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2016.12.30 12:10

영화 판도라를 본 관객수가 350만명을 넘어섰다.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핵발전소 사고를 다룬 이 영화를 보면서, 핵발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선후보들도 이 영화를 보고, 탈핵에 관한 언급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판도라열풍을 무색하게 하는 듯, 대한민국의 핵발전소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1220일 대한민국의 25번째 핵발전소인 신고리3호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내년에는 신고리4호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리가 판도라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분노해도 핵발전소는 늘어나기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물타기에 들어갔다. 판도라는 영화일 뿐, 실제 한국의 핵발전소는 리히터 규모 6.5~7.0의 지진에도 끄덕없다는 얘기를 언론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주형환 장관(산업통상자원부)은 고리원전본부를 방문해서 앞으로 핵발전소가 리히터 규모 7.5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 말은 핵발전소 연구개발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겠다는 얘기이고, 핵발전을 줄일 생각은 전혀 없다는 얘기이다.

 

이처럼 판도라열풍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핵발전은 끄덕없는 상태이다. --기업-대학-언론 등에 자리잡은 핵마피아는 판도라정도의 충격에는 흔들리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판도라가 잘 보여준 핵발전의 위험성 문제만 얘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핵발전의 위험성과 함께, 핵발전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의 이익과 무관하다는 진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핵발전을 멈추는 것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알려야 할 몇 가지 진실 중에 하나는 핵발전소가 더 이상 필요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전력예비율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발전소들이 줄지어 완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에만 하더라도 천연가스(LNG)발전, 석탄화력발전, 핵발전소 등 준공예정인 발전소 설비용량이 1,242kW에 달한다. 그래서 2017년에 대한민국의 설비예비율은 2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정한 설비예비율에 대해 정부는 22%라고 주장하지만, 한전 내부보고서에서는 12%라고 밝힌 바 있다. 한전 내부보고서의 기준에 따르면 14%나 되는 설비예비율이 초과되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14%의 과잉 설비예비율은 핵발전소 14기 분량 이상의 과잉설비가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일부 전기 관련 언론에나 보도될 뿐, 대한민국의 주류언론에서는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데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은 당장 새로운 핵발전소를 추가로 지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신울진3·4호기 건설의 문제점이다. 신고리5·6호기에 대해서는 백지화 여론이 높아져왔지만, 상대적으로 신울진3·4호기는 관심대상에서 멀어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울진3·4호기는 신고리5·6호기 다음으로 추진순서가 빠른 핵발전소이고, 아직 착공을 하지 않은 핵발전소라는 점에서, 신울진3·4호기가 백지화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최근 전기위원회는 송전선로 문제를 이유로 신울진3·4호기 건설에 제동을 걸었다. 실제로 울진-신울진 핵발전단지는 고리-신고리 핵발전단지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이미 울진1호기부터 6호기까지 6개 핵발전소가 가동 중에 있고, 신울진1·2호기가 건설중에 있으며, 신울진3·4호기까지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나의 핵발전 단지에 모두 10개의 핵발전소를 몰아넣겠다는 계획은 여러 문제를 낳게 된다. 송전선로 문제도 그 중에 하나이다. 이미 울진 핵발전단지에서 출발하는 765천볼트 송전선이 깔려 있지만, 한 곳에 10개나 되는 핵발전소가 들어서게 되면 송전선로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정부는 당초에 또 한 가닥의 765천볼트 송전선을 추가 건설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밀양에서의 송전탑 반대운동이 있은 후, 정부는 765천볼트 송전선 대신에 초고압직류송전(HVDC)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송전선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전기위원회에서 문제가 된 것은 이 초고압직류송전방식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송전선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신울진3·4호기를 건설하는 것은 일단 보류된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초고압직류송전을 육지에서 장거리로 건설해 본 경험이 대한민국에는 없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송전선 건설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지도 문제이다. 기존의 송전방식에 비해서 초고압직류송전은 많은 건설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울진3·4호기 건설은 송전선 문제 때문에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신울진3·4호기의 상황은 핵발전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처럼 바닷가에 핵발전소를 지어서 장거리 송전을 하는 방식은 이제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지역주민들의 피해도 크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도 전력계통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장거리 송전선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리스크가 너무 많다.

 

이런 현안들에 대해 보다 많은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접한다면, 핵발전소의 추가건설은 안전성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런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2017년에 있을 조기대선에서 탈핵으로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고, 20177월에 예정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서부터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백지화시켜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판도라가 보여주지 못한 핵발전의 또 다른 문제점들에 대해 더 많이 알리고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승수(변호사,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탈핵신문 2017년 1월호 (제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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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