를 늘리면 운동적인 부분도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요. 오늘 같은 식의 교육(마침 조합원과 미니태양광설치자들을 대상으로 한 적정기술관련 교육이 있던 날이었다. 하지만 참석자는 생각보다 적었다)을 계속 늘리려구요.

이사장님도 그렇고 임원분들도 그렇고 탈핵운동을 계속하셨던 분들이라서, 저희 꿈은 조합원분들이 많아지면 나중에 핵발전소 앞에 버스타고 가서 인간띠를 두르고 하는거거든요.

 

미니태양광발전기는 어떤 분들이 어떤 동기로 설치하시나요?

일단은 보조금이 있고 서울시 사업이라 구청에서 홍보를 하니까 그걸 보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주로 젊은 사람들보다는 40대 이상의 어르신 분들이 많구요. 보조금이 있다해도 30만원대다 보니 젊은 분들은 한번에 내기는 부담스러워 하시더라구요.

어쨌든 교육을 몇 번 하면서 밀양송전탑 이야기를 해보면 그거 지어야 하는거 아니냐는 설치자분도 있는데, 그런 생각을 가지시는 분들도 설치를 했다는게 중요한 것 같거든요.

저희도 원래 의식이 있던 분들을 많이 보면서 지내긴 하지만, 서울에는 그런 분들이 정말 얼마 안된다고 생각해요. 생활에 매몰되어 있고, 전기가 어디서 오는지 한번도 생각 안해봤던 분들도 학교햇빛발전소나 미니태양광을 통해 많이 참여하실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당장은 생각이 다를지 몰라도, 그분들의 힘이 없으면 소수의 생각만으로 바뀌기는 어렵잖아요. 저희가 1~2년 보고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다음 세대까지 계속 생각을 해야 하니까요.

 

한시간여가량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박규섭 사무국장의 핸드폰은 꾸준히 울려댔다. 한창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협동조합의 싹을 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시간을 더는 뺐기가 어려워 못다한 질문은 접어두기로 했다. 당장 우리집태양광발전기의 발전량을 확인할 수 없다고 큰일나지는 않을테니. 솔직히 어느 순간부터 협동조합으로서 제대로 우뚝서기만 한다면 우리집발전기 한 대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심정이었다.

이 와중에 다음달 한달은 독일로 출장을 간다는 박규섭 사무국장. 그도,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도, 모두 건투를 빈다.

 

 

 

 

 

탈핵신문 2015년 10월호

황성원(에너지정의행동 회원,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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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