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에 구니오 씀, 고노 다이스케 옮김, 원전 집시, 무명인, 2017

 

노동자 중에서 하청노동자, 그리고 피폭 노동자, 즉 핵발전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생활에 대한 기록. 이 책의 부제인 피폭하청노동자의 기록에 핵심적 메시지가 다 담겨있다. 이 단어들은 이들의 존재적 특징을 의미하기도 하며, 핵발전의 구조적 특징을 알려주기도 한다.

 

언론인 호리에 구니오 씨는 핵발전 종사 노동자들의 삶과 느낌을 제대로 알기 위해 직접 핵발전소에 취업하기로 한다. 19789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일본의 간사이전력 미하마핵발전소, 도쿄전력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일본원자력발전의 쓰루가핵발전소를 거치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혹독한 노동을 체험한다. 호리에 씨가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세 곳이나 되는 핵발전소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핵발전소마다 다른 정검(정기점검) 주기에 따라 인력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일본의 핵발전소에서 숙련 혹은 비숙련 노동자들이 수많은 인력공급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것은 일본 건설업의 전통이 이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정검이라는 과정이 배경이 되기도 한다.

 

핵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은 이미 1970년대 즈음부터 자칭 타칭으로 원전 집시였다. 떠돌아다니는 생활 뿐 아니라 희생당하고 차별받는 처지 때문이다. 핵발전소는 누군가 방사능을 무릅쓰고 정비와 보수를 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따라서 핵발전소 내부의 노동은 피폭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노동을 떠맡는 것은 대부분 하청 노동자다. 때문에 이들에게 각종 방호장비와 방사선량계가 지급되지만, 현장에서의 쓸모는 의심스럽고 피폭선량은 빈번히 조작된다. 그리고 하청업체 몫만큼의 임금이 떼이고 산재 판정도 받기 어려우며, 곳곳에서 전력회사의 정 직원과 다른 대접을 받는다.

 

세 곳의 핵발전소를 거치면서 호리에 씨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두려움을 포함하는 아픔을 경험하고 작업 현장을 떠나지만, 많은 이들이 이곳들에서 계속 그런 노동을 감내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핵발전소 내부에 들어가는 노동자도 초보, 핵발전소도 초보이니 사고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상업용 핵발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1970년대라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 피폭 한도를 넘은 노동자는 더 이상 핵발전소에 들어갈 수 없고, 핵발전소는 구형이든 최신형이든 언제나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고 과거에 없던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니 둘 다 영원히 초보인 것이 핵발전의 숙명인 것이다.

 

원전 집시가 출판된 지 약 4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을까? 최근까지도 일본의 핵발전 노동자 중 원청인 전력회사 사원은 1만명인 데 반해 하청노동자는 75천명이나 되며, 8차 벤더까지 다단계로 하청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2008년도의 전력회사 정식 사원 피폭량은 전체 핵발전 노동자 피폭량의 3%에 불과하다.

 

한국 핵발전소의 하청 노동 비율이 일본에 비해 훨씬 적다고 위안 삼을 것도 아니다. 영화 <판도라>에서 마지막까지 사고 현장을 지켰던 이들이 누구였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들의 노동과 이들의 처지를 살피는 더 많은 눈과 목소리가 필요하다.

 

 

탈핵신문 2017년 4월호 (제51호)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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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