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평화, 해외2019.09.09 14:41

히로시마 원폭 74주기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1945년 8월 6일, 나는 당시 8살이었고, 폭심지 반경 2.5km 지점 방공호에서 친구와 놀다가 피폭 당했다.

푸른 흰색? 뭔가 표현하기 힘든 것이 보였고, 폭풍으로 내 몸이 10미터 정도 데굴데굴 굴렀다. 내 몸에는 아직 유리 파편이 박혀 있다. 양쪽 귀에서는 피가 계속 나왔고, 같이 놀던 친구는 몸 전체에 유리파편이 박혀 있었고 얼굴에 열선을 받은 상태였다. 친구와 함께 집에 들어가자 어머니가 큰 기둥에 깔려 신음하고 있었다. 친구랑 같이 어머니를 가까스로 구출했고 친지들의 도움으로 어머니를 친지의 집으로 옮겼다.

피폭 사흘째 아침, 누군가에게 토마토를 하나 받았는데 친구는 눈이 보이지 않는지 그게 뭐냐고 물었다. 친구와 나는 그걸 아주 맛있게 나눠먹었다. 그리고 2~3분이 지나 내 어깨에 기대 있던 친구는 숨을 거뒀다. 친구가 숨을 거둔 날 오후, 어머니 잇몸에서 검은 피가 나왔다. 다음날 피똥을 누었고 머리카락이 빠졌다. 그리고 원폭 투하 일주일째인 8월 12일 아침, 어머니도 숨을 거뒀다.

어머니는 다행히 친척 집 깨끗한 담요 위에서 숨을 거둘 수 있었지만, 길바닥이나 모래 위에서 숨을 거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당시 일본정부는 고교생들 4천 명 정도를 동원해 ‘근로 봉사’라는 이름으로 폭심지 가까운 곳에서 일을 시켰다. 이 학생들 중 많은 이들도 피폭으로 사망했다.

나는 부랑아 생활을 하거나 친척집에서 생활하기도 했는데 원폭병이 옮는다며 많은 괴로움을 당했고, 피폭증상은 고통스러웠다.

-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다카시나 겐지 씨가 8월 4일 ‘원수폭금지 세계대회’ 개막 총회에서 증언한 내용 중 일부 -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74주기를 맞아 일본에서 만난 시민들은 아베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으며, 핵발전으로 인한 피해자들은 도쿄전력이나 정부와 싸우고 있었다. 히로시마 원폭피해자 다카시나 겐지 씨는 핵전쟁 없애는 운동을 다함께 해나가길 바라며, 자국에 돌아가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상을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다카시마 겐지 씨가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투하돼 피폭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용석록 


히로시마현립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피폭74주년 원수폭금지 세계대회 개막총회 장면 ©용석록



일본서 원수폭금지 세계대회 열려


8월 4일부터 6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피폭 74주년 원수폭 금지 세계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원수폭금지 일본국민회의’가 주최한 행사로 한국, 독일, 미국 등지에서도 참여했다.


이 행사의 첫 행동은 ‘종이학 평화 행진’이다. 대회 참가자들은 평화공원 원폭자료관 앞에 모여 히로시마현립 종합체육관까지 차도를 행진했다. 1천여 명이던 행진 대오가 종합체육관 안으로 들어가니 미리 도착한 이들과 더불어 1900여 명 규모로 커졌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수폭 금지 세계대회’ 개막총회에서 카와노 코이치 대회 실행위원장은 “지구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핵무기가 아직도 1만 4천 발 있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러시아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의 이탈을 비판했다.

2019년 8월 2일 미국과 러시아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파기됐다. 이후 미국은 아시아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할 의향을 밝힌 바 있으며,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과 일본이 그 핵심 대상국이다.


학생들이 200만 명 서명 받아

2001년부터 19년째 진행


개막총회에서 일본 고등학생들도 최근 활동내용을 전했다. 올해로 22대째 평화대사로 선출된 학생들은 매년 제네바 유엔본부를 방문해 핵무기 폐기를 호소한다. 청소년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등을 중심으로 2001년부터 1만인 서명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해마다 ‘핵무기 폐기와 세계 평화’를 목표로 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올해는 8월 12일 기준 21만 명 서명을 받았으며, 누계 200만 명 넘는 서명을 받았다.


후지모토 야스나리 원수폭금지세계대회 사무국장은 대회 기조를 제안하면서 아베정권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하면서 핵 탑재 가능한 F35B 스텔스 전투기 105대(1조4천억 엔) 구매와 순항미사일 도입도 결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군의 오키나와 헤노코 군사기지 건설강행을 막아내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이로 인한 주민피해 실상을 전하고, 모든 인간이 생명을 박탈당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핵발전 반대를 포함한 원수폭 금지 운동을 전개하자고 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5일 분과별 토론, 6일 아침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모대회에 참석한 후 히로시마현민 문화센터에서 정리집회를 열었다.


핵전력조약 폐기 반대 특별결의문 채택


대회 참가자들은 정리집회에서 ‘중거리 핵전력조약(INF) 전면 폐기에 반대하는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INF 조약이 8월 2일에 만료된 데 항의하며, 일본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비준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피폭지 히로시마를 체험하고, 일체의 전쟁을 부정하고, 다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호소하고 행동하자”는 ‘히로시마 어필’에 동의했다. 히로시마 대회는 6일 마무리되고, 7일부터 9일까지는 나가사키 대회로 이어졌다.


합천에서도 평화대회와 위령제


한편, 8월 5일과 6일 합천에서는 합천평화의집과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주관으로 ‘2019 합천비핵화 평화대회 및 74주기 원폭희생자 추도식’이 열렸다. 대회는 2016년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원폭2세들은 국가의 지원 없이 피폭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 지원 대상에 원폭2세를 포함시키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9년 9월(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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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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