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슈2019.09.09 13:11

ICRP 새 권고 초안에 일본 환경·시민사회단체 반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대규모 원자력 사고로 인한 사람과 환경의 방사선 방호’ 라는 제목의 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일본 환경·시민사회단체는 ‘ICRP 권고안은 사람들을 피폭으로부터 지킬 수 없다’며 후쿠시마의 교훈을 직시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8월 23일 일본 중의원 제1의원회관 6회의실에서 열린 ICRP 신권고(안) 의견공모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세가와 요시유키(다카기 학교) 씨가 이번 권고안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전 세계에 확산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IWJ Independent Web Journal


ICRP가 권고한 기존 중대사고 ‘회복기’(1~20mSv) 기준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주민 피난구역 설정·해제 기준 설정에 영향을 끼쳤다. 이번에 새로 마련하는 권고안은 이를 ‘10mSv 이하’로 변경했는데, 일반인 연간 기준치 1mSv에 비하면 이 역시 과도하게 높은 기준이다. 이는 핵발전소 보유국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영향을 끼칠 것이 예상되므로, 사고가 발생하면 피폭선량 기준을 올려도 되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ICRP는 올해 6월 11일 보고서 초안을 공개했고, 애초 9월 22일까지 의견공모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환경·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자 ICRP는 보고서 초안설명 워크숍을 10월에 일본에서 개최하는 것과, 의견공모 마감을 10월 25일까지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7개 환경·시민사회단체는 8월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ICRP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ICRP의 대략적인 설명과 일본사회단체의 기자회견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이번 ICRP 보고서 초안 작성 배경


이번에 ICRP가 발표한 보고서 초안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와 같은 대규모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 경우의 방사선 방호를 위한 기준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 ICRP는 2009년에 발행한 권고(긴급기, 장기적인 회복기)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경험을 추가한 새로운 권고안을 작성하기 위해 2013년부터 TF팀을 운영해 왔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ICRP 권고는 어떻게 활용되었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당시, 일본 정부는 ICRP의 대규모 핵발전소 사고 발생 시 피폭 잠정 목표치인 ‘긴급기’(20~100mSv), ‘회복기’(1~20mSv)를 염두에 두고, 피난 구역 설정과 해제 기준으로 연간 20mSv를 정했다.

이 수치는 공중의 피폭 한도로 ICRP가 제시하는 연간 1mSv의 20배, 방사선 관리구역의 피폭 한도치인 5mSv의 4배에 해당한다. 일본 정부는 ICRP 권고를 제멋대로 해석했고 피난에 관한 주민 당사자들의 의향을 무시했다. 그 결과, 방사선량이 높은 지역에 주민들을 머무르게 하거나, 조기에 피난 지시를 해제해 주민들을 위험한 지역에 돌아가게 만들었다. 자발적으로 피난을 결의한 주민들에게는 충분한 생활지원을 하지 않았고 그들을 궁핍하게 만들었다.


일본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는 이유


일본 7개의 환경·시민사회단체는 지난 8월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ICRP가 발표한 보고서 초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첫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교훈이 보고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과, 근본적으로 후쿠시마 사고 당시 ICRP 권고가 사람들의 피폭을 막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일본 정부가 높은 목표치를 설정하는 빌미를 주었다고 점이다.


둘째, ICRP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회복기의 잠정적 목표치로 ‘10mSv 이하’라는 새로운 수치를 제시한 것은 기존 1~20mSv와 비교할 때 목표치 상한이 인하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존 권고에서는 ‘1~20mSv 중 가능한 한 낮은 수치를 선택할 것을 권장하고, 그 대표적인 수치는 1mSv’라고 규정한 것과 비표하면, 이번 ‘10mSv 이하’라는 표현은 오히려 ‘10mSv 이하라면 괜찮다’는 쪽으로도 확대 해석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셋째,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한 TF팀에 가이 미치아키 교수(일본 방사선심의회 위원)와 혼마 도시미츠 연구원(일본 원자력규제청 직원)이 부좌장으로 참여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며 도덕적이지 않다는 비판이다.


ICRP는 방사선 방호에 대해 권고를 발표하는 국제 민간 학술 조직이다. 세계 각국은 그 동안 ICRP의 방사선방호 권고를 방사선 관련 법제도에 반영해왔다. 1928년 그 전신인 ‘국제 X선 및 라듐 방호위원회(IXRPC)’가 만들어졌고, 제2차 세계대전 종료 후 미국 주도하에 ICRP로 개편되었다. 지금까지 원자력 개발에 관해 각국 정부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인적, 금전적 지원을 받아왔다는 지적이 있다.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9년 8월(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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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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