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상황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1699봉이 대전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구원)에 반입된 것이 알려진 이후, 원자력연구원의 핵관련 연구와 실험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이하, 유성핵안전본부)의 질의서 전달 기자회견(729)을 시작으로 매주 월요일마다 원자력연구원 앞에서 피케팅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유성핵안전본부·주민들 질의서 제출 이후 원자력연구원과 첫 간담회 진행

사용후핵연료 반입과 현황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연구원 측은 유성핵안전본부와 주민들이 보낸 질의서에 대하여 답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831, 간담회 형식으로 열린 주민-원자력연구원의 만남은 관평도서관(대전 유성구)에서 이루어졌는데, 이례적으로 김종경 원장(원자력연구원)이 직접 참석하고 김학노 부원장 이하 하나로(연구용원자로)운영, 사용후핵연료실험,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건식재처리기술) 등 논란의 핵심에 있는 연구부서 책임자급 부장들이 배석하여 사안의 중요성을 실감케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성구 주민 30여명은 사용후핵연료의 반입동기와 운반방법, 실험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요약 내용, 아래 기사 참고>. 간담회 분위기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흐르고 약간의 고성이 있었으나, 상호간 소통의 중요성은 양측 모두 공감하여 이후 정기적인 간담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주민들 몰래 사용후핵연료가 반입되어 대전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831

주민-원자력연구원 간의 소통의 자리가 유성구 관평도서관에서 마련됐다.

 

경주발 지진 이후,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 회의에서 안전에 대한 날선 질문 공세

한편, 한반도를 뒤흔들었던 경주발 규모 5.8의 지진이 난 다음날이자 추석전날인 913(), 유성핵안전본부와 핵없는사회를위한대전공동행동 등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여 원자력연구원의 실험과 시설에 대하여 3자 검증을 받아들일 것과 파이로프로세싱 실험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오후부터 북대전IC 앞에서 피켓팅 시위를 진행하며 추석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진행했다.

사용후핵연료 대전 반입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과 지진의 여파 때문인지, 지난 921()에 열린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이하 대전원안협) 3/4분기 회의는 그동안의 분위기와는 달리 평소 핵발전에 우호적이었던 위원들도 원자력연구원 측에 날선 질문 공세를 하여 눈길을 끌었다. 대전원안협 위원들은 원자력연구원 내에 있는 하나로 핵반응로(=원자로) 건물의 내진 보강공사 현장을 견학한 후, 회의장으로 돌아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봉의 대전 유입 현황과 보관 상태, 지진 대비책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하며 안전사고 우려를 표명했다.

 

원자력연구원과의 정기 간담회지진 및 방호방재대책, 내부 직원용일뿐 주민 대책은 부재!

대전원안협 다음날인 922()에 주민과 원자력연구원이 지난 831일에 합의한 정기 간담회가 약속대로 열렸다. 10여명의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들과 20여명의 주민들이 오전 10시 관평동주민센터(대전 유성구) 2층 교육실에서 만났다. 주민-원자력연구원 간 1차 간담회에서 원자력연구원 측은 사용후핵연료 반입과정을 상세하게 프리젠테이션하며 안전성을 역설했다.

주민들은 실제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하여 파이로프로세싱 실험을 하게 될 내년 7월부터의 상황을 크게 우려했고, 이와 함께 지진 대비책과 방호·방재대책에 대하여 질문했다. 원자력연구원 측의 방호·방재 담당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분히 답변했으나, 원자력연구원 내부 직원들을 위한 대책일 뿐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에 대한 대비책은 부재하거나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주민들은 민방위훈련을 하듯 주민들과 함께 모의훈련을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질의응답이 계속될수록 핵발전에 대한 양측의 시각 차이는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원자력연구원 측은 에너지공급원으로서의 핵발전의 필요성과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한편, 주민들은 미래세대를 위한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대책을 역설했다.

