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머나먼 은하계에서는(A long time age in a galaxy far, far, away)……

 

이제는 SF 영화 고전이 된 스타워즈는 항상 이런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1977년 첫 편이 나온 이후 크게 흥행하면서 1999년 주인공들의 전 세대이야기를 담은 프리퀄(전편)이 나왔는데, 그 제목이 보이지 않는 위험(The Phantom Menace)’이다. 얼핏보고 어리고 순수하며, 재능있는 아이와 은하계 최고 악당 다스 베이더를 연결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전혀 다른 두 개의 모습을 안다면, 유령(Phantom)처럼 보이지 않는 위험이란 제목은 매우 멋진 제목이 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에도 핵산업계는 핵발전 위주의 전력정책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신월성 1,2호기에 이어 얼마전 신고리 5호기도 운영허가 승인을 받았고, 영덕과 삼척에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강행하고 있다. 그럼 핵산업계는 계속 승승장구할 것인가?

안타깝지만 핵산업계에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문제이다. 유럽 각국이 핵발전을 포기하게 된 근본 이유엔 경제성 논란과 처리 불가능한 핵폐기물 문제가 있었다. 우리 사회 역시 한국 반핵운동 역사는 핵폐기장 반대운동의 역사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지역에서 핵폐기장 갈등을 겪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10만년 이상 보관해야하는 고준위 핵폐기물이 있었다.

 

올 년말 사용후핵연료 기본계획확정될 예정탈핵지역대책위, 대응을 위한 전국 순회 간담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20개월간 활동했지만, 큰 성과 없이 활동을 종료했다. 그리고 정부는 올 년말 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사용후핵연료 기본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에 전국 핵발전소 인근 지역대책위로 구성된 탈핵지역대책위는 10월 한달간 전국을 순회하며,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간담회와 워크샵을 진행했다.

 

한달간의 순회 결과,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의 분노와 불신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경주에선 중·저준위 핵폐기장 주민투표과정에서 고준위핵폐기물 관련 시설은 건설할 수 없다고 특별법까지 만들었지만, 2011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했다. 영광에서는 더 이상 핵시설을 영광에 더 이상 지어서는 안된다는 주민의 뜻을 수차례 전달했으나, 각종 핵시설이 계속 건설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고리 1호기 폐쇄의 기쁨은 잠시이고, 혹시라도 이곳에 고준위 핵폐기물이 들어오지 않을까하는 새로운 불안감도 나오고 있다.

아직은 본격적인 이슈로 제기되지 않고 있지만, 핵폐기물 문제는 핵산업계의 가장 약한 고리이다. 그동안 정부가 수없이 한 거짓말과 사탕발림에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분노는 조금씩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이 고준위핵폐기물 처분 기술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는 점은 이 문제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정부와 핵산업계는 부실한 공론화 프로그램과 겨우 몇 개월 동안의 작업을 바탕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을 확정지으려고 하고 있다. 아직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물밑에 가라앉아 있고,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선량해 보이는 어린 아이가 은하계 악의 축다스 베이더가 된 것처럼,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결코 만만한 주제가 아니다. 핵산업계의 보이지 않는 위험이고, 한국사회의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매우 큰 문제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 것처럼, 위험과 갈등도 보이지 않을 때 없애야 걱정없는 후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정부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탈핵신문 2015년11월호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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