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법, 국회에서 막혔다!

정부는 지난 112일 국무회의를 통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법안(이하, 고준위 관리절차법)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 법안을 통해 향후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 절차를 정할 수 있게 되었다, “포화시점이 다가오는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의 해결책을 찾게 되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경우, 부실했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활동, 주민동의 없이 진행되고 있는 임시저장고 증설계획, 타법과의 상충되는 지점 등을 근거로 법안 통과를 반대해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28() 국회 의원회관에선 정의당 생태에너지부, 노회찬의원실, 탈핵법률가 모임 등이 공동주최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이영희 교수(가톨릭대)는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선도적으로 풀어가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 사례를 발표했다. ‘발틱 모형이라 불리는 이 모델은 유럽에서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고 부지선정과정에서 투명성과 민주성을 인정받고 있다.

 

11월 29일(화), 핵발전소 주변 지역 대책위의 연대모임인 탈핵지역대책위와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이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법 대응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간담회에서 탈핵지역대책위는 정부의 법안 추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에 전달했다.

 

보상보다 신뢰에 기반한 스웨덴과 핀란드 핵폐기장

 

1977년 만들어진 스웨덴 원자력발전규정법은 1977년 핵발전 사업자에게 절대적인 안전성에 입각한 사용후핵연료 처분방식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에 따라 핵발전사업자는 절대적인 안전성규정에 만족하기 위한 처분 개념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이 개념을 바탕으로 1991년부터 핵폐기장 부지를 찾기 시작해 아직도 최종처분장 부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웨덴은 환경법정과 정부규제기관이 각각 안전성 평가를 진행해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절차를 갖고 있다. 또한 지역의회는 중앙정부가 최종 부지승인을 하기 직전에 거부할 권한도 갖고 있어 다각적인 확인과 점검이 가능하다.

 

핀란드의 경우, 1994년 개정된 핵에너지법에 의해 자국내 핵폐기물 처분 원칙이 정해졌다. 이후 1997년부터 4개 후보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기 시작해서 작년에야 최종처분장 건설 승인이 확정되었다. 스웨덴, 핀란드 두 나라 모두 부지선정에 20여년이 걸렸던 것이다.

 

유치 실패지역에 더 큰 보상주는 스웨덴, 그 조차도 없는 핀란드

 

고준위 핵폐기장 부지선정과정에서 스웨덴은 모두 3천억원 정도의 지역지원을 지급했는데, 이 중 75%는 유치 실패지역에, 25%는 유치지역에 돌아갔다. 또한 이 지원은 모두 현금지원이 아니라, 현물이나 정책지원 형태로 진행되었다. 핀란드의 경우, 핵폐기장 운영과정에서 지방세 납부 등 일반적인 혜택을 제외하고 별도의 지원없이 부지 선정 절차가 진행되었다.

 

정말로 안전하고 문제가 없는 시설이라면, 굳이 지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스웨덴의 경우, 그간 부지선정과정에서 겪었을 혼란과 어려움을 고려해 실패지역에 일부 지원을 더 해주는 것이다. 우리의 핵폐기장 부지선정 과정이 매번 눈먼 돈 잔치라는 조롱을 받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점이다.

 

탄핵국면과 맞물려 고준위 관리절차법 법안 논의 일시중단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희 교수는 발틱 모형을 생각할 때, 한국 정부 계획에 제시한 부지선정기간 12년이 적절한지, 지원제도가 적절한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지선정과정에서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역할이 없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정부 입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고준위 관리절차법 정부 입법안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법안 심사가 중단된 상태이다. 129일로 회기가 끝나는 정기국회 이후 올해 또 임시국회가 열릴 계획이 없어 사실상 올해 법안 심사는 불가능해 보인다. 게다가 국회에서는 내년 조기 대선 논의가 함께 진행되고 있어, 내년 법 통과도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탈핵신문 2016년 12월호 (제48호)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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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