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각 핵발전소와 대전의 원자력연구원에서 발생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하 중저준위 방폐물)을 이동·처분하는 과정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음이 알려졌다. 이는 고준위핵폐기물 못지않게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에도 문제가 있음을 알게 한다. 또한 핵폐기물 발생자인 사업자와 원자력연구원,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모두 핵폐기물 관리에 허술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중저준위방폐물은 핵종 재고량 평가를 통해 드럼에 담아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옮겨진다. 방폐물에 포함된 방사성물질은 세슘137, 요오드129 등 방출하는 방사선 종류가 다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는 방사성폐기물에 포함되어 있는 전체 방사성 핵종의 95%이상을 규명하여야 하며, 14개의 중요한 방사능 핵종에 대해서는 그 농도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의 직접 측정이 어려운 알파핵종과 베타핵종의 재고량을 규명하기 위해서 폐기물 시료를 직접 채취하여 폐기물 농도를 결정한다. 그때 외부에서 방사능 측정이 쉬운 감마 방사능 측정값과의 비례관계를 결정하는데 이것을 척도인자라고 부른다. 법에 따라 2년마다 수행하는 주기적 검증은 이 척도인자 값이 제대로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로 볼 수 있다.

척도인자를 도출하려면 알파·베타선 농도 분석을 위한 샘플 데이터가 필요하다. 시료 채취와 분석이 가능한 기관은 원자력연구원이다.

그러나 원자력연구원은 하나의 시료 분석결과를 마치 여러 개 인 것처럼 모집단 시료로 등록했다. 샘플 수를 3배로 늘려서 통계처리한 것이다. 알파핵종·베타핵종 분석 시 적용한 보정방법이 잘못되어 그 측정값이 엉터리인 것이 발견되고, 이 오류는 후속적인 척도인자 검증과정과 폐기물 이송에 따른 샘플 분석에서도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이 오류는 인허가 과정에서도 계속되었음을 확인함에 따라 최소 10여 년간 방사성폐기물 방사능분석의 전 단계(시료채취, 측정, 분석)가 실패하였으며 이에 대한 국가의 관리 또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로써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수원의 위탁으로 방사능 분석을 수행한 원자력연구원, 이를 규제하고 안전성을 확인·검증해야 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환경공단이 최소 10여 년간 무능하였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방사성폐기물이 철저하게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던 기관들이다.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장 이송은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며, 심지어 기존 지하 처분장에 매립된 폐기물의 처리 문제가 긴급 현안이 되어버렸다. 이미 처분장에 있는 폐기물 핵종분석에 오류가 있으면, 이를 처리할 기준(기간설정 등)에도 오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규제해야 할 원안위는 핵종분석이 문제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왔다. 핵종분석 오류는 원자력연구원의 폐기물 무단반출 조사에서 불거졌다. 원안위는 2017년 4월부터 약 6개월 동안 이 문제를 조사했으며, 당시 핵종분석 오류 등을 철저히 조사하지 못했다. 그때 조사를 지휘했던 방사선방재국장이 현 엄재식 원안위원장이다. 일부에서는 조사를 은폐하거나 축소한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된 방사성폐기물 드럼 내 방사성 핵종의 양을 분석하는 일은 핵발전소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만이 아니라,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관리, 처분장의 설계와 운영에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는 기술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소한 밝혀진 안전현안에 대해서라도 조치하여야 한다. 지금처럼 한수원의 폐기물이 문제 있음을 알면서도 일부 원자력연구원 폐기물 먼저 처리하겠다는 시간벌기를 통한 책임 회피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회 공동대표

탈핵신문 2019년 4월호(65호 _ 복간준비3호)


Posted by 석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