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칼럼2019.03.04 00:31

∥기고  

진상현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새롭게 출범하는 탈핵신문을 위한 제언


현 정부 들어서 탈핵과 찬핵 진영이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침체되었던 반핵운동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급격히 활성화되었다. 시민단체는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을 결성해 힘을 모으며, 전문가들도 탈핵에너지 교수모임 및 탈핵법률가모임 등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지원했었다. 그렇지만 정작 촛불을 통해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탈핵운동의 결속력이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다. 과거 탈핵운동의 중추 역할을 맡았던 공동행동은 현 정부 1년 만에 해산하고 말았다.


이러한 탈핵 진영의 움직임은 2017년에 있었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당시 공론화 과정에 대한 참여를 놓고 입장이 갈라졌을 뿐만 아니라 공론화의 의미에 대한 해석도 상반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탈핵 연대체들이 해체되기는 했지만, 최근의 현상은 쇠퇴라기보다는 분화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예를 들면, 시민단체 중심의 탈핵운동을 기업들까지 참여시킨 ‘에너지전환포럼’이 2018년 4월에 출범했고, 반핵 및 평화운동을 부각시킨 ‘핵폐기를 위한 전국네트워크’가 2019년 1월에 발족됐다. 이처럼 탈핵 진영의 분화를 외연의 확장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결속력이 약화된 면도 있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 들어 찬핵 진영의 응집력은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2017년 8월에 원자력계 원로급 인사들을 중심으로 ‘원자력 살리기 국민연대’가 출범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원자력 산업 노동계의 주도 하에 ‘원자력정책연대’가 결성되었다. 2018년 3월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 200여명의 대학 교수들이 모여서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 운동’을 추진해 2019년 2월에 40만 명에 달하는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했을 정도이다.


대부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원전 증설과 축소의 비율이 대략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탈핵 진영도 서명운동을 벌이면 동참할 국민 40만 명 정도는 모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탈핵 진영은 분화가 진행되면서 결속력을 상실한 상태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이후 탈핵 진영의 결속력 상실 및 분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현 정부가 원자력에 관해 이전 정권에 비해 정책적 입장을 ‘탈원전’으로 밝히고 추진함에 따라, 이를 지지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이 구분되는 현상은 다양성이 존재하는 시민운동의 특성상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게다가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시민단체가 친정부적인 성향을 지닐 경우에는 시민참여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환경정책에 우호적인 민주당이 정권을 장악했던 시기에는 시민단체의 회원 수가 급감하는 경향이 존재했었다.


이렇게 탈핵운동 전반이 어려운 가운데 탈핵신문이 복간하게 되었다. 복간되는 탈핵신문은 협동조합의 형태로 다시 출발할 예정이다. 탈핵운동은 정권 한 번 장악했다고 마무리될 사안이 아니다. 60년 수명을 지닌 핵발전소와 싸워야할 뿐만 아니라 그 보다 생명력이 질긴 찬핵 세력들과 맞서려면, 긴 호흡으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짧은 거리를 가려면 혼자서 달려가도 되겠지만, 먼 거리를 가려면 함께 가야할 것이다. 탈핵신문은 지난 6년간 전국 탈핵진영 소식과 일본 소식 등을 알려 왔다. 탈핵운동의 분화와 어려움 속에서 새로 출범하는 탈핵신문미디어 협동조합이 함께 가는 동반자들의 그릇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탈핵신문 2019년 3월호(64호/복간준비 2호)


Posted by 석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