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하나 줄이기, 에너지소비도시에서 에너지생산도시로!

이유진, 원전 하나 줄이기, 서울연구원, 2016

 

서울시는 20124, 핵발전소 1기에 해당하는 양의 에너지를 서울시에서 절감한다는 의미의 원전하나줄이기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그 전 해에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와 대정전 사태가 배경으로, 201110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지속가능성상생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에너지정책 공약을 적극적으로 다듬은 것이었다.

 

서울시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다른 지역에 발전소가 덜 들어선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책임을 강조한 것인데, 그 이후 서울 시내버스와 가로판매대마다 붙은 원전하나줄이기홍보물은 서울시의 의지를 체감케 했다. 이 책은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4년 동안 서울시에서 어떻게 펼쳐져왔는지를 잘 정리한 기록물이다.

 

그동안 서울시민에게나 공무원들에게나 에너지는 책임 보다는 권리에 가까운 것으로 인식되었다. 1천만에 가까운 인구와 산업, 경제, 문화의 중심지라는 이유에서 서울시에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공급이 보장되어야 했고, 이를 위해 대규모 에너지 시설이 입지한 지방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으로 치부되곤 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그러한 관점과의 결별을 의미했다.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은 2011년에 2.95%였던 서울시 전력자급률을 2020년에 20%까지 올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 절약, 효율화 등을 망라하는 10대 핵심사업을 준비했다. 20148월에 와서 서울시는 원전하나줄이기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고, ‘에너지살림도시 서울이라는 이름의 2단계 사업으로 나아가면서, 핵발전소 2기에 해당하는 양의 에너지 절감이라는 더욱 과감한 목표를 세웠다. 또한 2단계 사업에서는 시민들의 에너지 생산 참여를 강조하고 에너지공사 설립이라는 구체적인 정책 실행 수단도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으로 옥상단열과 녹색커튼 같은 간단한 것들부터 미니태양광, 태양광펀드, 에너지자립마을, 제로에너지 주택단지, 에너지복지 시민기금까지 여러 수단과 영역에 걸친 사업들이 시도되었다. 에너지전환을 위해 스스로 미니태양광을 설치하고, 에너지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어 활동하는 에너지시민의 등장은 이 사업의 가장 빛나는 성과로 평가된다. 나아가서 원전하나줄이기는 시민참여 거버넌스 구조를 통해 지자체가 에너지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원전하나줄이기의 나비효과. 1995년 이른바 지방화시대와 함께 에너지정책의 지역화도 시작되어, 광역 시·도로 하여금 5년마다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하도록 했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지역에너지사업을 지원했지만, 자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지방정부가 그것을 제대로 기획하고 시행하기엔 역량이 달렸다. 하지만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은 제도의 미비와 중앙정부의 비협조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애물들을 허물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다른 지자체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가 경기, 충남, 제주도와 함께한 지역 에너지전환 공동선언과 다른 기초 지자체들의 에너지전환 노력들이 그렇게 나비의 날개짓으로 증폭되면 탈핵한국의 시점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탈핵신문 2016년 12월호 (제48호)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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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