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400만 명, 한국에서도 5천여 명이 참여했던 ‘기후위기 비상행동’ 주간에 탈핵운동과 기후운동의 관계를 묻는 작은 행사가 있었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주최하고 에너지정의행동이 주관한 집담회가 ‘탈핵운동과 기후위기 운동, 어떻게 만날까’라는 제목으로 9월 25일 서울 토즈 종로점에서 열렸다.


△9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 장면 ⓒ기후위기비상행동


먼저 이야기를 연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십수년 동안 기후변화 대응 운동을 해 온 사람들과 탈핵운동을 해 온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아님에도, 실제로 운동에서 일종의 딜레마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가 한창이던 어느 날 ‘핵쓰레기 이제 그만’을 외치는 기자회견이 서울에서 있었다. 그 이후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몇몇 단체 사무실에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각한데, 핵발전도 안 하면 어쩌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사에는 그래서 석탄발전은 멈추고 핵발전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댓글들이 달렸다. 어떤 이슈를 우선시 할 것인가, 그리고 하나의 이슈가 다른 이슈를 가리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자연스레 나오게 된다.


대전역과 서울역에서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나와서 북극곰 배너를 걸고 핵발전 살리기 서명운동을 벌이는 모습이나, 지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 당시에 한 찬핵진영 교수가 ‘원전은 큰아들, 재생에너지는 막내아들’이라는 논리를 편 것은 이런 방식의 주장들이 여전히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핵발전이 온실가스 감축을 실제로 가능케 하기 보다는 반대의 결과를 만들고 있으며, 핵발전과 재생가능에너지는 기술적으로도 공존 공생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론적인 수준과 담론적인 수준 모두에서 대안과 설득 논리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은 미세먼지, 기후변화, 한국전력의 적자, 폭염으로 인한 전기수요 폭증, 심지어 강원도 산불까지 모두가 탈핵정책 탓이라고 주장하는 찬핵 진영과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한국은 급진적인 탈핵이 진행되고 있기는커녕,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가 가동을 멈췄을 뿐 24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또 5기가 건설 중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적으로 보아도 독일, 덴마크, 일본처럼 온실가스 증가율이 낮거나 감축에 성공하고 있는 나라들이 핵발전 비중도 작거나 재생가능에너지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한국은 핵발전 설비가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나고 있다.


법률사무소 이이의 구민회 변호사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그대로 두면서 탈핵과 기후위기 대응을 함께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처럼 전기요금 인상을 회피하다가 나중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핵발전을 증설하자는 포퓰리즘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탈핵은 더 멀어진다는 우려다.


현실의 운동에서는 탈핵운동이 기후위기를 더욱 많이 언급해야 한다. 기후운동은 에너지 소비 감소와 효율화를 통한 에너지 전환 대안을 더욱 강하게 주장하면서 공동담론을 키우는 것 말고는 답이 없을 것이다. 집담회는 보다 구체적인 설득 논리와 홍보 활동을 꾸준히 하는 수밖에 없다는 의견과, 내년 총선 같은 계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19년 10월호(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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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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