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19.06.14 17:48

∥ 기획 _ 고준위핵폐기물(1)


편집자 주 : 정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했다. 정부가 핵폐기물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채 공론화를 추진하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탈핵신문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고준위핵폐기물 개념과 국내 상황, 핵폐기장 부지선정 역사와 해외 사례, 팩트 체크 등을 준비했다. 이번 기획은 방사성 폐기물 가운데 핵발전 폐기물을 다뤘으며, 사실상 해결 방안을 찾기 어려운 핵폐기물 처분 문제에 관하여 독자들의 판단을 돕고자 한다



사용후핵연료가 뭔지 모르는데 공론화 제대로 될까

핵발전소 부지마다 고준위핵폐기물 넘쳐난다


국내 핵발전소 부지 모두

고준위핵폐기장과 같은 상황

핵폐기물 모두 조밀저장 중

50cm 간격을 23cm로


한국은 핵발전을 시작한 이래 핵발전소에서 나온 고준위핵폐기물을 처리할 처분시설이 없다. 국내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핵폐기물은 현재 각각의 핵발전소 부지 내에 보관 중이다. 이를 ‘임시저장시설’이라고는 하지만, 40년 동안 핵폐기물을 쌓아 놓아 핵발전소 부지가 곧 고준위핵폐기장과 같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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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핵폐기물 습식 임시저장시설 

고준위핵폐기물 건식 임시저장시설(맥스터) 

맥스터 내부 구조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이 핵발전소 부지 안에 존재하는 근거는 원자력안전법 상 임시저장시설을 “발전소 시설 운영에 필수적인 관계시설”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시설’이라는 규정은 논란거리다.


현행법상 사업자가 핵발전소 부지 안에 ‘관계시설’을 특별한 규제 없이 지어도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고준위핵폐기물을 40년 동안 보관하면서도 그 관리기준이 ‘관계시설’에 국한돼 있는 것도 문제다.


경주에서는 2005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할 때 정부로부터 향후 고준위핵폐기장은 경주에 두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특별법에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은 유치지역에 건설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사업자는 ‘관련시설’이 아닌 ‘관계시설’은 지어도 된다며, 고준위핵폐기물 건식저장시설을 추가로 지어도 된다는 입장이다. 경주시민 입장에서는 ‘말장난’으로 보인다. 핵발전소 부지 안에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추가로 건설하면 그곳이 곧 핵폐기장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내 고준위핵폐기물은 발전소 부지 내의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되자 조밀저장을 시작했다. 폐연료봉 한 개를 보관하던 간격이 50cm이던 것을 23cm로 좁혀 조밀하게 저장 중이다.



                                                                                                        표 제작 : 탈핵신문


사업자는 조밀저장으로 수년 동안 임시저장시설 포화 시점을 늦춰왔지만, 이제 이마저도 꽉 차오르고 있다. 사업자는 이를 처리할 곳이 없으면 핵발전을 멈추어야 하므로, 그들에게는 핵폐기물 처리시설 확충이 매우 다급해졌다.


고준위핵폐기물 습식 저장시설은 폐기물을 풀장처럼 생긴 커다란 수조에서 냉각시키는 시설이다. 국내 핵발전소는 경주에 있는 월성 1·2·3·4호기 외에는 고준위핵폐기물을 모두 습식저장을 하고 있다.


건식저장시설은 물이 아닌 금속용기와 콘크리트 사일로 등에 고준위핵폐기물을 보관하는 것이다. 원자로에서 바로 꺼낸 고준위핵폐기물은 바로 건식 저장할 수 없으며, 습식저장시설에서 약 5년 정도 열을 식힌 뒤에 건식저장시설로 옮긴다.


경주 월성 1·2·3·4호기는 천연우라늄을 핵연료로 쓰고 있는 중수로형 핵발전소다. 2015년 기준 국내 20개 핵발전소에서 나온 고준위핵폐기물 양(6,735톤)보다 월성 1~4호기에서 나온 고준위핵폐기물 양(7,733톤)이 더 많다. 경주에는 고준위핵폐기물 발생량이 많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건식저장시설(맥스터와 케니스터)도 운영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번 공론화를 통해 핵발전소 부지 안에 추가로 지으려는 임시저장시설은 대용량 조밀 건식 시설인 ‘맥스터’다. 




