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핵폐기장 문제를 먼 미래의 문제로 돌린 산업부의 꼼수

 

525, 산업자원부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발표

드디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2007년 이후 정부는 다양한 포럼이나 위원회를 만들어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논의하고 있다는 모습만 보여줬다. 적지 않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었지만 그들만의 논의는 계속되었고, 결국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15명의 위원 중 시민단체 추천 2명과 원자력계 인사 1명 등 6명이 사퇴한 반쪽짜리 위원회로 20156월 활동을 마쳤다.

 

이번 산업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은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약간 변형한 것이다. 5년 안에 정하기로 했던 핵폐기장 부지는 12년으로 늘어났고, 지하 연구시설(연구용 URL)과 처분장을 한 장소에 두기로 한 것은 필수사항이 아닌 것으로 변경되었다. 기간 변경에 따라 부지선정은 2028년까지 완료하고, 이후 고준위 핵폐기물 중간저장시설과 최종처분장 건설이 진행되어 각각 2035년과 2053년 운영이시작될 것으로 산업부는 전망하고 있다.  

 

당면한 고준위 핵폐기장 논란의 핵심은, 경주·영광·기장 등의 임시저장문제

그간 산업부와 한수원은 2019년 경주 월성핵발전소를 시작으로 전국의 핵발전소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고가 포화된다며 대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계획안에서 이 문제는 매우 간략하게 언급되었을 뿐이다. 각 핵발전소 마다 임시저장고를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임시저장고 건설에 7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미 경주에는 이 임시저장고가 건설되고 있고, 영광과 부산 기장은 내년부터 건설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경주의 경우, 2005년 중·저준위 핵폐기장 주민투표 당시 고준위 핵폐기물 관련 시설은 짓지 않겠다고 법률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임시저장고가 포화되자, 산업부는 법률에서 약속한 시설은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이며, 이번에 지으려는 시설은 핵발전소 관계 시설이라는 괴변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이 2개의 시설은 설계와 외형, 기능상 같은 시설이라는 것은 정부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2024년 임시저장고 포화가 예정되어 있는 영광핵발전소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간 영광 지역주민들은 어떠한 추가 핵시설의 건설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 입장에 따라 공론화위원회의 논의 자체를 거부해왔다. 이는 공론화위원회에 일부 의견을 제출한 고리, 신고리, 울진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설계수명이 40~50년에 이르는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고는 말로는 임시라고 하지만 사실상 인간의 일생에 버금가는 기간이다.

 

이번 계획안에서 2035년까지는 중간저장 시설을 운영하겠다고 정부가 밝혔지만, 이를 강제하는 법조항은 없다. 설사 법조항이 있다 한들 경주의 사례를 보면 이 임시저장이 진짜 임시인지를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헛된 희망, ‘해외처분장

또 하나, 이번 계획에서 주목해봐야 할 것은 산업부 스스로 해외 처분장 건설계획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자회견 질의응답을 통해 남호주 주정부의 계획을 언급했다. 최근 도요타 호주공장 철수와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한 남호주 주정부는 우라늄 광산터에 외국의 고준위핵폐기물을 저장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은 지역의견 수렴 중인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우리나라 핵폐기물을 보낼 수 있다고 정부가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핵산업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도덕적 윤리적 비판은 말할 것도 없고, 해상 운송과정에서 일본이나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반발이 높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안으로 채택하는 것은 국내 저항뿐만 아니라, 국제적 저항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정부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야!

그간 탈핵진영 내부에서 조차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너무 어려운 사안이라, 당장 내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그 사이 산업부와 핵산업계는 자신의 논리를 계속 가다듬고 발전시켜왔다. 그리고 그 최종적인 마무리가 이번에 발표된 고준위핵폐기물 관리 계획안이다.

 

산업부는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당장 논란의 핵심인 임시저장고문제는 당연한 것처럼 슬쩍 끼워넣고, 40여년 뒤인 2053년에야 문제가 시작될 것처럼 관심사를 돌렸다. 또한 외국에도 핵폐기물을 보낼 수 있는 것처럼 여지를 남겨두어, 자신들이 다양한 해법과 계획을 갖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는 혜안이다.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는 수십년 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문제이다. 그리고 향후 12년간 지속된다는 부지선정과정이 아니라, 현재 경주에 건설되고 있으며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가야 하는 영광과 부산의 임시저장고문제이다. 정부는 임시라고 이름붙이지만, 아무도 그 임시가 언제까지 운영될 지 알려주지 않는 바로 그 저장고 말이다.

 

탈핵신문 2016년 6월호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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