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19.03.0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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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피폭노동자


월성1호기 원자로 압력관 교체 종사노동자 호지킨림프종 희귀질병 발병

"방사능 계측기 숨겨 두고 일했다"


경북 경주에 사는 김종일 씨(34세)를 지난 2월 11일 울산 북구 호계에 있는 모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경주 불국사 인근에 거주하고 있으나 이날 어머니와 치과에 다녀가는 길이었다.


“퇴직 후 몇 년 지나서 질병이 발생했어요. 땀 많이 나고 열이 나더라고요. 한 3일 계속 잤는데 목이 부어서 병원에 갔더니 휘귀병 진단을 내리더라고요.”


김씨는 스물두 살 때인 2008년 4월 경주 월성4호기 계측 공정에 17일 동안 일하면서 처음 전리방사선에 노출됐다. 김씨는 이때 월성4호기 계축 공정에서 단지 17일 동안 일했으나 누적피폭선량이 3.08 밀리시버트(mSv)였다. 이는 2008년 한전KPS에서 측정된 전체 연간 누적피폭선량의 일인당 평균 1.83mSv를 훨씬 넘는 피폭량이다.


스물세 살인 2009년 7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월성1호기 원자로 설비개선사업에 한전KPS 소속 하청노동자로 약 293일 일했다. 김씨는 2009년부터 9개월 만에 누적피폭선량이 21.32mSv에 도달했다.


이어 김씨는 2012년 2월 월성2호기 계획예방정비 공사에서 17일 동안 일하는 등 20대 때 총 327일 동안 전리방사선에 노출되는 일을 했다.


김씨가 2009년에 일했던 월성 1호기 원자로 설비개선사업은 원자로 안에 있는 부품을 교체하는 일이었다. 김씨는 원자로 압력관(핵연료봉이 들어가는 관) 교체작업 중 장비의 설치, 제거, 방사성폐기물 운반과 반출 등 정비보조 업무를 작업조장 지시에 수행했다.


김종일 씨가 호지킨림프종으로 인해 목이 부어 있다. 수술하기 전의 모습이다.  


김씨는 2013년 1월 울산대학교병원에서 ‘혼합 세포충실성 고전적 호지킨림프종, 머리·얼굴 및 목의 림프절’(이하 호지킨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목이 얼굴 둘레와 같아질 정도로 부어올랐었다고 한다. 그는 바로 입원해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병행했다.


“암 3기였어요. 항암치료 받는데 정신도 없고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랄까….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식욕도 없고 생지옥이었죠. 억지로 밥 챙겨 먹고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계속 먹고자고 반복했는데 병원에서 자고 일어나면 옆에서 곡소리가 들리고… 참 거시기하죠.”


그는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던 차에 지인이 핵발전소 인접지역 주민들이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하고 있다며, 혹시 소송이 가능한지 확인해보라는 조언을 들었다.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 요양신청 불승인

법원에 불승인 취소 소송 제기


그는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진행 중인 변영철 변호사 도움을 받아 2015년 3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신청을 했지만 불승인됐다.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김종일 씨가) 업무수행 중 전리방사선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노출량이 많지 않고, 상병 발생과의 연관성 근거가 미약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발병 당시 잠복기가 짧았던 점 등을 이유로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산재요양 신청을 승인하지 않았다.


“집안에 친가와 외가 모두 암에 걸렸던 내력이 없고, 제가 몸도 건강했거든요. 그래서 산재가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산재신청을 했죠.”


이후, 그는 변호사와 의논해 2016년 울산지방법원에 ‘산재요양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처음엔 방사능 위험을 잘 모르기도 했고, 경주에 일할 곳이 별로 없어요. 그 당시 (월성핵발전소에서 일하던 당시) 주야 교대하면 한 달에 250만원 정도 받았는데 그 당시 큰돈이었죠.”


그는 일용직 노동자로 월성핵발전소에서 일하면서 방사능 피폭이 무서울 줄 잘 몰랐다고 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기를 “총각은 좀 조심해야 하지만, 아이 다 낳은 사람은 괜찮다”는 말도 들었다.


“방사능 계측기 숨겨두고 일했다”


“일용직으로 일했는데 고방사능이라도 일정수치를 넘으면 일 못하니까 들어갈 때만 계측기 차고 들어가서 숨겨놓고 일해요. 선량계 차고 들어가는 게 별로 의미 없어요. 하루라도 더 일하려고 그러는 거죠.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래요.”


핵발전 노동자들은 방사능에 피폭될 수밖에 없지만, 발병 원인 인과관게 증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스타파


김씨는 일마치고 나올 때 방사능 오염 수치가 높으면 물로 씻는데, 씻어도 방사능 수치가 안내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방사능 수치가 높으면 위험하다는 교육을 받지 않았느냐는 말에 “수치가 오버돼도 일해야 해요. 끝나야 다른 공정 들어가니까요. 한수원은 CCTV로 보고 책대로 됐는지 체크하고, 작업지시는 한국KPS가 하고요. 실제 현장 일은 우리같은 사람이 하는데 선량계 떼고 일하는 경우가 허다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울산지방법원에 낸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도 2018년 6월 28일 ‘청구 기각’ 판결문을 받고 패소했다.


소송 1심 패소, 2심 진행 중


법원은 1심 판결문에 의학적 소견 등에 관해 기술했다. 피고(근로복지공단) 측 자문의사는 "직업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직업병 역학조사를 의뢰함이 타당하다”는 소견을 냈다. 법원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의 직업성 역학조사 결과와 업무관련성 평가 심의결과 “이 사건 상병과 관련된 작업환경요인으로 명확하게 알려져 있는 것이 없고, 전리방사선 노출과 호지킨림프종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가 일부 있으나 결과가 매우 부족하며, 일관된 결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기술했다. 또 원고(김종일 씨)의 호지킨림프종 발병이 평균 잠복기에 비해 매우 짧다며 업무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의학교실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전혀 다르게 소견을 냈다.


직업환경의학교실 측이 법원에 제출한 사실조회서에는 “원자력발전소 및 관련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방사선노출과 관련된 암 발생 위험을 직접 조사한 자료로는 지난 2015년 프랑스, 영국, 미국 원전관련 종사자 30만명에 대한 대규모 코호트 조사가 유일하다”며 “전리방사선에 노출된 사람은 노출되지 않은 사람보다 호지킨림프종의 초과 상대위험도가 1그레이(Gy) 당 2.94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호지킨림프종의 경우 저선량 노출자의 경우에도 발생위험이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고 했다. 가장 높은 호지킨림프종 호발연령이 70대인데 27세에 발병한 것은 매우 드문 경우로 전리방사선 노출을 제외하면 다른 특별한 위험 요인이 없었다(가족력과 흡연력 없음)는 점도 기술했다. 또 “암 위험 증가를 관찰하기 위한 최소기간으로서 절대적 잠복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잠복기가 일률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라기보다 개별사례 조건에 따라 달리 적용되어야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1심에서는 호지킨림프종이 일정 정도 잠복기를 거친 뒤 발병하느냐, 아니냐를 두고 의학적 소견이 엇갈렸다.


김씨는 1심 결과에 불복해 부산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민심은 2심에서 대한의사협회에 감정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김씨는 "같이 일했던 사람 가운데 몸이 안 좋은 사람도 있지만, 산재신청은 그곳(핵발전소 일자리)을 포기하는 것이라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용석록 기자

탈핵신문 2019년 3월호(64호/복간준비 2호)


Posted by 석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