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간 나오토 전 총리의 글로 시작하여 반핵활동가 헬렌 캘디콧의 글까지 스무 편의 짧은 논문을 모은 이 책은 분량에 비해 그리 만만히 읽히지 않는다.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하고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것을 답답해하던 캘디콧이 2013311일과 12일에 뉴욕에서 후쿠시마 사고의 의학적, 생태학적 영향에 대해 이틀간 심포지엄을 개최한 다음 그 중 중요한 발표들을 엮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서라기보다는 그동안 핵산업계나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는 약간은 전문적인 책이지만,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공식 통계에서는 없는 것또는 안전한 것으로 치부되어 온 저선량 전리(電離) 방사선의 영향을 폭넓게 파헤치고 있기 때문에 볼 가치가 있다.

 

이 책의 논문들이 거듭 지적하는 바와 같이, 히로시마 핵폭탄 피해자를 기준으로 한 현재의 주류 피폭 수치 모델은 생존자의 외부 피폭에만 초점을 맞추고, 오염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고려는 없었다. 음식과 물, 공기를 통해 운반된 퇴적물과 체외에서뿐 아니라 체내에서도 계속되는 방사선 내부피폭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때문에 히로시마뿐 아니라 체르노빌 사고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암과 백혈병 등의 피해 사례도 공식 통계에서는 구조적으로 과소 추계되었다.

 

또한 체내에서 받는 전리 방사선 총량을 1년간의 선량으로 계산하는 모델은, 기관이나 조직에 작용하는 전리 방사선량을 기관계 또는 조직 전체에 작용했다고 보고 평균화한다. 이렇게 조직이 받는 방사선의 총량에만 초점을 맞추는 모델은 널리 퍼져 있는 자연방사선이 주는 영향과 고도의 농축된 방사능원이 미치는 영향을 에너지 총량만 동일하면 같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큰 양동이에 담긴 따듯한 물과 불타고 있는 작은 석탄 덩어리의 에너지 총량이 같다고 해서 따듯한 물을 마시는 것과 석탄 덩어리를 삼키는 것이 똑같은 생물학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42~3). 지난해 균도 소송(핵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 갑상선암 공동소송, 편집자 주)’에서 크리스토퍼 버스비 박사가 증언한 내용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었다. 또한 연령과 성별에 따른 영향의 차이도 중요한데, 여성 갑상선암 비율이 유난히 높은 것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이 역시 기존의 모델에서는 제대로 인정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 책은 비교적 계측이 쉬운 감마선이 아니라 베타선을 방출하는 핫파티클(hot particle, 높은 방사성 미립자, 편집자 주)’의 위험성, 식품에 의한 체내 축적과 대를 이은 농축에 따른 질병의 위험성을 여러 최신 데이터를 제시하며, 후쿠시마 사고 이전의 미국과 구소련의 여러 핵발전소 사고와 핵발전소 인근 지역의 사례들에서도 방사선의 영향을 추론할 수 있음을 논증하고자 한다. ‘소음 속에서 신호를 추출해내는 것’, 이것은 어렵지만 방사선 역학에서 매우 큰 과제다. 그리고 연구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비판적인 관점이 결여된 연구이며, 거기에는 자기비판도 포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핼렌 캘디콧이 보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고, 의사와 과학자에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설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삶의 방식과 원전이 초래할 문제에 대해 생각하도록 사람들을 계몽하는 것, 무엇보다 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193).

 

핵발전이 초래한 끝이 없는 위기에 맞서는 대안은, 끝이 없는 계몽이라는 이야기다.

 

 

 

 

 

탈핵신문 2016년 4월호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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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