∥핵폐기물 용어 풀이

10만 년 동안 사람과 격리시켜야 할 고준위핵폐기물

국내법상 ‘고준위 핵폐기물’은 없다


정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 준비단’을 운영했으나, 올해 5월 재검토위원회를 출범하면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라고 이름을 바꿨다. 산업부가 고준위핵폐기물 용어 대신 사용후핵연료 용어를 쓴 이유는 박근혜 정부 법안 내용을 그대로 활용했을 것이라는 측면과 향후 핵재처리 등 고준위핵폐기물을 또 다른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근거로써 ‘사용후핵연료’라는 용어를 선택했을 수 있다.


고준위핵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준위의 방사성 폐기물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이를 폐기할 것인지 재처리할 것인지에 따라 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로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한다. 탈핵신문은 사용후핵연료라는 용어 대신 고준위핵폐기물 용어로 통일해서 사용한다.


핵연료가 뭔가요


핵발전소의 연료로 우라늄-235가 쓰인다. 한국의 핵발전소는 가압경수로와 가압중수로가 있다. 중수로는 우라늄-235가 0.7% 포함돼 있는 천연우라늄을, 경수로는 농축도가 3~5%인 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 경주에 있는 월성핵발전소 1·2·3·4호기는 중수로 핵발전소로써 천연우라늄을 쓰기 때문에 국내 24기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핵폐기물 발생량의 절반 가까운 양이 이곳에서 나온다.


사용후핵연료 폐기 결정 안 해


핵연료는 3~4년 정도 사용하면 우라늄-235가 줄어들어 더 이상 핵발전 연료로 사용하지 못한다. 핵발전소는 주기적으로 핵연료를 교체한다. 이때 새 연료봉을 넣으면서 꺼낸 것이 ‘사용후핵연료’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통해 물질 구성이 달라졌고, 높은 열(붕괴열)과 방사선을 방출한다. 사용후핵연료는 재처리를 통해 플로토늄을 추출하면 핵무기 제조에 쓰이기도 한다.


사용후핵연료를 폐기하기로 결정하면 고준위핵폐기물로 분류한다. 한국은 고준위핵폐기물이라는 용어을 일반적으로 쓰고 있으나 사용후핵연료를 폐기하기로 결정한 적은 없다.


고준위핵폐기물


방사성폐기물은 방사성물질 또는 그에 따라 오염된 물질로써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을 말한다. 방사성 폐기물은 열과 방사능의 농도에 따라 고준위, 중준위, 저준위, 극저준위 방사성폐기물로 분류한다.


국내 원자력안전법은 고준위핵폐기물의 분류 기준을 “반감기 20년 이상의 알파선을 배출하는 핵종으로, 방사능 농도는 1그램 당 4000베크렐 이상이고, 열발생률 2kW/㎥”로 규정하고 있다. 핵발전소에서 사용된 장갑, 작업복, 신발 등은 준위가 낮은 것으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다 타도 계속되는 붕괴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서 원자로가 정지해도 연료가 계속 열을 내는 것은 핵분열이 아니고 붕괴열 때문이다. 핵분열을 시작해 방사성 붕괴가 일어나면 방사성 붕괴와 붕괴열의 발생을 멈출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이 끝난 연료는 전용 저장수조에 넣어 적어도 5년 가량 물속에서 냉각시켜야 한다. 이후 핵폐기물은 최종처분장 등으로 옮겨 10만 이상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핵폐기물 독성 10만 년 이상


고준위핵폐기물은 사람과 10만 년 이상 격리가 필요하다. 우라늄-235와 238로 만든 핵연료봉을 태우고 나서 꺼낸 핵폐기물. 여기에는 플루토늄(Pu-239)과 넵투늄(Np-237), 아메리슘(Am-241) 등 고독성의 초우라늄원소가 포함돼 있다. 고독성은 이들 핵종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사람 몸에 쬐었을 때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들 원소의 독성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는 플루토늄-239는 2만4천년, 우라늄-235는 7억년, 넵투늄-237은 200만년 등이다.


용석록 기자

탈핵신문 2019년 6월호(67호)


Posted by 석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