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2016.12.30 12:01

광주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영화 《판도라》를 관람했다.


핵발전소 밀집도 1위 대한민국. 최근 잇달아 일어난 지진으로 국내 핵발전소의 안전 문제에 대해 집중되는 시국, 《판도라》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강진과 사상 초유의 핵발전소 폭발 사고와 대한민국에 덮친 재앙 앞에 무너지는 정부의 컨트롤타워와 대책 없이 일어나는 인명 사고, 나라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는 상황의 민낯을 보여준다.


이웃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푸근한 바닷가 마을. 삶의 기억으로 가득 찬 골목길. 그곳의 사람들. 그들에겐 일자리이자 삶이 되어버린 핵발전소.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일터는 순식간에 사람들을 파멸에 이르게 한다. 《판도라》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를 모티브(동기)로 울산 인근 지역 강진으로 인한 핵발전소폭발을 가정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의 참혹함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설정 그 자체가 악몽이다. 핵발전소는 일촉즉발 폭발 위기에 직면하고 도로, 공항, 항구는 대피하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되는데 이 상황을 제어할 컨트롤타워는 전무하다. 위기에 처한 핵발전소 하청업체 직원, 가족이 전부인 엄마, 고부갈등 며느리, 아들밖에 모르는 아버지, 막무가내 총리, 무능한 대통령 등 맡은 역할만 봐도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예측 가능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핵발전소 안전에 대한 우려를 무시하는 낙하산 소장, 핵발전소 폭발이 임박했음에도 하청업체 직원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문을 막는 관리자, 자발적으로 목숨을 걸고 생존자 구조에 나선 사람들이 오히려 죽어나가는 과정, 진실을 숨기고 보도 통제를 지시하는 정부, 상황파악을 못하고 관저에 칩거하는 대통령 등 재난 이후의 상황은 영락없는 세월호 복사판이다.
그나마 영화는 대통령의 각성으로 사건 해결을 위한 반전을 도모한다. 재난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 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판도라》가 주는 이 먹먹함은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곳’, ‘삶이자 파멸을 주는 핵발전소’, ‘파멸을 지키는 삶터 사람들’이라는 메시지 때문이었다.


‘땅, 삶터, 고향을 잃어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생존의 문제. 상생, 생명의 위기감으로 다가왔던 핵발전소 문제가 영화를 통해 슬프게 같이 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속에 함께 했던 노동자들과 삶의 기억 터였던 마을과 사람들이야기, 더 큰 재난을 막기 위해 지옥같은 그 곳으로 다시 들어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고향인 후쿠시마로 돌아갈 수 없는 이재민은 10만명, 방사능 노출에도 불구하고 날마다 6천명의 노동자가 들어가서 복구 일을 한다고 한다. 재해를 입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시 희망을 찾고 그 땅에서 다시 시작하는 다른 재난영화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대응책은 없는 겁니까? 왜 없는 겁니까?” 영화 속 대책 없는 핵발전소 폭발 사고는 어쩌면 우리의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영화 《판도라》는 이야기한다. 정작 그 질문을 하고 싶은 건 정부가 아닌 시민들이라고. 에너지 정책을 바로 세워야 한다. 무능한 정부를 탓하며 광장의 민주주의는 ‘탄핵’을 가져왔다. 이제 ‘탈핵’를 외친다.

 

 

탈핵신문 2017년 1월호 (제49호)

김희련(화가. 자운영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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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