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급수펌프 작동 조사하다 출력급증 확인


지난 5월 10일 영광 한빛1호기에서 일어난 중성자출력(=원자로출력) 급증 사건 이후 한빛1호기는 사용정지 중에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5월 20일부터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사건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 못지않게, 원안위도 사건 당일 대처능력이 떨어져 국민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빛1호기 출력 급증 사건은 자칫 알려지지 않고 묻힐 뻔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한빛1호기 현장에 들어간 것은 보조급수펌프가 왜 작동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으며,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 원자로 출력(중성자출력)이 18%까지 급증했던 것이 확인된 것이다. 보조급수펌프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로 출력 급증 자체를 보고하지 않고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10일 10시 30분, 영광 한빛핵발전소 1호기에서 보조급수펌프가 작동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 사실을 10시 50분에 원자력안전위원회 지역사무소에 유선으로 보고했다. KINS는 오후 4시 보조급수펌프가 작동한 사건을 조사하러 한빛1호기 현장에 들어갔으며, 저녁 6시경 한수원에게 ‘열출력 제한치 초과가 의심되어 한수원에 자료를 요구했다. 한수원은 밤 9시 12분에 검토결과 수동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원안위에 보고했다.


원안위는 밤 9시 37분 수동정지를 지시했고, 한수원은 밤 10시 2분 수동정지했다.




제어봉 사고, 공정 단축이 불러온 결과

제어봉교환법 -> 동적제어봉 시험으로 변경

“시험시간 절반으로 줄지만, 운전원 훈련 미흡”



원자력안전연구회는 5월 30일 서울 패스트파이브 시청점5층 컨퍼런스룸에서 <한빛원전 1호기 출력급증 사건 평가> 워크숍을 열고 한빛1호기 출력급증 사건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 


원자력안전연구소 한병섭 공동대표는 이번 사건은 한수원이 공정을 단축시키려고 제어봉 시험 절차서를 변경한 것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에 따르면, 2000년대 이전에는 ‘제어봉교환법’이라는 방법으로 제어봉의 깊이에 따라 붕소를 희석 또는 농축시키는 방법으로 제어봉 성능을 측정했다. 이 방법은 제어봉이 삽입돼 있어도 임계가 되도록 붕소를 희석시키므로 운전원이 항상 임계상태를 확인해야하고, 붕소를 물에 타서 농도를 높이거나 희석시키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한수원 중앙연구원은 미국에서 시험 중인 방법을 먼저 국내특허로 출원하고 ‘동적제어봉 시험’이라는걸 도입해서 시험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게 되었다. 이 방법은 조금 부정확해도 빠르고, 제어봉을 다 뺀 상태에서 임계를 맞추고, 제어봉을 집어넣었다가 빼는 방식이므로 초임계상태가 될수 없다. (*초임계 상태 : 임계점 이상의 온도와 압력에 놓인 물질 상태)


문제는 이 방법이 최근의 기준이 되었기 때문에 운전원들은 기존방법(제어봉교환법)에 대한 경험이 없고 임계를 걱정해본 일이 드문 상태다. 그런데 한빛1호기는 동적제어봉 시험이 두 번 실패하여 기존방법인 제어봉교환법으로 시험하다 제어봉 편차가 생겼다는 것이다. 즉, 운전원이 시험 도중 임계 확인을 잊어버리고 제어봉을 빼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대표는 이번 한빛1호기 사건 원인이 공정 단축, 운전원 훈련 미흡, 절차서 미흡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은 한수원의 운영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사건을 축소하면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미임계 상태인 것으로 생각하고 반응도 계산”

핵반응 일어나고 있는데 멈춘 것으로 착각



6월 11일, 한빛1호기 출력 급증은 한수원 직원이 원자로 출력이 낮아지는 중으로 ‘착각’한 상태(미임계)에서 순식간에 제어봉을 많이 뽑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연구회가 지적했던 우려가 확인된 것이다. 


