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2019.09.10 07:09

∥책 소개


3·11 후쿠시마 이후 한국 사회는 ‘핵발전소가 안전한지, 핵발전소가 없으면 전기 생산은 충분한지, 핵발전이 경제성이 있는지 등’ 주로 핵발전소 자체를 쟁점으로 삼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라돈 침대나 도쿄올림픽-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오염 및 오염수 방출 문제 등’ 방사능과 건강영향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장비 없이는 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먹거리나 생활용품 방사능 문제는 일상적이고 항구적인 불안을 던져준다.


『핵발전소 노동자』

테라오 사호 지음, 박찬호 옮김, 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19. 8



이런 현실 속에, 방금 언급한 ‘한국 사회’나 ‘우리’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 방사능에 피폭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아니라 실제로 방사능 피폭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핵발전소가 피폭하는 사람들, 바로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과 핵발전소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핵발전소 지역주민들의 건강 피해 논란(예, 갑상선암 공동소송과 균도네 소송, 경주 나아리 주민 몸 속 삼중수소)과 핵발전소 운영에 필수적인 노동자들의 피폭 문제는 그들의 존재처럼 주변적인 것으로 치부되어왔다. 한국 사회에서는 관련 자료나 도서도 희귀하다. 1970~80년대 일본 핵발전소 피폭·하청 노동 실태를 저자가 7개월간 실제 잠입하여 체험한 사실을 르포 형태로 기록한 『원전집시(호리에 구니오, 무명인, 2017)』 등으로, 채 몇 권 되지 않는다.


그런데 올 8월 중순에 『핵발전소 노동자』가 출간되었다. 옮긴이는 녹색병원 사무처장이며, 반핵의사회 운영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찬호 씨다. 이전에 옮긴 『생명을 살리는 반핵-내부 피폭과의 투쟁, 스스로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히다 슌타로, 오쿠보 겐이치, 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15년)에서도 방사선 문제의 핵심인 ‘내부 피폭’의 문제를 잘 소개해준 바 있다.


이 책은 부제처럼 ‘최근 핵발전소 피폭 노동자들의 현장 증언’을 담고 있다. 실제 일본 핵발전소에서 생업으로 일한 핵발전소 노동자들을 찾고 찾아, 그들 여섯 명이 겪은 2000년대와 3·11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제염·복구 작업 경험 등을 인터뷰하고, 관련 자료·도서 등을 참고하여 피폭-하청-은폐-산재-불법 노동의 실태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다음과 같은 목차로 해당 노동자들의 경험과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1장) ▲필수비용을 줄여버린 합리화 물결(2장) ▲위선과 기만의 산재 승인 절차(3장) ▲일상적으로 데이터를 수정하는 중앙통제실(4장) ▲3·11 이후 은밀한 복구 과정과 외국인 노동자의 불법 피폭 노동(5장) ▲핵발전소 노동의 다단계 하청(6장). 그리고, ‘사람을 짓밟으며 살고 있다’는 마지막 장에서 다음과 같은 기대를 남겼다. “핵발전소 노동자를 어딘가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한 그것은 ‘남의 일’에 불과하다. ‘남의 일’을 ‘나의 일’로 느끼는 것. 생각해보는 것. 그런 과정에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


저자는 30대 후반의 딸 아이 셋을 둔, 피아노 치고, 영화주제곡 작곡하고, 토크쇼 등을 진행하는 음악가이다. 그녀는, 왜? 우연하게 만난 노숙자·막노동꾼과의 이야기, 핵발전소 노동과 관련된 도서, 3·11 후쿠시마의 사고 등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문제의식을 밑바닥까지 끌고 가는, 이 분의 특별한 분투도 칭찬하고 싶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30쪽이 넘는 ‘옮긴이 후기’에 있다. 우리나라 핵발전소 노동자와 그들이 겪고 있는 현실((방사선) 선량규제, 직업병 인정기준, 기타 제도상의 문제 등)을 소개하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새롭게 제기하는 시론(試論)적 성격의 글이다. 옮긴이는 ‘문제는 저선량 피폭이다’는 예사롭지 않은 후기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문제제기 되고 있지 않은 한국 핵발전소 노동자의 현실을 다루고 있다. 이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반핵·탈핵운동 내에서 이 주제가 좀 더 주목받고, 논의가 활성화되면 좋겠다. 나아가 옮긴이는 방사선 피폭 기준(일반인 연간 1밀리시버트 등)의 근거가 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권고를 개괄하며, 이 기구 및 권고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이 역시 반핵·탈핵운동이 제대로 파악해야 할 새로운 과제임에 분명하다.


윤종호 무명인출판사 대표

탈핵신문 2019년 9월(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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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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