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슈2017.03.11 11:40

탈핵에너지전환 시민사회 로드맵발표

 

차기 정부가 추진할 탈핵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논의하는 자리가 지난 33()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렸다. 탈핵에너지전환 시민사회로드맵(이하 탈핵로드맵) 연구팀이 주최하고 탈핵천주교연대와 에너지정의행동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전국적으로 확산된 탈핵에너지전환 요구를 모으고 다양한 정책과제를 제시하는 자리였다.

 

탈핵천주교연대는 지난 12,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강우일 주교 등이 참석하여 탈핵로드맵 착수보고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탈핵천주교연대는 2017년 대선을 맞아 탈핵진영의 요구사항을 종합하는 탈핵로드맵 수립계획을 발표했고, 이후 탈핵로드맵 연구팀이 전국 탈핵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포커스그룹인터뷰(FGI), 해외탈핵법률 세미나, 국내외 법·제도 분석 등을 통해 탈핵에너지전환의 목표, 과제와 주요 단계 등을 담은 탈핵로드맵을 작성하고 있다.

 

탈핵선언10대 단기과제, 5대 중장기과제 제시

 

이날 토론회에서 탈핵로드맵 연구팀은 차기 정부가 진행할 탈핵 로드맵으로 탈핵·에너지전환 선언 3개 분야, 10대 단기과제 5대 중장기 과제를 밝혔다. 이중 가장 먼저 진행할 탈핵·에너지전환 선언은 올해 618일 고리 1호기 폐쇄일에 맞춰 신임 대통령(조기 대선을 전제)이 직접 탈핵의 목표와 입장을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중단 이외에도 사고 위험성과 사용후핵연료 등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일부 핵발전소를 선제적으로 조기 폐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작년 울산과 경주에서 일어난 강도 높은 지진 등으로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탈핵로드맵 연구팀은 독립적인 에너지 규제기관 설립,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규제위원회로 개편, 신규 핵반응로(=원자로)APR1400(통칭, 3세대 한국형 원전) 안전성 재검토,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전력수급체계 및 재생에너지 제도 개편, ‘(가칭)에너지전환 지역기금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에너지위원회 신설핵발전소 사회적 수명개념 새롭게 제안

 

이날 발표된 탈핵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기존 탈핵진영이 주장해 온 것을 종합하고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가칭)국가에너지위원회 신설과 핵발전소의 사회적 수명과 같은 제안은 기존에 제시되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이었다.

 

대통령 직속 독립에너지규제기관인 ‘(가칭)국가에너지위원회는 현재 산업부가 갖고 있는 에너지시장 규제권한과 각종 발전소 인·허가권을 갖는 새로운 기관이다. 이는 산업부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분산시켜, 산업진흥과 규제라는 2가지 기능을 분리시키고자 하는 문제의식이다. 현재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에너지부설립은 자칫 거대한 에너지수급(공급) 중심의 행정부 탄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처럼 전력뿐만 아니라 석유, 석탄, 가스 등 에너지산업 전체를 규제하는 독립적인 기구를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만들자는 것이다.

 

한편 핵발전소의 사회적 수명에 대한 제안 역시 새로운 것이다. 그간 탈핵진영에서 주장한 노후핵발전소 폐쇄란 정부가 정한 설계수명이 오래된 핵발전소를 의미했다. 하지만 설계수명이 다하지 않았는데도 수명을 다하거나 교체해야 할 부품이 나오는 등 기존 핵발전소의 설계수명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문제제기는 계속 이어졌다. 특히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고려할 요인으로 지질, 핵폐기물 발생량, 사회적 수용성, 경제성, 효율성 등 다양한 환경적 변화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수명(Social & legal Life)’의 주요 개념이다. 이 개념은 건축물이나 구조물의 수명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많이 언급되는데 우리 생활주변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건물이 멀쩡해도 도로개설이나 확장 등 주변 환경이나 건물의 효용성 등에 변화가 생긴다면 이 건물을 사회적 노후화가 진행된 것으로 보고 철거한다는 것이다.

 

핵발전소의 경우에도 그간 기술적 안전성 평가의 덫에 빠져 무조건 안전하면 돌려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핵산업계와 정부가 펼쳐왔으나 우리 생활 주변에 그렇게 사용되는 물건·시설은 없다. 즉 핵발전소를 둘러싼 그간 기준과 개념을 바꿈으로써 탈핵과 에너지전환이 더 빨리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십년 뒤 탈핵? 즉각 폐쇄!’ 주장도우리에게 탈핵은 무엇인가공론화 계기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은 그간 탈핵진영의 다양한 의견을 잘 모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혜령 사무국장(영덕핵발전소반대 범군민연대)그간 다양한 계기에 외쳤던 내용이 하나로 모아져서 좋았다, “향후 추가 의견 수렴과 논의를 더 잘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태옥 원불교환경연대 사무국장은 실제 지역에 있으면 분권만 잘되어도 탈핵이 쉽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며 탈핵로드맵에 담긴 지자체 분권과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핵발전소 즉각 폐쇄여부 등이 탈핵로드맵에 명확히 담기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쏟아졌다. 윤종호 운영위원장(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누가 탈핵진영인가라는 기본 논의부터 필요하다, “수십년 뒤에 탈핵을 해야 한다고 외치는 한가한 소리가 어떻게 탈핵진영의 요구일 수 있겠느냐. ‘모든 핵발전의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폐쇄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빠져있다며 탈핵진영 내 탈핵시점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차를 비판했다.

더불어, 윤종호 운영위원장은 핵발전소 인근 주민과 수도권 주민의 핵발전소에 대한 민감도와 사고 시 피해 정도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탈핵로드맵이 핵발전소 인근주민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담아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박혜령 사무국장은 활동가들 또한 거주지역에 따라 관심사가 다르다, “수도권은 재생에너지 같은 대안에 관심이 많지만, 핵발전소 인근지역은 그보다 어떻게 핵발전소를 줄일 것인가에 더 관심이 많다, “탈핵이 성공하려면 활동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핵발전소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탈핵의 시기와 방법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어지자 김준한 대표(탈핵부산시민연대)탈핵로드맵 수립과정이 단순히 정치권에 전달할 요구를 정리하는 과정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탈핵은 무엇인가를 고민할 수 있게 해주는 장이기도 하다며 이후 탈핵로드맵 수립과정에서 탈핵진영 내부의 토론을 더 활성화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다양한 제안과 비판 내용에 대해 탈핵로드맵 연구팀은 이후 200여명 규모의 활동가 설문조사, 전문가 자문회의, 대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내용을 보완해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과 차기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탈핵신문 제50호 (2017년 3월호)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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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