임계란 우라늄 핵반응으로 생성되는 중성자 수가 낮아지는 ‘출력 감소’ 조건을 뜻한다. 반대로 임계 상태는 중성자 수가 늘어나는 출력 증가 조건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수원이 지난달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보고한 ‘한빛 1호기 원자로 수동정지 원인 및 재발방지대책’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는 사건 발생(5월10일)과 원안위 현장조사(5월16∼17일) 사이에 작성된 것이다. 한수원은 이런 사실을 일찌감치 파악하고도 지금껏 공개하지 않았다.



제어봉 급하게 빠지면 출력 250%까지 올라간다

특별사법경찰 조사로 본질 가리면 안 돼



원자력안전연구회는 한빛 1·2호기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에 따르면 0.1% 출력에서 제어봉이 급하게 빠지게 되면 원자로정지 이전에 출력이 250%까지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25% 출력에서 원자로가 정지되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폭주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성자 출력은 핵분열 반응의 개수를 측정하는 것이다. 한병섭 대표는 “예를 들어 중성자출력이 1%일 때 중성자 수가 1억 개라면, 중성자출력이 18%로 증가하면 중성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만약, 운전원이 제어봉을 그냥 꺼냈으면 중성자 출력은 폭증할 수도 있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작업자가 제어봉을 뽑다가 다시 넣어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원자력안전연구회는 향후 개선사항으로 △기술지침서와 절차서 숙지를 위한 운전원 교육 강화 △정비기간 단축 위해 안전성 저해하는 관행 없애야 함 △안전을 포기한 규제완화 조치 원상 복귀 △원전 규제 전문기관에 의한 현장 일상 감시시스템 도입 법제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원자력안전연구회는 한수원이 열출력은 낮았다고 주장하는 점과 원안위가 중성자출력(=원자로출력)과 열출력을 구분 못하고 배포한 보도자료도 문제 삼았다.




영광군 153개 연대단체 , 한수원·산업부·원안위 검찰고발

한수원과 원안위 12시간 우왕좌왕

실제 사고 시 국민안전 담보 어렵다



영광군 ‘한빛원전 범군민 대책위원회’는 13일 오전 영광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고발했다.


범대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빛 1호기 제어봉 조작실패에 따른 열 출력 급증사건은 이미 예견된 건으로 운영기술 지침서도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자격자가 제어봉을 조작했다는 사실은 영광군민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놀라게 했다"고 비판했다.


원자력안전법 제26조(운영에 관한 안전조치 등) 2항은 “발전용원자로운영자 및 그 종업원은 제20조제2항의 운영기술지침서를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범대위는 “한수원이 기술지침서를 준용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원전을 테스트하고 가동하였다는 말인가?”라며, 한수원 운영진을 믿기 어려다고 했다. 또 이번 사건 이전에 발생한 1월 1호기 스위치기어 건물 공기공급 팬에서 연기발생, 올해 2호기 증기발생기 수위조작 실패, 3월 1호기 원자로 냉각재배관에서 화재사고 등을 언급하며 한수원이 사전에 기존 사고에 대해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음으로써 이번 제어봉 조작 실패 사건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범대위는 원안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빛원전에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영광군민들은 특별조사는 셀프조사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조사를 즉각 중단하고 충분하게 협의 후 조사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검찰 고발을 통해 진실규명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현재 원안위는 사법경찰관에 의한 특별조사를 명분으로 이슈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진실을 축소하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범대위는 산업부의 허술한 관리 감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범대위는 검찰이 한수원, 원안위, 산업부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영광을 비롯한 전남, 전북, 서울, 울산, 부산, 대전 등 전국의 탈핵진영은 이번 사건은 12시간 동안 한수원과 원안위가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음을 지적하고, 실제사고 시 국민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용석록 기자

탈핵신문 2019년 6월호(67호)




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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