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019.10.13 20:15

∥ 핵발전소 노동자 인터뷰(3)


“순식간에 우리 작업원 목까지 물이 찼다. 한수원 소속 운전원이 작동을 해버린 거다. 만약 조금만 늦게 알았더라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문제제기를 하려고 하니 한수원은 발을 빼고, 한전KPS는 앞으로 계획예방정비 기간의 그 공사는 다른 업체를 선정해 입찰하겠다고 하더라.”


2015년 월성핵발전소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 노동조합은 명절상여금 쟁취를 위해 싸우고 있었다. 상여금 투쟁은 승리했는데 그게 처음으로 받은 추석 상여금 5만원이다. 그리고 조금씩 올라 15만원의 상여금을 1년에 3회 받는다. 

4년 만에 만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은 조금은 나아졌고 많은 것은 여전했다. 월성핵발전소에서 일하는 이외준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경주지회 지회장을 만나서 ‘핵발전소 노동자’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지금도 하청노동자다.


 이외준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경주지회 지회장


지진에도 협력업체는 건물 안에

안전도 차별받는 협력업체 노동자


- 핵발전소에서 하는 일은?

현장근무를 하다가 현재는 노동조합 근로시간 면제사용으로 하고 있다. 현장근무를 할 때에는 한전kps 협력업체 소속으로 발전소에서 보온작업 업무를 맡았다. 보온은 배관의 열이 뜨겁기 때문에 겉에 함석이나 알루미늄으로 보온재를 넣어 배관의 열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작업이다. 원청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보조업무로 보온, 비계, 도장, 페인트 작업을 협력업체 직원들이 하게 된다. 이 업무를 경상정비 업무라고 하는데 경상정비업무는 발전소가 평상시에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업무다.


- 조합원들 현황은?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협력업체 직원) 노동자들은 거의 모든 직종별로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 공공연대노조 경주지회에 가입되어 있는 조합원 가운데 핵발전소와 관련한 조합원은 약 500여명이다. 조합원들은 경상정비, 청소, 특수경비, 수처리, 시설(한수원 본사 건물시설관린, 사택 유지보수관리), 스포츠센터, 한수원 홍보관 업무 등을 하고 있다.


- 계약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경상정비는 대부분 1년마다 회사가 바뀌어 계약한다. 이번에 정규직전환 관련해서 될 수 있으면 연장하라고 했는데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전환과 관련해서 진척되는 것이 없고 언제 정규직전환이 될지 모르니 작년 11월에 6개월짜리 계약을 했다. 그러고도 진행되는 것이 없어 현재 8개월을 또 연장한 상태다. 노사협의회를 위해 일단 근로자 대표를 꾸렸지만 근로자대표 인원수 때문에 진척을 못하고 있다.


- 노임단가는 어떻게 산정되는가?

한수원과 한전KPS가 계약할 때 한전KPS에 협력업체 비정규직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임금 설계는 한전KPS 직원 수준으로 되어 있는데, 한전KPS가 중간에 착취하는 것이다. 현재 경상정비 파트 비정규직은 1인당 월 350만원, 연봉으로 5000만원 정도의 임금수준인데 나머지 4~5000만원을 한전KPS가 가져간다. 경상정비파트는 소속 협력업체도 남겨 먹는 구조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원청사인 한전KPS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


- 안전위험, 피폭위험 등이 있었나?

10여 년 전, 계획예방정비기간에 삼중수소가 누출되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었다. 중수가 터지면서 보온재가 이를 흡수를 하는 상황이었다. 방사능이 많이 나오는 구역인데 중수를 흡수한 보온재를 들어내라는 작업지시를 받았다. 들어갈 엄두가 안 나더라. 방사능에 오염이 된 상황이므로 제염처리를 먼저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경상정비 파트 협력업체 직원들이 들어가서 처리하라는 거였다. 당시 피폭선량이 기억은 안 나지만 당연히 방사능 피폭의 위험상황이었다. 보건물리실이 1년치 방사선 피폭량을 발표하는 기기가 있는데 협력업체 직원들 피폭량이 가장 높다.


- 경주지진 때 노동자들의 안전은 어떤 상황이었나

발전소 안에는 비상연락망이 있는데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협력업체 노동자들한테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경주지진 이후에야 개선되었다. 경주 1차지진 발생하고 나서 본사건물의 일부 붕괴가 있었다. 이후 2차 지진이 발생했는데 한수원 직원들은 모두 밖으로 나왔는데 협력업체 직원들은 안에 있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런 긴급 상황 시 한수원 직원들은 현장에 설치된 TV를 통해 안내방송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일하는 현장에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묵살했다. 지금도 설치되지 않았다. 보안상의 문제로 안 된다고 하더라.

