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19.07.12 08:00

경주 특집(2)  


경주 핵시설의 역사


1969년 닉슨 독트린과 베트남전 미국 철수로 위기를 느낀 박정희 정부는 ‘핵무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박정희 정부는 한미원자력협정을 통해 상업용 핵발전소 건설에 대해 미국의 허가를 받았지만, 핵무장은 미국의 반대에 봉착했다. 결국 박정희 정부는 프랑스와 핵재처리 기술 도입을 논의하는 한편, 캐나다에서 중수로(CANDU) 원자로 도입을 추진했다. 중수로는 경수로에 비해 플루토늄과 삼중수소가 많이 만들어지는 특성이 있다. 이들 물질은 핵무기 개발에 필수적인 원료이기 때문에 핵무기 개발을 생각한 박정희 정부에게는 매력적인 핵발전소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월성1호기는 고리 1·2호기에 이어 우리나라 3번째 핵발전소로 건설되었다. 박정희 정부의 핵무장은 좌절되고, 월성1호기는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이후 경주에는 3기의 중수로 건설 계획이 추진되어 1997년부터 1999년까지 3년간 매년 1기씩 핵발전소가 준공되었다.


박정희의 핵무장 계획 무산되고

핵폐기물 다량 만드는 중수로형 핵발전소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로 중수로는 경수로보다 효율적인 발전소가 아니다. 특히 사용후핵연료가 많이 나오는 중수로의 장점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 이후엔 단점이 되었다. 국내 핵발전소 26기 가운데 중수로는 단 4기에 불과하지만, 4기의 중수로에 발생한 고준위핵폐기물은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이 많은 양의 고준위핵폐기물을 저장하기 위해 정부는 1992년 처음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한 이후 총 5차례에 걸쳐 16만8천다발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이 가능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나마 2021년 포화될 예정이어서 신규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둘러싸고 향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 소속 주민이 2017년 2월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본부 앞에서 이주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 요구는 2019년 7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용석록


한편 정부는 1990년대 들어 경주에 추가 핵발전소 건설을 계획했다. 월성 4호기를 마지막으로 중수로는 더 이상 짓지 않고, 이후에는 경수로형 핵발전소가 계획되었다. 신월성 1·2호기는 이렇게 건설되었다. 신월성 3·4호기 부지에는 핵발전소가 건설되지 않았는데, 2005년 핵폐기장 주민투표를 거쳐 이 부지에 현재의 중저준위핵폐기장이 건설되었다. 주민투표 당시 군산, 영덕, 포항 등 다른 부지는 새로운 부지를 모두 매입해야 되는 상황이었지만, 경주의 경우에는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이미 매입이 시작된 상태였다. 또한 이미 운영 중인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편에서는 핵 관련시설 유치

최인접지역 주민은 이주 요구


중수로와 경수로, 중저준위핵폐기장까지 이미 경주에는 많은 핵시설이 있지만, 경주에 또다시 핵시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었다. 2014년 3월, 경주시는 ‘원자력해체기술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하고 ‘원전해체센터’ 유치 운동에 나섰다. 그해 말까지 경주시는 경주시 인구의 86%에 해당하는 22만 5천 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와 과기부, 산업부, 원자력연구원 등에 전달했다. 중수로와 경수로, 중저준위핵폐기장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핵시설이 모두 경주에 모여 있다는 것이 경주시의 유치 이유였다. 지난 4월 정부는 2021년까지 경주에 중수로 원전해체센터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산, 울산과 경주가 원전해체센터 건설을 둘러싸고 경쟁이 과열되자 부산울산권에 경수로 원전해체센터를 건설하고 중수로 원전해체센터는 경주에 짓기로 확정한 것이다.


일부 단체, 원자력연구원 유치 촉구


그러나 아직도 경주 내부에서는 추가 핵시설을 유치하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경주시 자문기구인 경주시원전범시민대책위는 “최근 탈원전 정책으로 월성1호기는 폐쇄되고 핵폐기물만 쌓여가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경북도와 경주시 1,200억 원을 들여 월성 핵발전소 인근 부지 300만㎡를 마련하고 제3 원자력연구원을 유치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4월 취임한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핵연료 연구를 위해 새로운 연구원부지를 찾겠다고 선언한 상태여서 경주에 원자력연구원까지 건설될지 주목된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 이주대책 마련하라”

6년째 농성 중인 월성 주민들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은 2014년부터 5년째 월성 핵발전소 앞에서 이주를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나아리 땅의 대부분은 월성 핵발전소에 편입되었지만, 원자로에서 0.9~1.5km 떨어진 곳에 400여 세대 800여 명이 살고 있다. 중수로형 제한구역 경계 914미터를 겨우 벗어난 곳에 사람들이 사는 것이다.



월성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등이 조사한 결과, 월성핵발전소 최인접지역 주민 조사대상자 100%는 방사성물질 삼중수소에 피폭돼 있음이 밝혀졌다. ⓒ용석록


월성 핵발전소에서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많이 나온다. 삼중수소는 관리가 힘들고 식수에 포함될 경우 내부피폭 위험이 크다. 나아리에서는 식수와 주민의 소변에서도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 이 지역 해녀 162명 가운데 24명이 갑상샘암에 걸렸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밝혀졌다. 2014년부터 벌써 5년째 나아리 주민들이 월성 핵발전소 앞에 천막을 치고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동안 농성장에는 대통령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나 산업부 장관, UN 인권 특별보고관 같은 이들이 다녀갔다. 하지만 이주대책 논의는 전혀 진척이 없다. 지역주민들의 이주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지역주민들은 국회와 협력하여 법안을 만들었다. 현재 국회에는 2건의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다.



2019년 6월 22일 경주역에서 열린 <핵폐기물 이제그만, 10만인 행동> 집회에 참석한 황분희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 부위원장은 맥스터(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를 반드시 막아내자며 핵발전소 가종 중단과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용석록


김수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핵발전소 인접 주민의 이주대책사업의 법적 근거를 만들고, 이를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석기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이주대책 이외에도 주민의 건강검진, 오염된 농수산물의 매수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 이주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핵발전소 인근 주민을 이주시키는데 무려 8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주대책위는 제한구역경계를 기준으로 1km 이내 희망하는 주민들로 한정하면 예산은 대폭 줄어들 것이며, 매입하는 부동산이 자산이기 때문에 실제 큰 손실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반박에 별다른 대답이 없다.


다른 나라의 경우 제한구역 이외에도 완충구역을 두거나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탈핵신문 2019년 7월호(68호)

이헌석 편집위원

Posted by 석록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