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019.04.20 12:28

기획 _ 갑상선암 공동소송 소송인 인터뷰


핵발전소 인접지역에 살면서 일가족 3명이 갑상선암에 걸려 수술 후에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가 사는 집을 찾아간 날, 복숭아꽃과 앵두꽃이 한창이다. 자두꽃향기는 산골짜기에 가득 고여 봄기운에 취하게 했다. 만약 방사능이 이 골짜기에 유입된다면 이 역시 빠져나가지 못하고 주변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았다.

3월 29일, 그녀는 화단을 손질하고 있었다. 풀꽃들 사이에 그녀가 심은 백합과 작약, 튤립이 오종종 모여 있다. 그녀 집 주변에는 고압 송전탑 4개가 풀꽃을 내려다보며 우둑 서 있다.


오순자 씨는 갑상선암 수술 이후 생긴 합병증으로 약보따리를 끼고 산다. ⓒ용석록


오순자(70세) 씨는 경북 경주시 양남면 상라리에 살고 있다. 그녀는 3남 1녀를 낳았는데 그 가운에 딸과 막내아들이 갑상선암에 걸려 수술했다. 이어 그녀마저 갑상선암이 발병해 수술했다. 이들 세 명은 모두 ‘원전 주변지역 주민 갑상선암 공동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오순자 씨가 사는 집은 월성핵발전소와 직선거리로 약 5km 떨어져 있다. 오씨 가족이 그곳으로 이사한 것은 1998년께다. 이사해서 생활한지 10년 정도 지난 2008년께 딸이 갑상선암에 걸렸고, 그로부터 4년쯤 지난 2012년께 막내아들이 갑상선암에 걸렸다. 이어 2년 뒤인 2014년에는 오씨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오씨는 2014년 갑상선암에 걸린 걸 알았는데 임파선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원자력에서 주민 건강검진 받으라고 해서 갔는데, 의사가 빨리 큰 병원 가보라고 해서 울산대학병원으로 갔어요.”

그녀는 울대병원 담당 의사가 다른 예약 환자 다 제치고 오씨 수술을 먼저 했다고 했다. 오씨는 목 앞부분 전체와 귀 밑까지 이어진 수술 자국을 보여주며 당시의 위급했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월성핵발전소 왼쪽으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있고, 방폐장 맞은 편 골짜기에 오순자 씨가 살고 있다. ⓒ용석록


“방사선치료가 1~10까지 강도가 있다면 나는 제일 쎈 10으로 치료받았어요.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더 큰 유리관에 방사능치료제가 들어있는데, 그거 마시고 문이 3중으로 돼 있는 곳에서 나 혼자 생활했어요. 내 몸에 방사선이 있어서 옆에 사람이 오면 안 된대요. 치료 끝나고 택시타고 가면 피해준다고 하면서 딸이 나를 집에까지 데려다 줬어요. 집에 와서는 혼자 2주 정도 지냈어요. 내 곁에 아무도 있으면 안 된대요. 특히 임산부는 절대 옆에 있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약을 한웅큼씩 먹어야 했죠. 집에 와서 처음에는 한 순간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도 오씨는 잘 견디면서 갑상선암을 이겨내고 있다. 더 힘든 건 수술 이후 찾아온 합병증이다. 전에는 없던 당뇨 등 건강에 이상신호가 왔다. 갑상선 치료제와 함께 당뇨약, 심장약, 고지혈증약 등을 매일 먹어야 한다. 그녀가 내놓은 3개월치 약보따리는 대형 쇼핑봉투 두 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오씨는 암 관련해 가족력이 없다며, “병원 의사도 가족력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한 가족이 3명이나 같은 암에 걸리는 게 특이하다고 했는데, 세미나에는 부르니까 안 오시더라” 라고 했다.


골짜기에 막혀 공기 흐름 좋지 않다

“마을에 암으로 돌아가신 분 많다”


“바로 앞 골짜기가 방폐장인데 가까워요. 방폐장 골짜기와 이쪽 골짜기가 가로막아서 공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어요. 나산과 나아에 소송인이 많지요. 소송하기 전에 할매들이 모르고 돌아가셔서 그렇지, 주로 암으로 많이 돌아가셨어요. 상라마을에서도 2017년에 할아버지 1명, 할머니 1명, 그 뒷집도 1명, 더 위에 집도 1명…. 내가 아는 것만도 4명이나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오씨는 누군가 열정을 가지고 핵발전소 최인접지역 주민 건강과 핵발전소 연관성을 규명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오씨 집은 고압송전탑과 송전선로에 둘러싸여 있다. 나아리 월성핵발전소에서 들어오는 고압송전선로가 두 개 노선으로 각각 오씨 집 양쪽을 지나간다.

“이곳에 땅 살 때는 원전은 생각도 못했어요. 송전탑도 옛날에 없다가 우리가 이사한 뒤에 생겼어요. 송전탑이 얼마나 고압이고 해로운지 아무 말도 안하더라고요.

오씨는 한국전력에 송전탑을 옮겨달라고 민원을 넣기도 했다.


오씨 집 양쪽으로 고압송전탑이 4개 있고, 고압송전선이 오씨집 바로 옆을 양쪽으로 지나간다. ⓒ용석록


“얼마전 철탑 1개만 옮겨달라고 그림 그려서 보냈는데 답이 없어요. 송전탑에서 땅땅 소리날 때도 있고, 윙 하면서 건기선이 울려요. 지릿지릿 할 때도 있고. 심하면 한전이 와서 청소도 하고 가던데 올해도 두 번이나 왔다 갔어요.”

오씨는 수술 이후 경주환경운동연합의 안내로 갑상선암 공동소송에 참여하게 됐다. 갑상선암 공동소송은 핵발전소 반경 10km 이내에 3년 이상 거주한 사람 가운데 갑상선암이 발병한 사람들이 낸 소송이다. 이 소송에 경주 지역은 94명이 참여했다.

오씨는 월성핵발전소 가동으로 경주시와 양남면발전협의회 등에 돈이 지원되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갑갑해 했다. 양남면에 보건소 외에는 병원시설이 없어 울산이나 경주시내, 양산까지 병원 다니는 일이 무엇보다 힘들다는 이야기다.

오씨는 “죽을 때 죽더라도 양남에 병원이랑 요양시설 지으면 살아있는 동안 고생이라도 덜 하지 않겠나. 부모들이 아파도 멀리 안 모시고 양남에 있는 요양원에 모시면 자식들도 편코. 다른 건 몰라도 한수원이든 경주시든 이것만은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오씨는 울산에 살면서 남의 집 땅을 빌려 농장을 운영했다. 자동차 통행이 많은 도로가에서 군밤을 팔기도 했다.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마련한 땅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이다.


용석록 기자

탈핵신문 2019년 4월호(65호)


Posted by 석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