- 안전교육은 도움이 되는가

한수원의 안전교육은 1년에 한번정도 하고 현장대리인이 하고 있는데 거의 사인만 받는 수준이다. 재해 등에 대비한 안전교육이라기보다 산업안전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방사선이 많이 나오는 현장에서 일하지만, 중요한 기술이 필요한 업무를 맡기지는 않는다. 기술력 차이가 아니라 원청사 업무와 협력업체 업무가 애초에 나눠져 있다. 예를 들어 기계교체 작업을 할 때, 기계를 푸는 작업은 협력사 직원들이 하고, 풀고 나서 교체하는 것은 원청사 직원이 하고, 교체 후에 다시 조이는 작업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한다. 방사선 구역에 협력업체직원들이 있는 시간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평상시에는 2차 계통에서 일하기 때문에 피폭 위험이 거의 없다가 기계, 설비 교체를 하는 계획예방정비기간에는 1차 계통에서 일하기 때문에 피폭 위험이 커진다. 하루나 이틀 만에 1년 치 기준 최대 피폭량을 맞기도 한다. 계획예방정비 때 최대한 피폭을 맞고, 경상 때는 그렇게 많이 피폭되지 않으니까 총알받이로 가는 거다.


- 안전에 위협을 느낀 경우는?

월성 4호기 계획예방정비기간 중에 탱크 안에 녹슨 부분을 갈아내고 페인트로 방수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탱크 안에는 펌프가 돌아가니까 물이 차기 때문에 작동을 멈춰야 한다. 한전KPS와도 작업시간과 작업사항 논의를 끝냈는데 탱크 안에 들어가서 작업하려고 하니, 순식간에 우리 작업원 목까지 물이 찼다. 한수원 소속 운전원이 작동을 해버린 거다. 만약 조금만 늦게 알았더라면 죽을 수도 있는 위험상황이었다. 이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문제제기를 하려고 하니, 한수원은 발을 빼고, 한전KPS는 앞으로 계획예방정비 기간 그 공사는 다른 업체를 선정해서 입찰하겠다고 하더라.


- 고준위핵폐기물 포화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수원은 고준위핵폐물을 임시저장시설을 못 만들면, 핵발전소를 세워야 해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말하고 다닌다. 유인물을 만들어 식당에 배포하기도 했더라. 지역에서는 임시저장시설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지역 청년회도 맥스터 받으면 안 된다는 입장으로 현수막이라도 걸자는 이야기가 있다.

월성 임시저장시설 건설에 대해 우리노동조합은 한수원 직원들과 달리 반대하고 있다. 한수원과 한전KPS 직원들은 이 지역 주민이 별로 없다. 하지만 협력사 노동자들은 70~80%가 지역 주민들이다. 임시저장시설건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 노조가 직접고용 아닌 자회사 형태를 수용했다던데?

우리 노조는 한수원 직접고용이 아니라 한수원의 자회사 정규직전환을 선택했다.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고용이 닌 자회사 선택에 대해 문제제기가 많았고, 민주노총의 정규직전환 방향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 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의 정규직전환 정책이 나오기 전에도 직접고용 투쟁을 해왔고, 분명히 앞으로도 직접고용을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에 이번 전환 결정이 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김용균 동지의 죽음으로 위험의 외주화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왔었는데?

김용균 특조위에서 핵발전소의 정비 업무는 한전KPS로 몰아줘야 한다는 권고사항이 나왔다. 특조위는 한전KPS가 안전업무의 책임을 가지고 정비업무를 맡아야 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권고한 것이겠지만, 한전KPS는 현재까지 계속 협력업체에 다시 입찰을 주는 상황이다.

한수원은 정규직전환이 조금 이뤄지고 있는 편이지만, 방사선·수처리·정비 쪽은 직접고용 대상 업무에서 제외됐다. 이는 특수한 업무이기 때문에 기술력 있는 협력업체를 보호해줘야 한다는 이상한 이유다. 원래대로라면 생명안전업무로 분류되는 분야가 제일 먼저 직접고용 정규직전환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관련이 적은 청소, 시설, 경비분야만 현재 정규직전환이 진행 중이다.

방사능에 직접영향이 있는 노동자들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우리노동조합도 장기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되면 퇴직 후에도 건강상 문제가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원청사가 책임질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균도네 소송 패소결과에 우리도 적잖은 실망감이 있다.


- 탈핵진영과 핵발전 노동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이 있을까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한수원노조가 말하는 핵발전소를 멈추면 무조건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 먹힐 수밖에 없다. 고리 1호기 폐로 결정에 실제로 인력감축이야기가 나왔다. 한수원이야 직원들을 전환배치를 하겠지만, 협력업체 직원들은 업체가 입찰되지 못할 것이니 그냥 해고되는 것이다. 월성 1호기도 폐쇄로 3명을 빼겠다고 해서 우리가 투쟁하겠다고 하니 한전KPS가 현황유지 하겠다고 하더라. 탈핵의 방향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일자리 문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만나서 대화를 하고 서로가 놓인 처지에 대해서 이해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 핵발전소 노동자들이 나아갈 발향은?

노동조합만의 싸움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더라. 지역 시민사회계와 정당들과의 연대도 함께 하면서 힘을 길러 가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별로 없다. 정부가 애초의 약속대로 공공부문 정규직전환 정책을 힘 있게 가져갔다면 좋았을 텐데, 정부가 약속을 안 지키면서 때문에 노동조합도 많이 힘들었다. 기득권이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의 힘을 길러 싸우는 수밖에 없다.


강언주 통신원(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탈핵신문 2019년 10월호(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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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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