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2019.08.08 19:33

∥책 소개


『맨발의 겐1~10』(글과 그림 나카자와 케이지, 김송이 등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2000~2002년) 



일본 히로시마(8월 6일)와 나가사끼(8월 9일)에 핵폭탄이 떨어지고 74년이 흘렀다.


통상 핵폭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많은 분들이 ‘도시가 궤멸되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고 부상당하고, 방사능으로 오염됐다’는 정도로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탈핵을 좀 더 깊이 접근하고자 한다면, ‘핵발전의 뿌리’, ‘핵발전의 쌍생아’라고 불리는 핵무기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핵무기의 연구·개발(맨하튼 계획), 실험(트리니티), 투하(히로시마·나가사끼), 영향조사(ABCC, 원폭상해조사위원회) 등을 파헤친 각각의 도서들도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맨발의 겐1~10(이하, 맨발의 겐)은 만화책으로 이런 전체 맥락을 또렷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맨발의 겐은 초등 1학년 때 히로시마에서 핵폭탄 세례를 받은 저자와 그 가족, 이웃, 친구들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핵폭탄과 방사능이 초래한 그 피해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도무지 글로써는 상상할 수 없을 것 같은 처참한 현실을 만화로 표현했기 때문에 실상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어떤 이는 ‘너무도 고통스러워, 중간에 책을 덮고 싶을 정도’라고 말하지만, 끝까지 읽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17년 전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보게 되었다. 당시는 핵발전소와 방사능에 대한 이해가 변변치 않아 핵무기 중심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던 내용이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내·외부 방사능 피폭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갖고 읽다 보니, 맨발의 겐과 그 가족, 이웃, 친구들이 겪게 되는 원폭증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이미 수 만 명의 사람들이 핵폭탄 투하 직후 사망했다. 하지만 운 좋게 죽지 않고 살아남은 수많은 사람들도 방사능 피폭 정도에 따라 곧이어 또는 서서히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비록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피폭당한 많은 이들이 방사능으로 인한 건강피해(원폭증)를 안고 살아간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핵발전 시대의 방사선 피폭 허용 기준이 일반인은 연간 1mSv(밀리시버트), 수시출입자는 연간 6mSv, 방사선작업종사자는 연간 50mSv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5년간 100mSv로 정한 것은 히로시마·나가사끼 핵폭탄 피해자들의 죽음과 질병 연구·조사 데이터에 기초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연구·조사 과정이나 결과가 잘 못되었거나 왜곡·은폐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핵산업의 유지와 진흥을 위해 그 분들의 죽음과 질병조차 이용하고 또 욕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 차후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맨발의 겐은 일본에서 1973년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된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되고, 영화(1976년), 오페라(1981년), 애니메이션(1987년) 등으로도 제작되었고, 일본 신문기자회의 장려상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숱한 상을 수상했다.


우리 집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이 되었을 때 읽어보라고 권했는데, 반전·반핵·평화, 반천황·반제국주의·반차별 등의 무거운 주제의식을 담고 있음에도 만화책이어서인지 끝까지 읽어내는 것을 본 경험이 있다.


핵발전을 ‘핵무기’, ‘방사선’과 연동하여 접근해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히로시마·나가사끼 핵폭탄 투하 74주기를 앞두고, 혹시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맨발의 겐 일독을 꼭 권한다.


윤종호 무명인출판사 대표

탈핵신문 2019년 8월(69호)


Posted by 석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