 

주민동의 없이 진행될 건식재처리, 소듐고속로 실험 등고조되는 대전시민 반발

1987년부터 2013년까지 26년간 대전에 사용후핵연료가 반입된 사실이 알려진 지난 7월 이후부터 원자력연구원의 실험내용에 대하여 대전시민들의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용후핵연료의 건식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와 소듐고속로 실험이 지역주민 동의도 없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대전시민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인식한 원자력연구원은 인근 유성구 4개동(신성, 구즉, 관평, 전민동) 주민자치위원회를 대상으로 분기별로 진행했던 기존의 주민협의회와는 별도로 주민들이 요청하는 간담회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주민과 소통하려는 원자력연구원의 자세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만으로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하나로 원자로 운행과 사용후핵연료 실험 행위, 파이로프로세싱 등 원자력연구원 내에서 이루어지는 핵관련 연구실험에 대하여 대전시와 대전시민이 개입할 어떤 법적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뿐만 아니라 핵관련 연구시설에 대해서도 지자체의 권한이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성구 주민-원자력연구원 정기 간담회(831) 대화 요약>

 

서면 질의서: 연소가 불발된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핵폐기물인가? 아닌가? 정확한 명칭이 무엇인가?

- 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는다. 원자로에서 나온 핵연료는 사용후핵연료라고 부르며, 이것이 폐기물로 지정이 되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된다. 사용후핵연료에서는 강한 방사능이 나오지만, 고준위방사성폐기물로 지정받은 사용후핵연료는 아직 없다. 지난 725일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계획안이 통과되었으므로 이제부터 산자부와 미래부 장관의 공동승인 아래 지정되기 시작할 것이다.(이 질의와 답변 중에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서면 질의서: 대전에 들여온 1699개의 사용후핵연료봉은 어떤 용도로 썼는가?

- 원자력연구원: 1987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는 집합체 단위로 가져왔다. 왜냐하면 당시 집합체에서 핵연료봉을 분리하는 기술은 원자력연구원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각 발전소도 집합체를 분리하는 기술을 보유하게 되어 대전에 연료봉 단위로 가져왔다. 그 용도는 손상된 연료를 해체하여 연구하기도 하고, 원자로 안에서 제대로 타고 나왔는지 연구하기도 했다. 비파괴, MRI 등으로 검사도 한다. 또 새로운 핵연료 개발용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주민 질의: 사용후핵연료는 어떻게 옮겨 왔는가? 과정을 알려달라.

- 원자력연구원: 먼저 미래부(현재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운반과 검사신청을 한다. 그러면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안전성을 검사를 한다. 핵연료만 해도 500kg 무게인데, 28톤의 수송용기에 담는다. 이 수송용기를 특별어댑터에 고정하여 트레일러에 싣는다. 트레일러는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저속으로 주행하여 대전으로 온다.

 

주민 질의: 2014년부터 2016년 현재까지 대전에 반입한 사용후핵연료는 없는가?

- 원자력연구원: 없다.

 

주민 질의: 대전에 반입한 사용후핵연료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하는데 쓰였는가?

-원자력연구원: 그동안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에는 사용후핵연료봉으로 연구하지 않았고 대체물질로 실험해왔다.

 

주민 질의: 앞으로 사용후핵연료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할 계획인가?

- 원자력연구원: 그렇다. 내년 하반기부터 사용후핵연료봉으로 실험할 것이다.

 

주민 질의: 원자력연구원과 주민 간의 간담회나 대화의 자리를 정기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가? 예를 들면, 매달 몇째 주 등 구체적으로.

- 김종경 원장(원자력연구원): 그 제안을 환영한다. 오늘 이 자리가 끝나기 전에, 다음 달 모임 날짜를 잡도록 하자.

 

주민 질의: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나 주민 간담회가 일반 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연구소 안에서 열려 방청하기도 힘들다. 유모차 끌고도 갈 수 있는 도서관이나 주민센터에서 열면 어떻겠는가?

- 김종경 원장: 좋은 생각이다. 동의한다.

 

주민 질의: 손상된 사용후핵연료를 실험하고 남은 것은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나?

-원자력연구원: 우리가 답할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한수원이나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문의하기 바란다.

 

주민 질의: 주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공개해야 하지 않나?

- 원자력연구원: 정보공개에 대해서는 법률에 따른다. 원자력 관련한 국가기밀이 많고, 영업비밀도 있다.

- 주민 반론: 정보공개의 우선은 영업비밀보다 주민안전이지 않는가?

 

주민 질의: 크립톤 같은 방사능 가스는 어떻게 보관하나?

- 원자력연구원: 가스는 보관하지 못한다. 제논 등은 굴뚝을 통해 방출하고 다른 것은 다 포집한다.

 

주민 질의: 만약 파이로프로세싱 실험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그에 대비하는 주민안전책과 방호·방재대책이 있는가?

-원자력연구원: 계획에 따라 할 것이다.

 

 

탈핵신문 2016년 10월호 (제46호)

박현주 통신원(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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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