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19.03.0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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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으로부터 고통 받는 사람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로 인한 고통은 지금 이 순간 한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20일 경기도 평택시 통복동에 있는 평택발전협의회 회의실에서 ‘경기도 원폭피해자협회’ 창립총회가 열렸다. ‘경기도 원폭피해자협회’가 창립되기 전인 2월 13일, 준비모임을 찾아가 경기도 원폭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서 전한다.


폐암, 직장암, 유방암, 위암… 온 가족이 병과 싸워 온 시간

원폭 2·3세 각종 암과 희귀병 나타나


‘경기도 원폭피해자 협의회’는 창립총회가 있기까지 여섯 차례 준비모임을 가졌다. 2월 13일, 경기도 평택역 인근 식당에 수원과 용인 등 경기도 곳곳에서 20명 가까이 참석한 사람들은 원폭 2세대다.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고 나라가 지켜주지 못한 것이지. 국가가 하지 못하는 걸 경기도의회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잘 되면 좋겠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사람 가운데 장엄수 씨(68세)는 폐암 수술을 했고, 직장암 수술한지 6년이 지났다. 5남매 중 막내 여동생은 유방암인데 뼈까지 전이됐다고 한다. 셋째 여동생은 28세에 위암으로 사망했다. 아버지는 1923년생으로 팽성면에 살면서 결혼했고, 일본에 강제징용 갔다가 원폭피해자가 됐다. 아버지는 85세에 돌아가셨으며, 40대 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폐가 안 좋아서 평생 약으로 살았다고 한다. 장씨와 그 가족들은 국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


지난 2월 13일, 경기도 원폭피해 2세들이 평택역 인근 식당에서 ‘경기도 원폭피해자협의회’ 창립을 위한 준비모임을 하고 있다. ⓒ용석록


“그때 이쪽 사람들이 골짜기마다 끌려와서는 평택동 성동초등학교 운동장에 모두 모여서 징용을 갔어. 아마 그때 돈 있는 사람들은 사람 사서 대체하는 일도 있었지. 그때 징용 갔던 우리 아버지들이 원폭 당하고, 또 우리가 이렇게 당하면서 살고 있네.”


이렇게 말하는 한기요 씨(72세) 역시 위암 수술과 무릎 수술을 했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기력 없어 직장생활 못하는 자손


원폭 2세인 김영복(가명, 73세) 씨는 원폭 3세대도 고통스런 삶을 산다고 말했다.


“막내 여동생은 글자 그대로 해골 맞은 거랑 똑같어. 자랄 때 건강상태가 안 좋더니 크면서 괜찮았거든. 그래 결혼해가지고 아들 낳았는데 둘째 조카는 태어나면서부터 희귀병에 걸려 의사소통이 안 돼. 큰조카는 대학 졸업 후 직업군인 하다가 몸에 힘이 없어져서 제대했는데 기력이 없어 직장생활도 못허고 있지.”


원폭1세인 김씨의 아버지로부터 태어난 자녀가 6남매다. 2세대인 여동생 4명 중 1명만 괜찮고 3명이 건강에 이상이 있고, 바로 밑 남동생 역시 직장생활 하던 중 희귀병 증세가 나타났다고 한다. 조카들마저 건강 이상이 발견됐으니 피해는 원폭 3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족 말고 본인(김씨)의 질병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한참 뜸들이더니 “이거 말하면 뭐하나 이런 생각이 있지. 2세와 3세들은 아무리 아파도 지원도 안 되고, 괜히 말했다가 자식들 앞날만 막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있지.”


김씨는 알 수 없는 피부질환으로 평생 곤욕이라고 했다. 27세쯤에 처음으로 몸에 반점 같은 게 생기더니 열꽃이 커지다가 아물고 딱지 앉으면 비늘마냥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30대와 40대, 50대에 피부질환이 매우 심했는데 여름에 반팔도 못 입고 대중목욕탕에 가지 못했다. 한국에서 조직검사를 해봐도 알 수 없는 균이라고 해서 일본까지 다녀왔으나 딱히 치료법이 없었다고 한다.


경기도의회 원폭 피해자 지원조례 추진 중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월 26일 경기도의회 4층 소회의실에서 ‘경기도 원폭피해자 지원 조례 및 정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이남재 합천평화의집 원장은 원폭피해자 정의에 원폭 2세를 비롯한 후손이 포함되어야 하며, 원폭 2·3세 등 후손의 생활신태조사와 의료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지원조례 방향을 발제했다. 이대수 아시아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원폭피해자의 인권과 시민사회의 역할 등에 대해 발제했다.


박상복 경기도 원폭피해자협의회 회장 ⓒ용석록


경기도 원폭피해자 협의회 박상복 회장(73세)은 “경기도의회가 나서니 힘이 된다”며 “후손을 포함한 지원조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원폭 2세들은 1세대 재판 쫓아다니면서 경기도에서 70명 정도가 움직이다가 현재는 30~40명 정도가 활동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1970년쯤에 생긴 ‘한국원폭피해자협의회 기호지부’ 지부장도 맡고 있다. 기호지부는 충청남북도와 경기도를 합한 것이다. 원폭 후손회는 합천, 경남, 대구, 부산, 서울지부가 있다. 서울지부는 경기, 인천, 서울, 제주, 강원, 전라남북도, 충청남북도를 포함한 조직이다.


 2월 20일 경기도 평택시 통복동 평택발전협의회 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도 원폭피해자협의회’ 창립총회 장면 ⓒ이대수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돼 피해를 입은 사람들 가운데 현재 (사)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등록된 피해자는 2,350명(2018년 12월 기준)으로 평균 연령은 84세다. 하지만 원폭 2세대와 3세대 등은 일부를 제외하고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경기도 내에는 25개 시·군에 원폭 1세가 154명(한국원폭피해자협회 2018년 말 등록 기준)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원폭 2세는 28개 시·군지역 185명이 원폭피해자협회 서울지부에 등록돼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 거의 대부분 지역에 원폭피해자가 존재하는 셈이다.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 개정안(부천 김상희의원 대표 발의)이 통과되어 2·3세가 원폭피해자로 인정된다면 원폭 2세와 3세 등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용석록 기자

탈핵신문 2019년 3월호(64호/복간준비 2호)


Posted by 석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